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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가수 양희은은 '가수가 제 목소리에 취하면 노래도 흔들린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제 인생에 취해서 우리의 삶도 많이 흔들린다. 아마 그것은 이 땅에 살면서 차분히 하늘을 쳐다보며 천천히 땅을 걸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항상 바쁜 것이 아니라 분주했던 것이리라.
삶이라는 것이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면 이 책의 저자인 '전우익'에게는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농사꾼이다. 그것도 아주 고집쟁이 농사꾼이다. 그렇다고 자기의 것만 자랑하고 앞세우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귀농을 권하거나, 농촌의 삶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진리에 가까운 것처럼 너스레를 떨지 않는 것이다. 단지 그곳에서 조용히 묻혀서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는 사람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동물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
살아가면서 자기의 소리를 내지 못하고 흉내만 내는 인간들을 이렇게 꾸짖는다. '인간들의 명절에 떼죽음을 당한 짐승들만 해도 그래요. 그들은 평생 동안 남의 흉내는 내지 않지요. 개는 개소리, 닭은 닭소리, 새들도 각각 그들만의 독특한 소리를 내지요, 그걸 자효라고 한다지요. 인간만이 남의 흉내를 내기 위해 안달을 하고 그걸 못하면 좌절하는 것 같아요.'(104쪽)
끊임없이 자연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이 자연과 함께 또는 사람이 사람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같이 어깨동무하고 배워나가야 할 소중한 친구로 본다. 이 조그마한 책에 쓰여진 깊은 글들은 짜증나는 여름날에 깊은 우물에서 퍼내는 시원한 물과 같다. 한번 마셔보고 권하는 것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