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는 한 장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언덕 아래에 기차가 지나가고 세 명의 어린 꼬마들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킨다. 꽉 다물었던 입술이 터지는 순간 찍었던 사진이다. 사진속의 예쁘게 웃던 모습과 추억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는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 그들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인생의 밤바다에서 명멸하는 추억의 금강(金剛) 덩어리'가 있을 것이다. 저자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종희 씨는 예전에 전세로 살던 집, 안 주인의 이름이다.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을 열 개의 테이프에 보관해 왔었고 열 번 가까이 이사를 다니면서도 테이프가 들어있는 가방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종희 씨의 이야기는 마치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들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가 겪어야만 했던 한국의 현대사들이 서럽게 기록되어 있다. 제목이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이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잊지못할 '한의 덩어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타타르인의 참혹한 시절'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게 만든다. 6.25 당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타타르인 가족의 수난사와 동물의 세계를 번갈아 가면서 설명한다. 그리고 묻는다. 동물의 왕국과 인간의 왕국이 무엇이 다르냐고.인생이란 가까이 보면 볼수록 비극이지만, 멀리 보면 볼수록 희극이라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던가. 삶이란 무엇일까? 코미디언 이주일의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을 웃기느라 많이도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