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가 다되어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지훈씨 미안해요, 마라톤회의를 하는바람에 나 아직 저녁도 못먹었어요, 전화를 세번씩이나 했네, 무슨일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저녁 잘챙겨먹고 푹자요"

"네 지훈씨도 잘자요"

모레 서울간다는 이야기를 하지못했다.

왜 항상 난 타이밍이 한발 늦는건지 모르겠다.

 

다음날 출근하고 업무인수인계를 했다.

내밑에 부사수에게 하는것이라 딱히 시간도 오래걸리지 않았다. 오후에 택배를 이용해 짐을 붙이고 이별주한잔 하자는 동료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착하자 딱히 갈곳이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부재중응답이라는 내용만 들릴뿐이었다.

일이 바쁜가 보다하고, 입사동기인 영구에게 전화를 했다.

"강과장 나다"

"야! 너어디야?  연락도 없이"

"어디긴 임마 본사사무실 로비다 ,빨리 정리하고 내려와라 한잔하게"

"응 그래 근데 너 여수에 있잖아? 어쩐일로"

"CM교육때문에 올라왔다."
"알았다 좀만 기달려"

 

일년에 한번정도 올라오는 본사건물 계열사가 분리되면서 빠르게 성장했음을 실감했다.

사무실의 층들도 변경이 있는거 같았다.

"지훈아"

영구가 불렀다.

 

본사관리팀에서 4년째근무를 하고 있어서  얼굴이 좋아 보였다.

현장으로만 근무한 나와는 비교가 되지않았다.

 

"영구야!  클레오파트라 아직도 있냐?"

"응 있지? 왜 그집갈래?"
"그래 그집가자 우리입사해서 자주 갔었잖아"


"아서라 이과장 짠밥이 있지 우리가 거길가면 밑에 직원들은 어딜가냐  내가 좋은곳 한군데 개발해 두었다, 거기가자"

"어딘데?"
"따라와 임마"

 

그를 따라간곳은 회사 뒷편에 있는 2층의 홍비라는 빠형식의 카페였다.

30대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영구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오세요 강과장님 오랜만이신데요?"

'네 사장님 오늘 입사동기 친구가 왔어요 오랜만에 한잔하게 룸있어요?"

"그럼요 있어요 이리로 오세요"

 

좌측 안쪽에 룸이 있었다.   노래방기기도 갖추어져 있는

"여긴 뭐하는데냐?"

"뭐하는데긴 이촌놈아 술마시는데지"

"정체를 모르겠다."

"정체는 알아서 뭐하게 술이나 마시면 되지, 참 그러고 너아직 다음현장 결정 안났던데?"

"응 교육받고 선부장님하고 이야기할려고"
"오만이야? 인천이야?"

"본사근무나 할련다"
"오호 좋지,그럼 넌 내쫄다구인데?"
"미친놈"

아가씨가 양주한병과 과일을 가지고 왔다, 조니워커 레드였다.

"여전하구나 "
"그럼 여전하지"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장생활만 하던 나는 회사 돌아가는 사정이야기랑, 우리가 모시던 상사의 근황들을 꽤나 소상하게 알았다.

 

"참 지훈아!"

"왜?"

"너 결혼안할거냐?"
"안하는게 아니고 못하고 있는거지"
"그거나 그거나 임마"

순간 그녀를 떠올렸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두병째 술을 시켜면서 우리는 서로 조금씩 취해가고 있었다.

 

파장무렵이 되어가고 있을무렵 영구가 이야기했다.

"야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구가라 울마누라 해장국 죽이게 끓인다, 너보면 굉장히 반가워 할걸?"
"아서라  술취해서 밤늦게 찾아가는 친구 좋아할 사람없다, 시간있으니 저녁에 한번 같이 식사나 하자 내가 대접할게"
"어디서 잘거야?"
"프라자호텔 예약해뒀어"
"그래 그럼 내일보자"
"그래 잘가"

 

택시에 몸을 실으니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왔다.

방으로 들어와 간단히 세수하고 잠을 청하려다 휴대폰을 보았다.

'부재중전화 김지연 오후 10시'

 

시계를 보니 11시 20분  전화를 하려다 너무 늦은 시간인거 같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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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메세지가 와 있었다. ' 기억에 남은 주말, 이좋은 기억이 계속이어지기를 바라며'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타인이 날 생각해주는것이 정말 얼마많인지 그것도 아주괜찮은 여자가

 

메세지 답장을 해야하는데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케냐말이 생각났다

'하쿠나 마타타  지현'

문자를 보내고 나니 바로 전화가왔다.

"무슨 뜻이에요?"

"케냐말로 No  problem이라는 뜻이에요"

"오호 좋은말인데요 나도 써먹어야지 하쿠나 마타타"

 

정말 그녀를 알고 부터 하루가 참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문자를 주고 받고 통화를 하고 그렇게 그렇게 하루가 금방갔다.

생활도 훨씬 활기차지고  유부장은 내게 언제 국수를 먹여 줄거냐고 안달이지만

결혼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후에 소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이과장 본사 CM(건축관리)시스템 교육에 자네가 우리현장을 대표해서 가주어야겠어 1주일이니 업무인수인계하고 가봐 끝나면 아마 다른현장이나 본사대기발령이 될테니 숙소에서 짐챙겨서 올라가"

"예?"

대답은 놀란듯했지만 내마음속에는 그녀를 자주 볼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떳다.

교육은 오후 5시에 끝나니 1주일간 같은 서울 하늘아래서 그녀의 시간이 허락한다면 즐거운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급해지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가다 부재중으로 넘어갔나?

회의중이니나 바쁘겠지 하고 난 전화를 기다렸다.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건만 연락은 되지않았다.

전화가 안되니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계는 벌써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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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요"

"알아요"

"뭐 하세요."

"그냥 누워있어요, 왜 잠이안와요?"

"네 잘안아요, 파도소리가 좋긴 한데 그냥 잠 올때 까지 통화좀 해요, 괜찮죠?"

"네 그래요"

"지훈씨 그캐스터 많이 사랑했나요?"

"~  음  옛날에요, 지금 아무 생각없어요, 신경쓰여요?"
"솔직히 신경쓰여요, 우습죠?"

"아니에요,우습긴 영광이죠, 뭐 그런걸 질투라는 단어에 갖다가 붙일수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스케줄은 어떻게 되죠?"

"몇시쯤 올라가실건가요?"
"6시 비행기요"

"아침일찍 섬진강으로해서 하동  쌍계사를 가죠,가는 김에 화개장터로 해서 여수공항 5시도착 어때요?"

"좋아요!"

"지훈씨는 나에대해 궁금한거 없어요?"

"글쎄요 많이 있는건 같긴한데 갑자기 떠오르지 않네요^^  천천히 생각나는 대로 물어볼게요, 시간 많이 있는거 아닌가요?"

"많아요^^  지금 현재로는"

이것 저것 약 한시간 이상 통화를 했다.

아침에 7시에 눈을 떳다 .

그녀에게 갔을때 그녀는 벌써 체크아웃을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섬진강을 따라 쌍계사로 가는길은 날씨가 무척이나 맑아 정취를 한눈에 볼수 있었다.

 

"지훈씨? 쌍계사는 처음인가요?"

"아니에요, 대학때 한번 갔었고  그리고 사촌매형이 이부근에서 차밭을 해요, 그래서 한번,  두번 갔었네요"

 

쌍계사 경내로 들어서는대 항상 사대천왕문을 들어설때는 오싹해지는 느낌을 지울수없다.

사대천왕을 보고 있는데  괜히 으시시 하다며  그녀가 내팔을 꼈다.

 

참으로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않지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대웅전을 나와서 다시 차에 올라  근처의 산채식당에서 동동주와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두잔정도 마셨지만 운전에는 무리가 없을 거 같았다.

 

여수공항으로 가는길에 우린 별로 이야기가 없었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그녀는 말없이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그녀가 탑승수속을 했다.

"지훈씨 전화자주해요 최소한 하루에 한번, 나도 마찬가지로 알았죠?"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요"
"좋았어요,고맙고  충분히 충전히 되어 열심히 일할거 같아요^^"

"네 저도 즐거웠어요, 지연씨 내려오지 않았으면 그저 낮잠이나 잤을텐데 조심해서 올라가요"

 

그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쳐다보다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차에 올랐다.

도착하자 마자 긴장이 풀렸는데 이내 골아 떨어져 버렸다.

그녀의 도착메세지도 보지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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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먹는 모습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다.

"지훈씨!  안먹고 왜 빤히 쳐다보세요 무안하게"

"아니에요 드시는 모습 참이쁘다 생각했어요"

 

대리운전을 불러 돌산대교근방의 몽키2라는 까페에 갔다.

밤바다야경이 굉장히 멋있고 2층에는 팬션을 겸하고 있어 그녀의 숙소로 제격일 거 같았다.

"지훈씨 여기 너무좋은데요!  한강밤 야경이라는 비교도 안되요! 근데 여기 누구랑왔어요?"

"혼자요, 아주가끔 머리가 아플때 와서 창밖을 보며 맥주 몇병마시곤 했어요, 왜요? 아가씨랑 왔을가봐요?"

"하하하~~~~~~~~~~` 어떻게 알았어요? 아가씨랑 왔으면 질투할뻔했네!  근데  지훈씨 전화안받을때 그런생각이 들대요,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사랑에 깊은상처가 있는사람 그냥 그런 생각 들었어요"

서빙하는 아가씨가 맥주와 스테이크안주를 들고 왔다.

난 카운터로 올라가 팬션방 하나를 예약했다.

주말인데 운좋게 방은 남아 있었다.

"방 예약했어요,  파도소리가 좋은 자장가가 되어 줄거에요"


"너무 고마워서 어쩌죠?  이은혜를 어떻게 갚죠?"

"아니에요 멀리서 오셨는데 이정도는 당연하죠"

"아까 이야기한거 대답안해줘요? 궁금한데"

 

담배를 피워물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을 꺼내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  잊고 싶은기억은 더더욱

"대학때 소개팅을 주선했어요 4:4  그중에 현주라는 애가 있었어요 공중파 방송에 기상캐스터도 했어요  5년전까지,  그냥 친구처럼 지냈는데 내친구중에 현주를 굉장히 맘에 들어하는 애가 있었어요.

그친구가 접근할수록 현주는 날 방패막이로 삼았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 여름방학때 나와 현주를 제외한 6명이 보령으로 놀러를 갔어요. 근데 현주가 가고싶었나봐요, 대뜸 집에 전화해서 다음날 보령을 같이 가자는 거에요 아침10시에 상봉시외버스터미날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다음날 한시간 이상기다려도 나오지 않는거에요 .그때는 삐삐나 휴대폰이없던시절인데  공중전화에 20원을 넣고 전화를 했는데  현주가 받아요, 갑자기 가기싫다며 연락미리 못해서 미안하다고 정말어이없더군요"

 

이야기중에 갈증이 나서 맥주를 단숨에 비웠다.

그녀도 따라 맥주를 비웠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쯤 만나서 영화도 보고 그랬어요 미웠지만 내맘에 현주가 있어서 어쩔수가 없었죠.

3학년때  남자를 사귀겠다고 하겠대요,안되겠다 싶어 내마음을 고백했어요. 나랑결혼하자고 했어요,상대방남자는 재력이 대단한 외동아들이었어요,현주는 굉장히 현실적인 여자였어요. 깨끗하게 차였어요.

얼마후 그남자랑 사귀다 현주가 차였다는 얘길 들었어요.그리고 공중파에서 기상캐스터로 나오더군요

그당시는 일기예보는 아예보지도 않았어요"

 

"아 기억나요  케이비에스 강현주 캐스터군요, 굉장히 미인이던데"

 

그녀는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위기가 머쓱해졌다.

"피곤할텐데 그만 올라가서 쉬어요 내가 내일 아침에 일찍 데릴러 올게요"

방까지 가서 그녀를 데려다 주고 숙소로 들어왔다.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거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순가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에는 김지연이라는 이름이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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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놀랬죠? 연락없이 갑자기와서"

"네"

"퇴근때까지 기다릴게요, 일  보세요"

"아니에요 잠시만요"

밖으로 나와 최대리에게 전화했다.   갑자기 손님이 와서 오후 남은시간 ,현장을 부탁한다고 이야기하자 유부장이 웃으면서 차키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좋은시간 보내 이과장"

그녀를 태우고 시내로 가는 동안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다.

라디오를 켜니 러브홀릭의 바람아 멈추어 다오가 나오고 있었다.

"바람아 ~~~~  아~~~  멈추어 다오"

"노래 잘하시네요"

"이노래 안좋으세요? "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장나라가 부르는게 더 친숙해요"

"뭐 드실래요?"

"뭐가 맛있어요?"

"글쎄요  썩 맛있는건 없고 추천한데가 있긴 한데 육해공 중에서 고르세요"

"바다가 옆에 있으니 당연히 해군으로 하죠"

"여수는 뼈꼬시가 유명해요 뼈체로 회를 썰어 주거든요"

"그래요 맛있겠는 걸요"

소호동 근처에 계동뼈꼬시 집으로 향했다.

 

 오후에 한가한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소주를 시키고 나는 맥주를 시켰다.

"왜? 소주안드세요? 운전때문에?"

"네"

"소주 같이 마셔요 , 대리운전 부르면 되잖아요"

"낮에 술먹는거 자신없어요  금방취해서"

"뭐 어때요 조금마시고  쉬면 금방깰걸요!"

자꾸만 권하는 것을 사양하는것도 아닐거 같아 소주를 마셨다.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다.

 

"지훈씨"

"네"

"영어 알파벳 네단어만 알면 세상을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수있데요"
"전 F시작되는 두단어를 좋아해요"

"그단어가 뭔데요?"

" FORGIVE,  FORGET"

"잊어 버리고 용서해라 뭐그런말인가요?"

"역시 지훈씨는 스마트해요^^"

"지훈씨는 무슨단어 좋아해요?"
"전 L로 시작되는 두단어 LOVE, LIVE"

"오호 생동감있게 사랑하라"

그녀의 대화리드는 알아줘야 했다.

금방 사람을 편하게도 하고 웃게 만들기도 하고 소주를 2병이나 비웠지만 이상하게 술은 취하지 않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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