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조조영화를 보기위해 서둘렀다.
느긋하게 영화를 보려했지만 굳이 아내는 영화비를 아껴야 한다며 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부산을 떨었다.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한국영화였다.
미국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분분했던 조선시대 임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아이들이 즐거워 했다.
특히 용변을 참지못하고 안절부절하는 가짜왕을 위해 '매화틀'이라는 이동식 변기를 갇다놓고 용변을 보고, 궁녀들이 대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아이들이 일어나지않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감동을 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끝났어,그만가자"
"영화 좋았어?"
"네"
"당신은?"
" 괜찮은거 같아, 오랫만에 봐서 그런가!"
"아빠 이제 뭐해요?"
"뭐하긴 맛있는거 먹으러 가야지"
대학가 앞에 어른들이 먹을만한건 별로 없었다.
극장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우미현'이라는 샤브샤브집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약속이 있을때 가끔 식사를 하는 장소였다.
자리에 앉아 마자 샤브샤브스페셜4인분을 시켰다.
갈증을 느끼며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언니"
맥주를 시키려 종업원을 불렀을 때 아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언니가 뭐야? 애들앞에서"
"왜 언니가 어때서?'
옆에 있던 종업원아가씨가 민망하게 서있었다.
"카프리 두병만 줘요"
"네"
맥주가 나오자 마자 단숨에 들이켰다.
"그럼 뭐라 불러야해 잘아는 당신이 이야기해봐?"
난처한 표정을 짓던 아내는
"그냥 아가씨 하고 부르면 되지"
"그럼 아줌마가 써빙하면 아줌마라 불러야겠네"
중간에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작은녀석이 나섰다.
"아빠?"
"응"
"아빠 중국에 있을때는 뭐라고 불렀어요?"
"푸웬"
"푸웬? 무슨뜻이에요?"
"복무원이라는 뜻이야 북한에서도 복무원이라고 부르지"
"다른 나라에서는요"
"영미권에서는 남자는 웨이터,여자는 웨이트리스라고 해. 기다리다 wait에서 남자는 er 여자는 ress붙여 굳이 우리표준에서는 급사라는 말이 있는데 식당에서 그런말은 안써"
음식이 나오고 대화는 중단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딱히 우리에게는 맞는 명칭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거아닌걸로 모처럼 분위가 다운되는것도 마음에 걸렸다.
"미안해"
내가 뭔저 아내에게 사과를 했다.
"뭐가 미안한데?"
적당히 화해의 손을 내밀때 받아주지 않는 아내가 야속했지만, 별수없었다.
"아까 열내서 미안하다고"
"아니 열내서 화가난게 아니라 당신의 적절치 못한 표현이 문제야"
"알았어, 적절치 못한 표현 미안해"
이번에는 큰아이가 나섰다.
"아빠,엄마 그만 화해하시고 모처럼 가족외식인데"
"그렇지?"
난 내심 나의 응원군들이 고마웠다.
작은아이가 다시 나에게 물었다.
"아빠, 샤브샤브가 무슨뜻이야?"
순간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적절한 표현을 쓰시는 엄마에게 여쭤보렴"
"엄마"
순간 아내는 나에게 눈을 흘겼다.
"샤브샤브가 샤브샤브지 뭐야"
"에이 그게 뭐야 엄마"
"뭐야, 이녀석이"
"아빠 빨랑 이야기해줘요"
"샤브샤브는 정확하게 샤부샤부라는 일본말인데, 슬라이스로 얇게 썬 소고기를 끊는 물에 데쳐서 양념장에 찍어먹는 음식의 명칭이지, 혹자는 몽고에서 유래했다고도 해, 몽고군이 동유럽을 침공할때 말린양고기가 다떨어져, 다친말이나 병든말을 식량대용으로 얇게 썳어 데쳐서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야! 역시 아빠야"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쓸데없는 건 정말 많이 알아 너희 아빠"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전화기 벨이 울렸다.
왕사장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