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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책
그레고리 스톡 지음 / 새터 / 199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문제들에는 언제나 정답이 따라다닌다. 수없이 많이 보았던 문제집들 뒤에도 정답지는 있기 마련이었다. 답을 알 수 없다면 그 질문은 풀어보나마나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사실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 많은 질문들을 속시원히 풀어줄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책장을 넘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얼마간의 답답함은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한 문제를 잠깐 빌려오자면, '지금 당신은 어떤 방에 갇혀있다. 당신의 옆방에는 당신이 모르는 누군가 갇혀있다. 두 방에는 폭탄이 장치되어 있어 한 시간 후에 폭파될것이다. 하지만, 당신 방에 있는 스위치를 누른다면 당신옆방에 있는 한 사람은 살아 날 것이다.물론 당신방은 폭파될 것이다. 당신 옆방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다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다면 한 시간후에 둘 다 죽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는가?'대충 이런 문제였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둘 다 죽느니 희생을 택하는 사람도 잇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의 희생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양심을 끄집어내는 기회이고 나의 욕심을 저울질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의 많은 질문들은 이렇게 솔직한 자신을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거나 당황하는 것도 이 책의 저자가 바랬던 일이 틀림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않다면, 이런 질문들을 만들어 낼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살아가면서 예상했던 일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신만을 보더라도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하지 못했던 일들이 더 많이 벌어져왔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예측할 수 없는 질문들에 길들여지는 것도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나와 나의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해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질문이란 남에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어렵고도 재미있던 이 '질문의 책'이 꽤 신선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우선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순간순간 거짓말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을 버린다면, 이 모험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사실 겁쟁이였던 나는 피해버린 질문과 내 스스로 다른 가정들을 만들어내서 답해버린 질문들이 더 많다. 이제 조금더 솔직한 마음으로 용감하게 이 모험을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