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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자전적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좀 알려졌다 싶은 정치인과 경제인. 그리고, 텔레비전에 한 두번 얼굴을 내비친 사람들까지 하루에도 몇십권씩 쏟아져나오는 에세이들에서 내가 읽는것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가진 부풀린 자부심들뿐이기때문이다. 진실된 이야기들이 없진 않겠으나, 많은 책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모든 책들은 거짓에 가려져 진실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적, 회고적, 고백적. 등등의 형용사를 단 에세이들이 출판사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것을 보면 난 누군가 그 책을 읽고'일반'사람들과는 다른 그들 스스로 명해놓은 비범성에감복할까 걱정부터 한다. 이쯤에서 나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이 책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 에세이가 아니냐고..? 물론 에세이다. 하지만 내가 앞에서 말한 에세이들은 '나는 너희들과는 이만큼 다르고 이렇게 훌륭하다.'라고 떠들어대는 책들을 말한 것이지 이 책은 아니다. 이 책이 그런 범주에 들지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이 책을 읽은 기쁨하나를 내게 준다.
처음에는 이 책의 주인공이 프랑스를 신봉하는거라고 생각할지도 우리나라를 지독하게 깔본단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가의 애국심까지 들먹이며 욕을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더 읽어보면 이 책의 작가가 프랑스를 통해서 우리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사실적이며 그리고 그 사실에 아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모른다는것-그것이 올바른 것을 지켜나가는 것을 얼만큼 큰 장애가 되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줄곧 생각했다. 고여서 썩은 물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흘려버리고 새로운 물을 담아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도와준것도 이책이다.
이유없이 무조건 쏘아대는 총알처럼 한국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는 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구체적이며 사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조목조목따져서 설명하며 주장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저절로 귀가 기울여지기 때문이랄까?
병이 나면 치료하기 전에 어디가 아픈지 처방부터내려야한다. 나도 느끼고 당신도 느끼고 우리모두 느끼고 있는 '한국병'을 그냥 놔두고 싶다면, 그저 비겁하게 모른척 하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모른척하기에는 아직은 선량한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한국-에는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한 시작이 될테지만, 나한테 그랬던것처럼 '그래야만하는 필요성'을 깨닫게해줄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던바와 같이 쓸데없는 책을 찍어내느라 낭비하는 돈과 시간을 대신해 더 좋은 책들이 모든 사람손에서 읽히길 바란다. 그렇게 성숙해나가는 사람들틈에서 내가 자라나고 우리들의 아이들이 자라나길 나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