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제국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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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이 출판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즐거웠는지.. 중학교 시절 <타나토노트>를 아껴가며 읽었던 행복한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에..<천사들의 제국>은 그 당시 조금은 아쉽게 끝나버렸던 <타나토노트>의 뒷처리를 하고 있는듯하다. 상권을 다 읽은 지금 하권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내가 이토록 이 소설을 좋아하는 건 아마도 욕구 충족이 아닐까? 우리는 한번쯤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보지만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덮어둔다. 감히 내 의견을 얘기하기도 어려운일이다... 왜냐면 나 조차도 확실이 아는 건 없기 때문에. 그런데 이소설은 그걸 말한다. 사람은 죽어서 평가를 받고 거기에따라 천사가 되기도 다시 환생을 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두고 논쟁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읽으면서 '이럴지도 모르지' 라고 웃어 넘기면 된다.

우리가 늘 생각 해왔던 주제를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 이게 내가 이 소설에 빠지는 이유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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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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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자전적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좀 알려졌다 싶은 정치인과 경제인. 그리고, 텔레비전에 한 두번 얼굴을 내비친 사람들까지 하루에도 몇십권씩 쏟아져나오는 에세이들에서 내가 읽는것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가진 부풀린 자부심들뿐이기때문이다. 진실된 이야기들이 없진 않겠으나, 많은 책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모든 책들은 거짓에 가려져 진실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적, 회고적, 고백적. 등등의 형용사를 단 에세이들이 출판사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것을 보면 난 누군가 그 책을 읽고'일반'사람들과는 다른 그들 스스로 명해놓은 비범성에감복할까 걱정부터 한다. 이쯤에서 나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이 책도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 에세이가 아니냐고..? 물론 에세이다. 하지만 내가 앞에서 말한 에세이들은 '나는 너희들과는 이만큼 다르고 이렇게 훌륭하다.'라고 떠들어대는 책들을 말한 것이지 이 책은 아니다. 이 책이 그런 범주에 들지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이 책을 읽은 기쁨하나를 내게 준다.

처음에는 이 책의 주인공이 프랑스를 신봉하는거라고 생각할지도 우리나라를 지독하게 깔본단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가의 애국심까지 들먹이며 욕을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더 읽어보면 이 책의 작가가 프랑스를 통해서 우리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사실적이며 그리고 그 사실에 아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모른다는것-그것이 올바른 것을 지켜나가는 것을 얼만큼 큰 장애가 되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줄곧 생각했다. 고여서 썩은 물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흘려버리고 새로운 물을 담아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도와준것도 이책이다.

이유없이 무조건 쏘아대는 총알처럼 한국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는 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구체적이며 사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조목조목따져서 설명하며 주장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저절로 귀가 기울여지기 때문이랄까?

병이 나면 치료하기 전에 어디가 아픈지 처방부터내려야한다. 나도 느끼고 당신도 느끼고 우리모두 느끼고 있는 '한국병'을 그냥 놔두고 싶다면, 그저 비겁하게 모른척 하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모른척하기에는 아직은 선량한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한국-에는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한 시작이 될테지만, 나한테 그랬던것처럼 '그래야만하는 필요성'을 깨닫게해줄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던바와 같이 쓸데없는 책을 찍어내느라 낭비하는 돈과 시간을 대신해 더 좋은 책들이 모든 사람손에서 읽히길 바란다. 그렇게 성숙해나가는 사람들틈에서 내가 자라나고 우리들의 아이들이 자라나길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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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식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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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외수라는 작가를 알고 나서 그 분에게 푹 빠져 있었을 쯤에 겨우 겨우 찾아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사실 난 <황금 비늘>이란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외수라는 이름도 솔직히 들어 보지 못했던 터라 조금은 낯설었던 분.. 그 당시 난 그분에 대해 알고싶은 목마름에 도서관에서 이외수란 이름이 있는 책은 닥치는 대로 읽어보던 터였다. 그러던 와중에 접한 이 소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난 그런걸 느낀것 같았다. '순수'

지금도 어린아이들은 보면 가끔씩 난 혼자 이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저 아이들은 지금은 저렇게 순수한데... 커버리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하는. 아마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을 상대로가 아닌 우리 시대를 보면서.. 우리 시대의 사람들을 보면서..타락할대로 타락해버린 형.. 그를 보면서 난 연민을 느꼈다. 그도 어린시절 순수를 마음 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을텐데. 시대는 그에게서 순수를 끌어내는 일은 포기하고 속물적인 마음만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게 그의 잘못은 아닐 거라 난 생각한다.

거리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이 더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막아야 하는 건 우리들 이제는 많이 커버린 나의 몫은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조금은 무거워지는 어깨의 무게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본다. 나는 이 책에서 시대의 절망보다는 희망을 발견할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순수함을 그리고 우리 시대의 순수함을 찾아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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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우
권교정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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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고른건 우연히 본 작가의 단편에 끌려서 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붕우>라는 따분한 제목으로 된 만화책을 고르는 일은 하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권교정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엿보았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와 귀여운 여자의 지치지 않는 사랑얘기들을 그려내는 순정만화들 틈에서 이 작품은 독특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만화계의 '생존'의 틈에서 살아남기위한 조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야만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는 당연한 법칙속에서 작가가 택한건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흔히 옳다고 믿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렇게 믿어왔고 보아왔던 것들이 항상 존재한다. 이 책은 이런 고정관념들을 재치있게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재미있다. 원작이라는 타이틀을 잘못옮겨놓으면 그것은 많은 비난을 받으며 잊혀지는 졸작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알려진 작품을 옮겨다 쓰기란 보통 용기로는 힘든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다 알고 있는 동화를 각색하는 대단한 배짱을 보여준다. 이런 배짱이 작가의 실력에 힘입어 나를 감동시키는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이 되었다는 것에 나는 또 한번 감동했다.

어렸을때부터 들어왔던 나쁜 사람이 가슴 한편이 찡해지는 인정을, 사랑을 품은 사람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기뻤다. 어쩌면 우리모두는 이런 방법으로 세상을 봐야하는 경우가 있다는걸 잊고 사는건 아닐까?

원래부터 나쁜 사람,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그런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여유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날 옅은 감격함으로 밀어넣었다. 자신을 믿은 작가의 당당한 작품을 나는 권한다. 만화라는 장르가 단순한 여가채우기가 아니라고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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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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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 내가 서있는 이 곳이 힘이 들어질때, 일상이란 평범함을 벗고 나를 망각하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은 꿈을 꾼다. 하나 가득 차오른 마음 한 곳을 멀리 어느 곳에 버리고 오고 싶은 기대로 우리는 짐을 챙기고 차를 타고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 지쳐버린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설레임은 그 순간 시작된다.

인도라는 내가 모르던 곳을 하늘 호수라 명명하고 그 호수를 아름답게 비추어 내보여준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설레임 한 자락을 선물했다. 우리 나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호기심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호기심을 달래줄 책을 찾고 있을때 이 책이 손에 닿았다던 것은 작은 행운쯤으로 여긴다.

익어가는 벼가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을때, 그 벼를 심고 가꾸던 농부들에게 이삭 이삭에 달리 쌀알은 하나하나 그대로 생명으로 다가 온다. 캔버스를 들고 지나가던 화가에게 바람에 흐르는 그 들판은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허수아비가 지키고 서있는 그 곳은 배곯은 참새들에게는 이상의 낙원이 된다. 이런 얘기를 왜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나에게는 낯설고 무섭고 재미없는 곳으로 여기던 인도란 나라를 이 사람은 이렇게나 다르게 그려놓았다는게 나는 부러웠다.내가 갖지 못한 '나와는 다른 것을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눈'을 가진 작가의 얘기를 느리게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런 생각이 안들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모르는 인도라는 곳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곳곳에 이름모를 현자들의 말은 내 안에 작은 지식을 남겨주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그저 그걸 지나쳐버리지 않고 그런 말들을 삶을 살아가면서 기억하다보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주의깊게 둘러본 인도의 구석구석을 엿보다 보면, 별볼일 없게 넘겼던 내 재미없는 일상의 어느 구석에서 괜찮은 즐거움 하나쯤 발견할지도 모른다.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여기저기 순서없이 늘려져있는 즐거움을 찾아내다보면 어느새 꽤 근사한 그림 한장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이 책을 보면 인도라는 퍼즐을 맞춰보는 계기를 줄 것이다. 물론 이 퍼즐은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맞추려는 시도를 줌으로써 생각하는 기회를 같이 줄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이 그림조각들을 맞추는 즐거움을 맛보길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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