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을 꾼다. 내가 서있는 이 곳이 힘이 들어질때, 일상이란 평범함을 벗고 나를 망각하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은 꿈을 꾼다. 하나 가득 차오른 마음 한 곳을 멀리 어느 곳에 버리고 오고 싶은 기대로 우리는 짐을 챙기고 차를 타고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 지쳐버린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설레임은 그 순간 시작된다.

인도라는 내가 모르던 곳을 하늘 호수라 명명하고 그 호수를 아름답게 비추어 내보여준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설레임 한 자락을 선물했다. 우리 나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호기심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호기심을 달래줄 책을 찾고 있을때 이 책이 손에 닿았다던 것은 작은 행운쯤으로 여긴다.

익어가는 벼가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을때, 그 벼를 심고 가꾸던 농부들에게 이삭 이삭에 달리 쌀알은 하나하나 그대로 생명으로 다가 온다. 캔버스를 들고 지나가던 화가에게 바람에 흐르는 그 들판은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허수아비가 지키고 서있는 그 곳은 배곯은 참새들에게는 이상의 낙원이 된다. 이런 얘기를 왜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나에게는 낯설고 무섭고 재미없는 곳으로 여기던 인도란 나라를 이 사람은 이렇게나 다르게 그려놓았다는게 나는 부러웠다.내가 갖지 못한 '나와는 다른 것을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눈'을 가진 작가의 얘기를 느리게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런 생각이 안들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모르는 인도라는 곳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곳곳에 이름모를 현자들의 말은 내 안에 작은 지식을 남겨주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그저 그걸 지나쳐버리지 않고 그런 말들을 삶을 살아가면서 기억하다보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주의깊게 둘러본 인도의 구석구석을 엿보다 보면, 별볼일 없게 넘겼던 내 재미없는 일상의 어느 구석에서 괜찮은 즐거움 하나쯤 발견할지도 모른다.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여기저기 순서없이 늘려져있는 즐거움을 찾아내다보면 어느새 꽤 근사한 그림 한장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이 책을 보면 인도라는 퍼즐을 맞춰보는 계기를 줄 것이다. 물론 이 퍼즐은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맞추려는 시도를 줌으로써 생각하는 기회를 같이 줄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편안하게 이 그림조각들을 맞추는 즐거움을 맛보길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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