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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우
권교정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고른건 우연히 본 작가의 단편에 끌려서 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붕우>라는 따분한 제목으로 된 만화책을 고르는 일은 하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권교정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엿보았다면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와 귀여운 여자의 지치지 않는 사랑얘기들을 그려내는 순정만화들 틈에서 이 작품은 독특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만화계의 '생존'의 틈에서 살아남기위한 조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야만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는 당연한 법칙속에서 작가가 택한건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흔히 옳다고 믿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렇게 믿어왔고 보아왔던 것들이 항상 존재한다. 이 책은 이런 고정관념들을 재치있게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재미있다. 원작이라는 타이틀을 잘못옮겨놓으면 그것은 많은 비난을 받으며 잊혀지는 졸작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알려진 작품을 옮겨다 쓰기란 보통 용기로는 힘든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다 알고 있는 동화를 각색하는 대단한 배짱을 보여준다. 이런 배짱이 작가의 실력에 힘입어 나를 감동시키는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이 되었다는 것에 나는 또 한번 감동했다.
어렸을때부터 들어왔던 나쁜 사람이 가슴 한편이 찡해지는 인정을, 사랑을 품은 사람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기뻤다. 어쩌면 우리모두는 이런 방법으로 세상을 봐야하는 경우가 있다는걸 잊고 사는건 아닐까?
원래부터 나쁜 사람,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그런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여유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날 옅은 감격함으로 밀어넣었다. 자신을 믿은 작가의 당당한 작품을 나는 권한다. 만화라는 장르가 단순한 여가채우기가 아니라고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