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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1
박은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박은아님의 <다정다감>이라는 작품을 읽었던 나에게 이 작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다정다감>은 그다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차분하게 읊어대는 나래이션과 현재까지는 희망을 예견할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사랑얘기는 어쩐지 예전에 보던 작가의 작품과는 확연히 달랐다고나 해야하나.
영호와 희진이라는 이복남매. 사실 이복남매의 사랑이라는 금기는 많이 다뤄진 소재이다. 금기라는게 어떤 식으로든 부정해야하는 요소와 함께 깨버리고 싶은 욕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영호와 희진의 얘기는 그 금기의 이중성을 최대한 활용해서 씌여지고 있는듯 싶다. 왜냐하면, 난 이런 금기들을 광적으로 그려내는 작품들은 봐왔고, 그때마다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으며 주인공들과 동화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들의 불안한 감정을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으로 표현해내며, 대사에 얽매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절묘한 장면들이 지루하지 않고 신선했으니까.
우리는 이 만화를 보면서도 뻔히 안되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을 갖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그런 생각대신 그 둘을 타인에서 가족으로 이어주는 엄마의 임신이라는 설정을 해놓음으로써 둘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그 상황속에서 갈등하는 그들의 고민을 조금더 가깝게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로 이어가는 그들의 평화로운 관계와 그 사이에서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내는 어리지만 열정적인 이 둘을 지켜보는 것이 안타까운 기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난 기대도 해본다. 그들의 불면증을 해소되는 날을 작가는 과연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