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핫 Cool Hot 1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2월
평점 :
절판


읽어가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이 있다면 그것은 뚜렷한 주인공들의 그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주인공의 몇마디 대사만 읽어보아도, 우리는 '아~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좀 섣부른 단언을 내릴 수 있을만큼 이 책의 주인공에는 비슷한 사람이란 없다. 모두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독특한 주인공들의 얘기는 그저 평범한 사람사는 얘기라는 점. 나는 이점을 높이 평가한다.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은 만화나 소설이나 영화나 모두 주력하는 한 부분일것이다. 하지만, 이만화만큼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한걸음 한걸음 서로와의 맞닿아가는 거리를 만들어내가는 이 만화를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 좋은 말들. 주인공들의 대화나 속마음의 나래이션이나 가끔 눈뿐만 아니라 머리도 멈춰버릴만큼 근사한 표현들이 있다. 말하고자 하는 것, 전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표현해내는 많은 말들이 나를 사로 잡았다. 어쩌면 이런것들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만화이기도 할 거라고 새각한다. 그만큼 유시진이라는 작가는 한국만화계의 하나의 선을 긋는 작가고 이 만화는 그 선의 중심이 되줄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여러 사람의 시선. 만화를 읽으면서 이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챌 순간 정말 흥분이 안 될 수 없었다. 그냥 한 번에 여러사람의 시선을 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뒤로 돌리는 필름처럼 그 사건은 루다에게서 동경이로, 재련이에게서 람이나 준휘에게로. 이렇게 돌아간다.

신선한 표현이고 절묘한 표현이다. 우리 사는 사회는 사실 이렇지 않은가? '누구나 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너는 이렇고 나는 이렇지. 라는 설명만이 가능할 뿐이다. 나는 이 만화는 전체적인 흐름과 부분적인 조합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진 만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은 아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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