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쿨 상
이석범 지음 / 살림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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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 그 역할을 상실해 버린 현 교육제도에서, 부모들의 주머니는 학원선생들의 몫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교육문제, 그리고 너무나 굳어져 버린 학벌 문제를 실날하게 꼬집고 있는 작품이다. 윈터스쿨, 그것은 돈 많은 마나님들이 자신들의 자식들을 위해 방학마다 시키는 과외의 일종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어쩌다 학원이라는 살벌하고 정없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자신도 그런식으로 변해간다. 부모들은 무조건 학벌 좋은 선생이라면 자신의 아이에게 붙여주길 원하고, 선생들은 실력보다는 졸업장이라는 종이에 그들의 생활 수준이 달라진다. 여기에 나오는 부모들이나 학원에 관한 이야기, 우리에게 과장된 소설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는 모르나, 때때마다 나오는 교육 뉴스를 보면 이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의 전체적인 짜임이나 결말은 그리 맘에 들지 않지만, 현실의 비판하는 목소리는 잠시나마 우리를 시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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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는 언덕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3
미우라 아야코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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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으로 기억된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아 빠르게 읽어나갔었다. 한 여자가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정서에는 안맞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누린다기 보다는 어쩔수 없는 운명에 이끌려 살아가는 주인공 여인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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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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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는 기억들이 진실일까? 검은 바탕의 회색점, 흰색 바탕의 회색점. 같은 명도의 회색일지라도 우리 눈은 검은 바탕의 회색점을 더 희다고 생각한다. 아주 쉬운 문제를(물론 누구나 답 할수 있는 OX문제) 묻고, 실험 대상만을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틀린 것을 답으로 지적하면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을 믿는다고 한다.

어떤 현상을 보는 우리의 눈,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우리의 뇌. 그것은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이다. 1984년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믿고 있는 것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의 진실성에 대해 자문해 보았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도 내가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사건이 일어났다고 인식하는 자신의 세계속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조지오웰은 무서운 상상을 했던 사람이다. 우리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지 못하는 사회.
그 사회에 대한 그럴듯한 그리고 섬찟한 이야기가 있다. 정말 꼭~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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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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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 못 들어본 이름인데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여학생이 되묻자 조국은 마치 부저를 누르듯이 탁자 밑의 내 발등을 꾹 밟았다.

소설가들은 가끔 일반인들로 하여금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작가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는 그녀의 재치있는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용 보다는 문체를 더욱 유심히 봤던 것 같다.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일상적인 일들, 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은희경은 아주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시대의 마이너리그에서 살아가고 있는 4명의 동창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같은 마이너리그를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위치 그리고 성격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모두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작가의 냉소적이지만은 않은 시선이 우리를 부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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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10
황미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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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무너지는 시그너스를 향해 무릎을 꿇고 외쳐대던 필라르 '신이여-!' 그리고, 화면뿐만아니라 내 눈가까지 적셔버린 그의 애통하고 슬픈 피의 절규.

<레드문>을 끝까지 보는 것이 두려워진것은 어느 부분부터였을까?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터지는 폭탄속에서도 살아남는 그를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생각- 이 책을 덮을때 쯤 되면 어쩌면 나는 필라르를 잃어버리는 것을 봐야할 지도 모른다는-이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버렸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운명, 사실 그런 영웅들은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들에게 불안감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그들 주위에는 그들을 위해 대신 죽어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언제나 난 그런 영웅들보다 주위의 그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을테지라며 그들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약간의 반발..영웅이라니.무슨 이런 영웅이..그렇게 억울한 심정을 느끼게 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필라르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그것이 아니었다. 책이나 영화에서 '희생'이란 주제를 다룰때 가끔은 억지스러운 단지 가상일뿐인 만들어진 감정만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필라르에게는 그렇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숭고한 희생- 이 말이 어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희생을 통해서 그들의 강함과 특별함을 부각하려는 다른 작품들과는 통해 그의 희생은 말그대로 모두를 위한 희생이었을뿐이다.

그를 위해 점을 치던 지화가 죽었을때, 그는 울면서 피를 토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도 울었다. 자신의 힘을, 모습을 모두 아즐라가 가졌을때도 울 수 밖에 없었다. 맙소사! 영웅이, 태양이 이런 모습이라니..이제 그는 당당한 그의 모습을 찾지 못할거라는 불안감이 안타까움이 나의 마음을 덮었을때.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아가씨 루나-그의 달-은 아즐라에게로 향했다.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무서워졌다. 그리고 사다드조차도 또 다른 태양 아즐라를 느끼고 있었다.

아즐라를 감싸 안으면서도 외로운 자신의 볼키에 눈물흘리는 루나를 보며, 유일한 자신의 태양인 필라르의 슬픔대신 아즐라의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사다드를 보며, 나는 그만둬주길 바랬다. 필라르에게 향한 내 마음은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는 완전히 동화되어 버린 연민이었다.

이렇게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순간도 한 눈팔지 않고 필라르에 대한 감정이 끊임없이 솟아날 수 있었다는 것은 나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밤을 새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언가 다른걸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무엇을했었더라도 이만큼 큰 만족감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마, 다른 사람들은 아즐라의 아픔에 더 공감할 지도 모르겠다. 필라르를 좋아하지만, 차마 아즐라를 미워할 수 없었던 나처럼 말이다. 그리고, 아름답고 강한 필라르의 유일한 사랑인 루나에게 빠져버릴지도 모르지. 슬픔때문에 지쳐서 우는 나약한 사람대신 쓰러져도 언제나 다시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우니까. 그리고,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사인 사다드의 진심으로 이루어진 충성심을 매력적으로 보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 사다드를 언제나 가슴한켠에 슬픔을 간직한채 바라보던, 종잡을 수 없는 데스티노도, 진희와 지화..이 많은 인물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희망'이었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지금 필요한게 무엇인지 조금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조금 슬프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슬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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