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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노트 Death Note 2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특별한' 존재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된 상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어렸을 적 지구를 구하기 위해 늘 악당들 틈에서 줄기차게 싸움만했던 독수리 5형제가 되보기도 하며, 어떤 사건이라도 진실을 구해내고 마는 홈즈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며, 반대로 매력적인 뤼팽을 꿈꾸기도 한다.
이들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많은 난관들과 어려움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별해 질 수가 있다는 데 이런 것쯤이야 가뿐하게 감수해버리곤 한다.
왜?
그것은 지금 나의 자리가 평범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평화로울 수 있는 이 삶의 테두리가 나쁘게 말하자면, '심심해질'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심심함'이 바로 이 만화를 만들어냈다. 무료한 사신이 자신의 노트를 인간세상에 던져놓고는 '음..이게 어떻게 되려나?'라는 단순 호기심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이 책으로 끌어 들였다.
동시에 앞에서 말한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 라이토를 보는 즐거움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랄까?
어쨌든, 이 만화. 제대로 건진 수작이다.
'얼굴과 이름을 아는 상대를, 말 그대로 내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사신의 노트'를 줍게 된 '심신 모두 권장할만한 건강함을 가지고 있는 지적이고 게다가 대담하기까지한 모범적인 고등학생'의 이야기.
소재부터 눈길을 끄는 데스노트는 그 매력을 이 곳, 저 곳에 잔뜩 흘려버리고 만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 보일듯 말듯한 해결의 실마리, 박빙의 승부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독특한 두 인물의 대결구도, 끊임없이 머릿속을 가르는 질문들과 더불어 이제는 귀여워보이는 사신특유의 솔직함과 담백함.
...멋지다!
재미있고, 독특하며, 흡입력이 강한 만화라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아마도..(과장을 조금 보탠다면)없지 않을까?
이 소재를 살려내는 이야기 전개의 가장 큰 획은 '라이토, L 둘 중에 누가 죽을 것이냐?'라는 외부적인 요소와 함께 '라이토의 선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라는 내부적인 물음일게다.
외부적인 요소는 기가막힌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진행되고 있으니, 이 만화를 통해서 그저 즐겨보기를 바란다.
사신이 인간사회에 보내는 '인간은 정말 신기해'라는 궁금증 역시 흥미롭다. 사신이라는 그 냉혹한 말 뒤에서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게, 때론 잔인하게 인간을 바라보는 사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볼만하다.
이 만화를 보는 개개인에게 주어진 문제는 바로 '저 놈은 죽을만해, 당연히 죽어 마땅하지!'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을 라이토의 능력으로 '죽여준다면' 이상적인 사회가 올 것인가? 아니 그 전에 그것에 대해 찬성해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반대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형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판단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므로. 자기 스스로를 '절대 선'으로 믿고 있는 이상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며 아무 거리낌없이 '죽음의 처형'을 계속 집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까, 이 만화?
사신의 호기심 하나에 바뀌어버린 한 아이의 인생과 그로인해 변해가는 인간사회의 모습.
스펙터클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등등의 뻔한 소개말을, 이 작품 앞에 나도 쓰고 싶다.
아아..그리고, 어쨌든 나에게 이런 노트따위는 주지 않았으면.
남의 운명을 바꿔버리고 멀쩡할 수 없는 정신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은 욕망과 호기심을 가진 더 할 수 없이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