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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ㅣ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탐정(?) 펠 박사는 어느날 세 사람의 방문을 받는다. 존 캐러더스, 허버트 암스트롱, 데이비드 해들리. 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성격을 지닌 이 세 사람은 어떤 괴상한 사건 하나를 맞닥뜨리고는 개성껏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언뜻 봐서는 괴상하기만 한 사건은 그들의 사고를 통하여 한 꺼풀씩 벗겨져가지만,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하나가 꼬리를 무는 식으로 깔끔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끝내는 펠 박사의 조언을 얻기 위해 그를 찾아오지만, 번갈아 이야기를 하는 중에 꾸벅꾸벅 난로 옆에서 졸고 있던 펠 박사가 과연 그들을 도울 수 있을런지...
한참 전에 실버버그 아저씨가 쓴 <두개골의 서>의 후기를 읽다가 그가 '내 다시는 화자를 바꿔서 쓰나봐라! ㅠㅠㅠㅠ' 라며 울부짖는 문구를 보며, 읽는 나도 정신없었는데 쓰는 사람은 오죽했겠어 - 라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SF의 거장은 자아분열을 느꼈다는데, 추리소설의 거장은 그런 것 따윈 개의치 않는지 개성 있는 세 사람의 시선이 괴상한 사건과 더불어 책장 넘어가는 속도를 점점 빠르게 도와주는 덕에 즐겁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가끔 (특히 김전일이라던가, 김전일이라던가, 김전일 할아버지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나 추리만화를 읽다보면 지나치게 완벽한 계획살인인 덕에 탐정이 답을 술술 풀어주기 전에는 등장하는 단서와 트릭을 도통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딕슨 카가 쓴 이 글이 더 즐거웠던 것이 무려 네 명의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머리를 감싸도 사건은 여전히 알 듯 말 듯 오리무중이고, 작위적인 단서와 그렇지 않은 단서도 섞여있고, 또 그들이 추리를 하며 문제를 하나 풀어내곤 기뻐하는 모습이 책 밖에서 그들의 모습을 살피는 독자와 닮아서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홈즈 시리즈보다 훠얼씬 더 재미있었던 글. 열심히 설명하는 내내 졸다가 대뜸 개운하게 사건을 풀어버린 펠 박사의 모습을 다른 글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일본식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