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상 674층, 거주 인구는 50만명. 건물 하나가 하나의 국가인 '빈스토크'. 수직으로도 수평으로도 넓고 높기만 한 그 곳에서 북적거리며 살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소설집 <타워>입니다. 멋진 표지, 삽화, 제목(?)을 버무린 오멜라스에게 박수를 짝짝짝.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설마 동방박사 패러딘가 했는데, 정말 동방박사 패러디더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실존인물 같아서 매우.. 가슴아팠다. 가방 끈 길어봤자 다 소용없다니까 (까질해진 L모씨)

 자연예찬

처음엔 이게 대체 뭔 글인가 싶었는데, 작가 K가 왜 자연예찬을 시작했는지를 알리는 부분부터 흥미로웠다. 그 미친 출판사와, 나무를 예찬하는 K의 글을 보다 내심 뜨끔하더라. 마지막 한 장은 쬐끔 아쉬웠다. 의도는 알겠는데.. 뭔가 너무 고전적이라서 아쉬운 느낌.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다른 것 보다 헤어진 연인을 찾는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어찌 생각하면 뻔한 이야기, 동화처럼 낭만적으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가 그들이 '헤어졌다'라는 설정 하나때문에 진한 현실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마지막 열반 이야기는 빼도 좋았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여기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데, 사실 광장의 아미타불과 샤리아에~ 보다는 딱 여기까지가 마음에 든다. SF라는 이유로 그냥 어처구니없어하며 혹은 웃으며 읽을 수도 있지만, 사실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에 나오는 이런 부조리한 사태는 찾아보면 널리고 널렸다. 개인적인 취향에선 쬐끔 벗어나있지만 여섯 편의 소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이렇게 여섯 편의 단편 소설과,

부록
1 작가 K의 『곰신의 오후』 중에서
2 카페 빈스토킹 - 『520층 연구』 서문 중에서
3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4 「타워 개념어 사전」

이렇게 네 개의 부록이 있어요.

한 두 주 정신없이 살다가 조금 가벼운 글이 읽고 싶던 차에, 어딘가에서 읽은 유쾌하다는 평이 문득 떠올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별로 가볍진 않네요 ㅠㅠ 어찌되었든 배명훈님의 글은 무척 오랜만이라 반가웠습니다. 각각의 단편이 아슬아슬하게 현실을 꼬집고 있어서, 이거 SF 라는 포장이 없었더라면 살짝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모든 단편이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빈스토크'라는 커다란 구조 안에 무척 멋지게 섞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연구실 생활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가슴치며 읽었을 '동원 박사~'와 사람의 따뜻함과 시림을 한번에 보여준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가 가장 좋았습니다.

사 실 오멜라스에서 책을 낸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장편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연작소설이라는 소리에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 내기 위해서는 연작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읽었고, 가슴 뜨금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마도 칭찬만큼 비판도 듬뿍 받을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세한 비판은 마음에만 담아두고... 우선은 젊은 작가고, 한국인이면서 드물게 SF 를 썼고, 또 재미있는 글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 오멜라스 책 너무 예쁘게 만드는거 아냐?!?+ 부록의 빈스토킹을 읽고서야 눈치챈건데, 아마도 빈스토크 Bean's Talk?
+ 외국작가의 책을 소개할 때는 XXXX의 입니다 소리가 쉽게 나오는데, 한국인이면 꼭 끝에 '님'을 붙여줘야 할 것 같다. 앞으론 외국작가의 이름에도 님을 붙이도록 노력하던가말던가 해야지.+ 090803 나머지 두 단편도 쓰려다가 관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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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권이 곧 나온다고 합니다.

란포는 사인을 할 때 <うつしよは夢、夜の夢こそまこと。1>  라는 문장을 함께 쓰곤 했다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한 문장이 에도가와 란포의 글의 특징을 보여준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 문장이 란포보다는 미야자와 겐지의 글과 더 맞는다고 생각해요.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은하철도의 밤>부터 <첼로켜는 고슈>, 무섭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주문 많은 요리점>까지 환상소설과 동화의 경계에 머무르며 꿈과 현실을 오간 그의 글이야말로 저 문장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저 말을 처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줄곧 미야자와 겐지가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저 문장의 주인을 찾는 것에서 에도가와 란포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 문장으로 시작하는 곡도 있고, 저 문장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만화도 있어요.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란포의 영화도 들어보았을 테고, 20년대 일본 소설을 좋아하면, 혹은 일본의 그 다양한 추리 소설의 원류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문장이고 한 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사람이 에도가와 란포라고 생각합니다. 덤으로 그의 이름을 딴 10년째 유명세를 달리고 있는 꼬마도 한 명 있잖아요. 에도가와 코난.

몽환적인 느낌의 사인과는 다르게, 란포의 글은 막상 읽어보면 의외로 퍼즐풀이 방식의 추리소설이 많습니다. 은근 번역된 적 많은 <2전짜리 동전>도 처음 읽어서는 쉴새없이 암호를 풀어대는 주인공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 저 사인을 쓴 사람과 동인인물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영화 소개와 동서에서 번역된 소설을 먼저 접했는데, 사실 사방에 권해주기 좀 난감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호와 추리 뒤에 숨겨진 인간에 대한 시선이 괴팍하다는 수식어가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음침하거든요.

각설하고. 1권이 나온 뒤에 3권이 먼저 나오고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책이라, 내심 심의에 걸린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출판된다니 다행이네요. 단편보다는 장편을, 추리나 트릭보다는 그의 환상과 그로테스크가 섞인 기괴한 문장을 좋아하기에 2권이 나오길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도 하나 있어서, 더욱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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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스포일러 주의 : 추리소설 감상읽고 스포일러 당했다고 우시면 곤란합니다)

때 는 (아마도) 1900년대 초반, 파리의 부유하고 인기 좋은 살리니 공작은 루이즈와 결혼한다. 행복해야 할 그들은 부부는 그러나, 루이즈의 전 남편인 로랑의 위협으로 신혼여행도 떠나지 못하고 파리의 경시청 총감 방코랭에게 보호를 요청한 처지이다. 쉽게 말해 사이코패스인 로랑은 살리니 공작을 죽이겠다는 대담한 예고장을 보냈고,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바에서 살리니 공작은 목숨을 잃게 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있지만 어디있는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른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코랭은 로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존 딕슨 카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누구누구 말처럼 70년 전의 소설임에도 고리타분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꼬아놓지도 않아서 재미있네요. 몇 달 전에 서점에서 <벨벳의 악마>를 집어오려다가 역사 미스터리라는 소개에 손에서 놓았는데, 집어와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트릭은 이번에'도' 포기했지만, 등장인물이 극히 제한되어 있고 복선과 힌트를 무척 많이 주었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 또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유추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트릭보다는 조금씩 밝혀지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와 로랑을 묘사하는 딕슨 카의 글솜씨에 반해 책장을 즐겁게 넘길 수 있었어요. 서양권 추리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배배꼬인 일본 추리 소설만 줄창 읽다가 손에 드니 무척 가뿐하게 책장이 넘어가서 좋았습니다.

트릭은 있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이지도 않고, 꼬인 인간사도 있지만 너무 질척하지는 않고, 깔끔하게 균형 잘 맞는 추리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 데뷔작이라는데, 다음 글은 어떨지 기대된다.
+ 배경이 1900년대인데 단두대 이야기가 나온다. 무서운 프랑스.. 그냥 비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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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마인드 시즌1 박스세트 (6disc) - 할인행사
제프 데이비스 외 감독, 맨디 파티킨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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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리가 작고, 케이블에서 본 것과 높임말 사용이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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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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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를 지도로 본다기에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도로 보는' 이라는 제목보다는 '그림과 함께 보는' 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과학에 관한 비중을 좀 더 높였을 뿐, 전체적인 구성은 세계사 교과서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일단 과학'사'니까. 요즘들어 20세기 과학만, 그것도 특정분야만 줄창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인지 과학사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아무런 의심없이 근,현대 과학사를 훑어보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책장을 들춰보니 기원전의 수학과 건축사까지 포함해서 무척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고등학교 정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사 수업이나 백과사전용 참고서로는 쓰기 좋은 책이었지만, 재미삼아 읽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너무 간략하게 소개하고 지나갈 뿐이라 그렇게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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