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6
노발리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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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온통 시인처럼 사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딱딱한 정의를 내리는게 아니다. 여행하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사랑한다. 모든 것이 낭만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슬픔조차도 영원을 위한 예비로 보이는 한 편의 동화 같다. 액자식으로 이어지는 많은 이야기가 독일판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는듯.

낭만주의 소설은 집중해서 읽으면 행복하지만, 어딘가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시대의 현실을 너무 외면하는듯한 느낌과 자연친화적인 척 하면서 극도로 인간중심적인 모습이 가끔 불편하다. 그래도 낭만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나조차 '이게 낭만주의구나' 할 정도로 신비롭고 환상적인 낭만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푸른 꽃'이 19세기 낭만주의의 극치라고 할 정도로. 하인리히와 마틸데의 사랑의 속삭임은 10대의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을 보는 것 같을 정도로 유치하지만, 영원하고 자연마저 축복해주는 숭고한 사랑에 대한 숭고한 믿음에 공감하지 않는걸 보면 나도 늙었나 싶기도 하고.

노발리스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1801년에 세상을 떴다. 나도 애매한 결말은 좋아하지만 그래도 미완성이라니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이 책을 소개받지 않았으면 안 읽었겠지. 작가의 폐렴 때문에 꿈같은 동화가 어이없이 끝나버린 후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 나오듯이 끝난다. 세상 일은 때로는 시작했나 싶은 순간에 끝나기도 하잖아요. 웬지 훨씬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아쉽다.

웬지 졸업하기 전에 중도에서 책 빌려보고 싶어서 (누군가 졸업생 환송회 때 똑같이 말했다.) 빌린건데, 결국 '크눌프'랑 '푸른꽃' 둘 다 사고 말았다. 사 보기 아까울 것 같은 책이 아니면 빌려보지 말아야지. 갖다주기만 귀찮고. 라고 써놓고 보니 이제 빌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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