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창비아동문고 128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창비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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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 살 때 이 책을 읽었으니 벌써 17년이 흘렀다. 기억나지 않는 내용도 많지만, 이 동화책의 아름다움과 재미는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버리지 않고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놔둔 동화책 중에 하나다. 나름대로 SF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래나 철제로봇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상파의 그림에 나올 것만 같은 정원이 펼쳐지는 우아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시간 개념에 대해서 더 이야기한다면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논하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초반부에 이 책을 읽을 때 흥미롭지 않다고 해서 책을 놓지 말고 조금은 참고 계속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나도 혼란스럽고 조금 이해하기 어려워서 이 책을 처음에 그만 읽을 뻔 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재미있어진다. 특히나 마음 속에 그리워하는 시간이 다른 이의 환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놀랍다.

이 책의 시간과 공간이 주는 교훈은 절대로 우리의 현재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 생활에서 무엇인가 어긋났을 때도 단지 현재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지나온 시절을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시절에 경험한 따뜻한 관계, 행복한 추억이 내 몸속에 스며들어 현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고 있다고 믿는 것은, 실은, 잊고 있는 것이 아니다.  

톰의 정원 속 해티가 아름다운 추억을 가졌듯이,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13이라는 숫자가 오히려 좋아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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