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사람의 여행은, 행복이 과연 내면에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행복은 사실 외부와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디로 가면 행복할까.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서 온다는 인지치료와 자기계발서에 대한 냉소적 시선과 함께.

그래서 이 사람은 행복하기로 유명한 나라들을 떠돌아 다닌다.

여러 나라 여행 중에 인상적이었던건 아이슬란드, 카타르, 몰도바편이었다. 그 나라의 풍경과 공기가 느껴진다. 한번도 가본 적 없지만은. 특히 몰도바의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필자도 경계하는 confirmation bias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절묘해! 

사람이 시기(질투)로 인해서 불행해진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행복한가 하고 고민하다보면 불행해지는 것. 그 두가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공감한다.

특히, 내가 행복한가 하고 깊이 고민하다 보면, 나도 괜히 서글퍼진다. 그러한 질문에서 '행복'은 너무 좁은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왜 그렇지?)  차라리 내가 정말로 불행한지 묻는 편이 더 낫다. 진정한 불행 역시 내 인생에서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겐 행복이나 불행이나 둘 다 너무 무거운 단어이다. 웬지 현 시점의 느낌 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들을 적분해서 표현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 보다 더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점인데 나의 경우는 두려움과 미움을 극복해야 할 것 같다. 이 세상에 듣기만 해도 무서워서 눈물나는 단어가 세개나 있다. 이 세상에 비슷한 이름만 들어도 하루 종일 불쾌한 사람이 셋이나 있다.  곧 서른인데 말이다! 알면서도 왜 이리 어려운지. 돈이 없어 힘든 몰도바 사람들도 어쩌면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못할 지도 모른다. 세상 일이...안다고 되는게 아니었잖아. 앞으로도 아닐꺼잖아.

아무튼 이 책이 가져다 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다른 이들의 불행 앞에서 그들의 탓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행복은 정말로 우리의 바깥에도 있다. "행복해라"라고 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불행한 사람에게 행복은 당신 안에 있다고 말함으로써 더 좌절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의 메세지이다. 

 

더 생각하게 된 것 몇가지.
1. 뉴욕타임즈 기자(및 그 출신)들이 쓴 책은 평생 못잊을 책은 아니지만 웬만하면 평균 이상이다.
2. 우리 나라 사람들은 '빨리 빨리'하려고 해서 오히려 더 행복한 것 같다.
3. 몇 나라 여행해보지 못했지만 만약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함부르크에 가고 싶다. 안정적이면서도 심심해보이지는 않은... 조용히 글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최신 영화도 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곳. 자전거 타기도 좋지만 완전히 술에 취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곳.  
4. 나는 치아교정이 끝나면 지금보다 행복해질 것을 확신한다.
5. 내 신랑은 내가 해준 밥을 같이 먹는게 밖에서 밥을 사먹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한다. 그러나 설거지를 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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