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호불호가 분명한 내 성격상 거침없이 걸어가는 이 길이 옳다고 믿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삶이 내가 원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해본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침대에 눕고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단잠 속에 파묻혀 버렸다. 그런 날이 수없이 흘러갔다. 그저 열심히 살면 삶이 달라지고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저렇게 앞만 보고 살아와서일까.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일하는 존 우드의 모습을 보면서 웬지 남 이야기 같지만은 않았다.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날 때부터 마음씨가 남들보다 고와서 독하지도 않은 사람일 것 같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달랐다. 비록 내가 존 우드처럼 멋지게 승진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바쁘게 살고 남들 같은 야망을 가지고 휴가 때는 좋은 리조트에 가고 싶어하던 사람이라서 책의 초반부터 더욱 공감이 갔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지사 서열2위라는 자리를 내던지고 직접 그림 그리는 여자친구를 포기할 수 있었을까. 사실 그는 처음부터 회사를 나와서 일할 생각은 아니었다. 네팔에 갔다가 책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았고 “자신이 보여주는 능력과 앞으로 보여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가를 알아가는 것을 겁낼 이유는 없다.”라는 키에르케고르의 문장에 감화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와서 일상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도와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는 어떤 부분보다도 그가 일을 시작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살면서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해볼까 저것을 해볼까 생각은 많았지만 행동하지 않아 사라져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른 이유는 없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친구가 말했듯 반창고를 떼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 하나는 빠르게 고통스럽게 뿐이라는 말에서 보듯, 중요한 것은 지금하고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한 일이 있다면 지금 여기서 하든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든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존 우드와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자신의 가치관을 강조하지도 않고 자원봉사를 하며 사는 그의 삶이 가장 옳고 가장 숭고하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결과를 말할 뿐이다. 열심히 뛰었고 그로 인해서 얼마나 도서관을 지었는지 얼마나 기금을 모았는지. 특히 홍콩의 자선파티에서 신기록을 경신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도 신이 나서 함께 흥분하게 된다. 보스턴에서 당황한 그를 보며 나도 열심히 준비한 발표를 해놓고 공감하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봉사의 정신보다는 결과를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더 좋은 결과에 도달하였다. 도서관을 짓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도서관을 몇 개 지었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도와줬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런 면은 의사로서도 본받을 부분이다. 전공의 시절에도 내가 얼마나 열심히 환자를 보고 있는지 보여주고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일이 잘 되어 있고 환자가 잘 나아서 퇴원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를 위해 사는 것이든 남을 위해 사는 것이든 만만한 것은 없다.  


이 책을 읽고 3천 개의 도서관을 지은 그의 대단한 업적과 빠른 속도로 자신의 자선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에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픽션 같은 논픽션, 그리고 숱한 자기계발서보다 더욱 성공에 대해서 잘 말해주는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존 우드의 우상이 카네기라고 밝혔지만 사실 나는 어렸을 적 카네기의 위인전기를 읽었을 때보다 더욱 감동을 받았다. 카네기는 벌어놓은 많은 돈으로 도서관을 지었지만, 존 우드는 여러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모아서 도서관을 지었기에 더욱 위대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나는 지금 나의 자리를 박차고 히말라야로 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 동안 나를 위해서 열심히 앞으로만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남을 위해서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을 도우는 일에 있어서 주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존 우드의 삶이 증명하지 않았는가. 나보다 못한 이들을 돕는 삶이 아름답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다. 다만 행동할 기회가 된다면 결심이 선다면 존 우드처럼 바로 행동하고 쓸데없는 말 대신 결과로 말하는 것, 이것이 바로 Room to Read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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