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우리나라 여자 작가의 글을 싫어한다. 너무 감상적이고 그저 일기 같고 독자oriented가 아니라 self-oriented 되어있는 듯한 느낌. 또한 글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이나 공부를 거의 안 한 듯한 글이 대부분이다. 결정적으로 그런걸 읽고 있으면 나까지 처량한 여자가 되는 것 같고, 주인공들이 하나같이...'여자라면' 자살 시도 몇번쯤 해주고 성추행의 아픈 기억 있고 직장은 몇 번 쯤 옮겨줘야 한다고 은근히 조금 unstable한 여자의 성격에 대한 옹호랄까. 그래서 우리나라 내노라 하는 여자 소설가들의 글은 절대 읽지 않고 그런거야 말로 불온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려령이라는 이 사람, 좀 다르다. 2 웬지 가벼워 보이는 표지 탓에 후배가 책을 주지 않았더라면 먼저 사서 보지는 않았을텐데. '완득이'를 읽고 있으면 오쿠다 히데오 생각이 나기도 하고 성석제가 떠오르기도 한다. 오쿠다히데오보다는 무겁고, '난쏘공'보다는 가볍다. 청소년들은 정말이지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다' 속의 웬지 여리여리 청소년들보다는 우리 완득이가 훨씬 낫다. 3 두께에 비해 술술 빨리 읽힌다. 대화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왔다 갔다 하면 다 읽는다. 4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완득이 보다 여기 나온 선생님이 더 좋다. 정말이지 초중고 다니면서 이런 선생님 한 분만 만났더라면, 공교육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을껄. 5 어찌 보면 굉장히 비참하고 구슬프게 흘러갈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경쾌한 문체로 진행한다. 눈물이 날 때쯤 웃겨버리는 이 여자, 앞으로 기대된다. 특히 밀레의 '이삭줍기'에 대한 완득이의 해석이나 다같이 폐닭을 먹는 장면은 정말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