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KBS일요스페셜 팀 취재, 정혜원 글 / 거름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무엇이 문제일까?

유한킴벌리를 다 읽었다.

원래 아는 내용이었기 때문일까? 맹맹하고 재미가 없었다. 처음 문국현 사장의 강의를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처럼 감동도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답답한 마음에 다시 처음 들었던 그 라디오 강의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5월30일자 강의를 들을 수 없었다. 문국현 사장이 말하는 유한킴벌리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이 그것들을 넘어서지 못해서일까?

책을 다 읽고도 심심해서 이리저리 뒤적거려보았다.


책의 얼굴이 너무 맹맹하다

다시 책을 겉표지부터 꼼꼼히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책이름이 좀 맹맹하지 않은가 싶었다.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이것은 좋은 제목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인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 베스트셀러들을 훑어보면 제목의 힘이 좀 딸린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없어도 땅을 사라,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더 좋다, 설득의 심리학,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적어도 좀더 힘있는 제목으로 가야 하지 않았나 싶다.

‘기업에서도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거나, 그런 좀더 강한 힘을 가진 구체적인 제목으로 나가야 하지 않았나 싶다. 너무 추상적인 제목이었다.


책표지에 씌어진 글들도 다 심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름 아래에 씌어진 광고카피성 글들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어떻게 좋은가를 구체적으로 씌어져야 한다. 만일 추상적으로 쓸 것이라면 뻥이라도 쳐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이 광고카피의 목적 아닌가. 그런데 맹맹한 추상성으로 뻗대고 있다. 다음 글이 책 이름 아래 씌어져 있는 글이다.


눈만 뜨면 달려가고 싶은 회사, 평생 동안 일하다 뼈를 묻고 싶은 회사, 세계에 맞서는 푸른 경쟁력으로 동반성장의 신화를 이룩한 아시아 최고의 일하기 좋은 기업, 유한킴벌리! 경기 침체, 고용 불안, 총체적인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유한킴벌리 사람들은 사는 맛이 다르다. 500만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 모든 사회구성원이 행복해지는 마지막 해법을 유한킴버리에서 찾는다!


이 글을 줄이면 다음과 같다.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유한킴벌리는 직원들이 좋아하는, 좋은회사입니다. 그 회사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의 행복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줄일 수 있는 이유는 말만 많았지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렇다. 그 점은 책 뒤표지도 마찬가지다.

표지 디자인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디자이너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충분히 고민하고 만든 디자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책의 구성

다음과 같이 네 개의 큰 덩어리가 들어 있다.

1.한국형 생활 모델 -삶의혁명! 4일근무 4일휴식

2.한국형 조직 모델 -육체노동자를 지식노동자로 만드는 회사

3.한국형 경영 모델 -나눔과 상생의 아름다운 공동체

4.한국형 성장 모델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법

부록 - 문국현 사장 인터뷰

 

아마도 드라마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차례를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찬사일색이다. 글의 내용을 보아도 ‘좋아, 좋아’만 되풀이되고 있다. 글이 잘 다듬어져 있지도 않다.

맨 앞의 글 한국형 생활 모델을 읽어보면 오늘날 유한킴벌리를 만든 4조2교대 근무시스템으로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으면 건조한 갈등구조를 조금 보이고 있다. 그 부분이 지나면 어떤 드라마도 없다.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는 천국일 따름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유한킴벌리의 회사구조와 문국현 사장의 신념에 찬사를 보낸다. 5월30일 라디오에서 문국현 사장의 강의를 들은 뒤 흠뻑 취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굴뚝산업의 갈길을, 우리나라 다른 많은 시스템의 행복한 모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없을까? 오히려 너무 맹물 같아서 책에 실망하게 될까. 좀더 정독하면서 그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

 

취재팀의 의도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KBS 일요스페셜에서 뉴패러다임을 소개하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소개라는 말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대입시키면 그 정도의 무게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문가가 쓰면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유한킴벌리는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는 좋은 점과 함께 약점도 있다.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IBM 제국이 쓰러지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 예가 논점에서 조금 벗어난 것일지 모르지만, 전문가의 눈으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소개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  책을 맹맹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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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7-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경제부 기자같은 저자가 썼다면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창래 2004-07-0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과 같은 정보검색 시스템이 일반화된 지금 책은 나름대로 가져야 할 덕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은 나무를 베어 만들어진 종이를 쓰는 제조업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공해산업입니다. 숲 하나를 창고 속에 쌓아두거나 인터넷으로 충분한 내용을, 책이라는 형식에 걸맞는 무게로 실어내지 못할 때 죄에 가까운 작업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일요스페셜이라는 영상이라는 매체가 더 효과적이라면 그쪽으로 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