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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행복해지기를 꿈꾸는 부모교육서
올해 들어 부모교육서가 많이 나왔다. 1996년에 박혜란이 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아이 셋을 모두 서울대학에 보낸 엄마 이야기라는 ‘광고’ 카피를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 셋을 생각이 달랐다. 엄마가 ‘잘 키웠기’ 때문이 아니라 알아서 잘 자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박혜란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뜻대로 자랄 수 있도록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그 힘든(?) 일을 해낸 즐거운 육아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썼다. 이 책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감동도 있다. 그저 ‘내 아이 셋’을 키운 경험만으로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 키우는 문제에는 ‘정답’을 찾기 어렵다. 아이마다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객관화할 수 있는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책을 써야 마땅하다. 박혜란은 여성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교육운동을 했다.
꼭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부모교육서가 나왔지만 올해는 유난스럽게 많다. 그저 ‘자기 아이 한둘’을 키워본 경험만으로 책을 쓴 사람도 많다. 이제 겨우 스무살 남짓 된 아이 둘이 일류대학에 갔다고 아이 키우기에 성공했다고 말한다(그런가?). 글쓴이는 국문학이나 미술사를 전공했으니 ‘교육학’ 쪽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오랜 가부장 사회에서 어머니들의 성공은 자식 ‘계급장’으로 가늠했다. 신사임당은 한 사람으로서 뛰어났지만 늘 성공한 자식 ‘율곡의 어머니’였다. 그런 전통(?)은 어떤 방법으로든 ‘성공한 자식’을 만들어내려는 목적을 가진, 비정한 어머니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나온 훌륭한 어머니 이야기는 전 근대적인 위인전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최고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 어머니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웠느냐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키워낸 ‘어머니’가 한 사람이라도 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라는 책이 떠오른다. 장애인 아이를 잘 키워낸 부모 이야기다. 그들은 전문가 의견을 거스르면서까지 ‘아이를 위한 생각’을 고집했다. 그래서 만 3살쯤 되었을 때는 그렇게도 비관적이던 전문가 예측을 뒤엎고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아이로 길러낸다. 훌륭한 부모는 이런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대단해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 아이’만 잘 되기를 바라는 방법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나온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관장 박영숙이 쓴 책,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에 담긴 이야기는 참 값지다. 어린이도서관은 그저 책을 모아둔 곳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누리며 꾸려가는 공동체 공간이다. 박영숙은 깊이 있는 인문학적인 바탕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고 나눈 이야기를 썼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편하고 즐겁게 자라는 아이는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느티나무 아이들은 책 읽기를 즐긴다. 그것은 책이 있는 공간에서 자란 결과일 뿐, ‘가르친 것’이 아니다. 이 책에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엄마와 아이가 다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교보문고뿐 아니라 인터넷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이다. 그저 내 아이 하나 성공시키는 방법을 담은, ‘사용설명서’ 같은 책이 인기를 누리는 현실에서도 밝은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