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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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국민 시인 네루다.

한 나라의 국민 및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거대한 문인이다.

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또 하나의 출중한 작가가 그가 등장하는 소설을 썼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 나라에도 소개되었던 "일 포스티노"

라틴 문학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로서는 꼭 읽어야 했던 작품이지만

정말로 고이 아껴두었다가 책이 잘 안 읽힐 때 즐겁게 읽어야 싶어 놓아두었던 책.

드디어 때가 왔다.

힘들고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고 뭔가 즐거워지고 싶었던 어느 날 저녁,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해 바로 끝까지 읽어 버렸다.

 

라틴 아메리카 답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나 비현실적일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낙천적이든, 규칙을 가지고 있든, 열정적인 사랑을 하든

대강하는 법이 없이 화끈하게 모든 일을 한다.

내가 알기로 네루다 역시 그런 열정으로 글을 썼고, 사랑을 했고, 투쟁을 했다.

 

그러한 열정으로 삶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

칠레의 어두운 정치적 현실이 드러나고,

네루다와 우편 배달부 사이의 대화에서 '메타포'를 통한 삶에 대한 성찰이 나타난다.

비현실적일 것 같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웃게 만들지만

마치 삐에로의 웃음과 같이 그 웃음은 단지 웃음이 아닌, 삶이 실려 있는 웃음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편 배달부와 위대한 시인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우정은,

진정한 우정이 될 수 있었다.

 

나 역시,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친구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남미 문학에 빠져 있는 건

우울한 정치적 현실과 뒤끓는 폭력과 가난이 버무려진 삶에서도

흥겨운 민속 음악에 맞춰 언제나 춤을 추고 웃고 즐길 줄 알며

배우지 못했어도 삶에 대해 나름대로 언제나 진지한 그들의 문화에 빠져 들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기대했던 딱 그대로의 책.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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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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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를 바꿔가며 고백체의 어투로 진행되는 특이한 소설.

어투가 비슷하여 문체 보다 화자의 정체성 먼저 봐야 한다.

성직자, 순교자, 자애자, 구도자, 신봉자, 전도자 의 여섯 등장 인물들은

각기 작가가 부여한 철저한 성격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담담하게 고백해 나간다.

 

한 꼬마 여자 아이의 참담한 죽음을 둘러싸고

그 죽음에 연루된 이들의 모습과 내면을 찬찬히 드러내고 있는데,

하나씩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과

그 전말을 이룰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내면적 정체성이

그들의 입으로 하나하나 밝혀질 때마다 읽는 이를 전율하게 만든다.

 

하나하나 살아있는 인물들의 성격과 히스토리,

그리고 그들이 조용히 들려주는 고백 탓에

어느새 독자는 그들의 삶과 인성에 공감하며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밖에 없도록 흘러가는 시간과 사건에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무서우리만큼 독자를 끌어가는 책이다.

왜 출간 당시 일본에서 그토록 화제가 되었는지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작품.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생각이 든다.

그들은 꼭 그렇게 행동해야 했을까?

그렇게 비극을 낳아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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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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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묘한 제목이다.

무엇이 부드러울까..

최근의 스릴러 소설들에 비하면 아주 얇은 두께의 이 책에는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여러 모로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한명의 소녀와 한명의 소년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일반적인 사회 통념으로 본다면 사회 부적응자이며 그래서 일탈적인 생각과 행동을 갖고 있다.

둘 모두 온전한 가정이 아닌 곳에서 성장하는데,

소녀와 소년 모두 나이를 넘어선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나,

결국 성적 일탈과 집착, 그리고 폭력과 죽음/살인에 대한 집착으로 서서히 자신을 무너뜨린다.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일탈적인 성향은

이 책의 제목인 '부드러움'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는 의미를 내포하지 않을까.

부드러운 성격이든, 부드러운 외모든

마치 장미의 가시와 같이 그 속에 진정 무엇이 담겨져 있는지는

결국 그 부드러움을 헤치고 깨뜨려야 알 수 있는 것.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TV 및 영화 시리즈 "트윈 픽스"나 또 "블루 벨벳" 등의 영화에서 그려졌듯이

겉으로의 부드러움과 평온의 이면에 숨겨진 아픔과 공포가 얼마나 아린 것인지 이 책은 그리고 있다.

소년의 짧은 독백들과 소녀의 다가감 속에 조용히 긴장감은 고조되는데

그들의 짧은 만남 속에서 서로의 이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이해하고 알아가게 되면서 그들은 겉의 부드러움을 깨뜨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관계가 된다.

그럼으로써 일탈성과 집착성을 (둘 사이 만큼에서는) 조금씩 버리며

그들 안의 '괴물'과도 같은 '부드럽지 않음'을 조금씩 버려갈 수 있게 되지만,

결말은 비극적이다.

 

결말에 나타나는 물.

손으로 움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지만,

그 깊이와 무게를 알 수 없는 물이야말로 'Tendernes'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상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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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 프랑스 연인과 함께 떠난 2,000시간의 사랑 여행기
정여진 글, 니콜라 주아나르 사진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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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간다.

그리고 대부분 그 살아감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리고 운명인지 개척인지 잠깐씩 생각하며

그 사이 어딘가로 대충 퉁쳐놓고 일상을 살아간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는

그 삶의 주는 무게가 만만치 않아져 우연과 필연 사이의 간극을 쳐다볼 여유가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그저, 큰 선택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나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닥쳐오는 큰 결과를 보게 되었을 때

이게 과연 나의 개척적인 선택인가, 혹은 이 결과가 나의 운명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될 뿐이다.

 

여기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젊은 여성이 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기로에서, 어찌 보면 우연과 필연 사이의 간극을 가장 절실히 바라보며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선택의 하나를 해야 하는 시기.

 

그녀의 선택은 남자 친구와 아프리카로 떠나는 것.

어찌 보면 한국이란 나라에서 일상을 벗어나 일탈적인 삶을 꾸릴 수 있는 방식 중의 거의 최고가 아닐까.

아프리카.

전세계 안 헤집고 다니는 곳이 없는 한국 여행자 조차도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나라에,

영어 지상주의 국가에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불어권.

거기에 또 다른 외국의 남자 친구까지.

 

그렇지만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었음을 책을 읽어가며 알게 된다.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친 시간들.

우연히 알게 된 시인.

그래서 우연히 공부하게 된 언어.

그래서 우연히 받은 메일.

이런 것들이 겹쳐 우연히 찾아온 사랑.

 

이런 우연들이 겹친 뒤 만난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하게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기 위한 선택으로 떠난 것이 바로 이 아프리카 행인 듯 싶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아프리카 여행기가 아닌,

한 젊은이가 자신의 선택에 대한 감상과 그 선택 초반부를 적어 내려간 기록이며,

그 옆에 이국적으로 등장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이 담겨 있는 책인 것이다.

 

그녀의 공부, 그녀의 사랑, 그녀의 미래..

모든 것을 응원하고 싶다.

삶이 항상 그러하더라도 특히 요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나이기에

같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그녀가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이 계속 되어 가기를..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하기를.

나 또한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땅 어딘가에서 나의 선택을 펼칠 곳을 찾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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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털어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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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웨스크레이크의 소설.

많은 필명으로 수많은 작품을 썼고 그 책들이 상당수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예전에는 번역도 많이 되었던 작가였는데 지금은 좀 뜸한 지라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작품이 반가웠다.

 

 케이퍼 소설이란 하부 장르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그 장르의 특징답게 범죄를 아주 유머스럽게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그 장르의 이름이 유래했듯,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어느 한 연기력 있는 액션 배우가 우스쾅스러운 표정으로 대사를 치는 듯한

대화를 보며 낄낄 웃게 만든다.

 

범죄가 나오되, 아주 폭력스러운 장면은 나오지 않으며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하면서도 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하고 범죄자 같지 않다.

그렇기에 밉지 않으며 그들의 끊임없는 범죄와 사고, 사건은 계속해서 기대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처음 쓰여질 당시의 유행에 따르면 마치 제목을

'에메랄드 대소동' 이렇게 지었어야 했으리라.

다섯 명의 유쾌한 악당들이 펼치는 에메랄드 쟁탈전과

그들의 상대역들-이들 역시 어수룩하게 범죄를 계획하는 인물이다-이 펼치는 에메랄드 쟁탈전과

결국 헐리웃 영화와도 비슷한 결말.

 

한편의 즐거운 오락 영화를 보듯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역시 이 작가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p.s

역시 찾아보니 영화도 존재한다.

책에 이어 영화도 보면 즐거운 주말 오후를 보낼 듯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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