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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상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나 <살인자들의 섬> 또는 <미스틱 리버> 등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의 원작자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데니스 루헤인.
그가 장르 문학이 아닌 정통 역사 소설에 도전했다.
필력을 과시라도 하듯 상당한 분량의 책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 시대의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택하여..
가히 그의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20세기 초반, 미국이 아주 어두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책은 시작한다.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 있으며,
세계 1차 대전의 참전과 종전으로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가치관과 미래의 혼란을 겪고 있고,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 많은 범죄의 싹이 자라고 있으며,
이주인들 사이의 갈등도 크고,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 노동 운동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고,
아직 본격적인 국가관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테러 또한 난무하던 시대.
그리고 과격한 사상 갈등이 정계에서 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었고,
부패와 결탁이 만연하던 시대..
그 시대의 보스턴을 배경으로 많은 인물들의 삶이 교차되면서 복잡하고 많은 주제들을 엇갈려 묘사한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보스턴 경찰 파업으로,
미국사에 남은 중요한 사건인데
이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많은 인물들은
각기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면서 가치관을 보여주고
그것이 그 시대의 미국을 또렷하게 묘사하게끔 하는데
이는 작가의 솜씨라고 할 수 밖에 없음이다.
두터운 분량 안에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불같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묘사함으로써
그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게끔 하는 이 책은
미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훌륭한 역사 소설로서 즐겁게 읽힌다.
더운 여름날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매력있는 책이었다.
루헤인의 팬으로서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