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4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지음, 임수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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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모르는 작가였으되,

읽고 나서는 '아아'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었던 작가와 책이었다.

 

베케트와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으로만 알고 있었던 프랑스 연극 혹은 희곡이었는데,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희곡은 뭔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한 편은 끝없는 독백 혹은 방백으로 지속되고,

또 한 편은 두 명의 등장인물이 끝없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지문은 거의 등장하지 않아 텍스트를 가지고 실제 극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는 전혀 가늠하기 어려우며,

모든 인식과 판단은 오로지 등장 인물의 대사 텍스트 만을 가지고 독자가 해내야 한다.

결국 여러 가지 연출과 무대, 배우 등 극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오로지 대사 텍스트 만으로 극을 끌어가는 텍스트 중심 극의 극대화라고 할까.

 

역설적이라 할 수도 있을 텐데..

이 텍스트 들은 모두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을 갈구하는 듯한 느낌이다.

독백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나 (아마도 관객일 테지만) 계속하여

자신에 대해, 자신이 아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무엇을 같이 하자고 권유한다.

대답없는 메아리처럼 그저 혼잣말을 할 뿐이지만 계속하여 말하고 말하고 말하는 것은

그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표제작에서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계속하여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는 언제나 서로의 말을 받지 않고 겉돌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뿐,

서로의 공감 속에서 나누어지는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끝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말꼬리를 잡고 자신의 말을 할 뿐.

 

극으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이 극을 실 공연으로 보게 된다면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들으며 나는 그들과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공감하고 싶어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그럼으로써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많지 않은 작품을 남기고 요절한 콜테스.

그의 글을 좀더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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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천마일 -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
박문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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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아프리카 여행기라 생각하고 집어들었던 책.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라 보고 넘어가기에는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았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은 주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어떤 이는 광활한 초원과 야생 동물들을,

어떤 이는 내전에 찌들린 현실과 난민들과 에이즈를,

어떤 이는 인종 차별과 노예 무역의 아픔을 딛고 성공한 축구 선수들을 떠올렬 지 모르겠다.

 

군에서 갓 제대한 젊은 청년인 저자가

아프리카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달랑 100만원으로 1년을 살아보겠다고 떠났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거기서 많은 이들을 돕고 도움을 받으며

결국 그 목표를 이뤄냈고

그가 거기서 얻은 많은 친구들과 경험과 생각들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참혹하고 암담할 수도 있는 현실 속에서,

밝음을 가지고 희망을 가진 채 웃을 수 있는 순수한 사람들.

그리고 속세의 성공 보다는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돕고 살아갈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을 보면서 닮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청년은

자신의 삶을 새로이 꿈꾸고 결국 대학도 바꾸며 스스로의 힘으로 NGO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이루어 낸 작은 성과. 아니 큰 성과.

단순한 여행과 방랑, 혹은 치기가 될 수 있었던 여정과 시간 속에서

광할한 자연 만큼 크고 열린 마음을 품고 사람들을 만났기에 가능했었던 성취였을 것이다.

배울 점이 많았던 책.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 있다.

바오밥 나무.

<어린 왕자>에서는 소행성을 집어 삼킬 지도 몰라 씨와 싹을 언제나 제거해 주어야 하는 존재지만

실제로는 아름다워서 가시가 많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미와 달리

병에 걸리기 쉬워 외관상 늠름해 보이는 큰 성체로 자라기 어렵다는 나무이다.

겉모습만 보고 대충 생각하기 이전에 그 모습을 갖추기 위해 걸어오고 겪어온 결과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여행 뿐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열린 마음과

크게 바라볼 수 있는 식견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멋진 청년이 그러했듯이 조금은 더 나이든 지금도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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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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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동물의 일화를 빌려 인간사를 풍자하거나 빗대어 교훈을 주는 우화는 많이 존재했다.

현대의 어린아이들도 즐겨 읽는 이솝 우화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고 삶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인간사의 면면이  다층적이 되면서

이러한 우화에서 다뤄야 할 내용과 가치관 등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생물학을 전공하였던 학자 출신인 저자 알레산드로 보파는

그의 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성찰로

매번 동물을 바꿔가며 그 특성과 삶의 한 단면을 절묘하게 매핑시킨다.

 

책을 읽는 내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동물들의 특성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 삶의 특성이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나르시즘에 빠져 버린 자웅동체 달팽이나,

뻐꾸기에게 사랑의 배신을 당해 버린 되새,

1인자의 고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엘크,

성공과 출세의 단맛에 자신의 근본을 포기해 버린 풍뎅이,

자신의 냉혹한 본성에 고민하는 전갈 등등등..

 

코미디도 이렇게 웃긴 블랙 코미디가 있을까.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블랙 코미디가 되는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하는 많은 문제들이

결국 코미디의 한 소재가 될 수도 있는 사소한 것들 일 수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그러한 가치들을 내려놓고 우리 삶에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 본다면

지금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

그저 남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좇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을 만한 가치를 주는 것은 그러한 지점이고,

충분한 설득력과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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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밀리언셀러 클럽 73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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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미스테리 소설이 쓰여져 왔지만

그 정면에 나서서 활약하는 탐정 중에 여탐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일수록,

그리고 그 탐정의 수사 방식이  미스 마플과 같은 안락의자형이 아닌, 활동적인 방식일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미스테리 물이 다루는 사건들 대부분이 살인이나 강력 사건이므로

위험한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직업인 탐정일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쉽게 풀어나가기가 어려워서 일 것이고

또한 사회적 통념 또한 그러한 여탐정의 롤에 쉽게 개연성을 주기 어려워서 였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코딜리아는 이러한 통념을 적극적으로 깨고 나온 모습은 아니다.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탐정 사무소의 동업자 였으나 그 위치에 자리잡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또한 그 자리 역시 자신의 뛰어난 탐정 능력으로 쟁취한 것도 아니다.

어느날 파트너의 자살로 그 자리에 차라리 던져졌다고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앉게 되었고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맞게 된 한 의뢰에서 역시 자신의 소견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하기 보다

파트너의 조언과 과거의 추억 속에서 묵묵히 일을 할 뿐,

특별한 여성미를 뿜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차근차근한 수사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으로

일반적인 남성 탐정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그 와중에 여러 등장 인물과 관계 맺는 방식 역시 여성적인데

미스테리 팬으로서 이러한 과정을 읽는 것은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역시 미스테리의 여왕 이라 불리웠던 사람이고 보면

그녀 자신이 여성이기에 그녀 만이 그려낼 수 있는 필치로 새로운 유형의 탐정을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큰 사건은 아니지만 작은 자살 사건을 수사하고

또 결말과 그 결말이 마무리지어지는 방식의 특이성 때문에

후반부는 책장을 어서 넘겨야만 했다.

스펙타클 하지 않으면서도 소소한 읽는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있었던 책.

 

과연 코딜리아는 이후에 자신이 택한 직업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을까?

그러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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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상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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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나 <살인자들의 섬> 또는 <미스틱 리버> 등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의 원작자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데니스 루헤인.

그가 장르 문학이 아닌 정통 역사 소설에 도전했다.

필력을 과시라도 하듯 상당한 분량의 책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 시대의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를 택하여..

가히 그의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20세기 초반, 미국이 아주 어두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책은 시작한다.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 있으며,

세계 1차 대전의 참전과 종전으로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가치관과 미래의 혼란을 겪고 있고,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 많은 범죄의 싹이 자라고 있으며,

이주인들 사이의 갈등도 크고,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 노동 운동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고,

아직 본격적인 국가관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테러 또한 난무하던 시대.

그리고 과격한 사상 갈등이 정계에서 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었고,

부패와 결탁이 만연하던 시대..

그 시대의 보스턴을 배경으로 많은 인물들의 삶이 교차되면서 복잡하고 많은 주제들을 엇갈려 묘사한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보스턴 경찰 파업으로,

미국사에 남은 중요한 사건인데

이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많은 인물들은

각기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면서 가치관을 보여주고

그것이 그 시대의 미국을 또렷하게 묘사하게끔 하는데

이는 작가의 솜씨라고 할 수 밖에 없음이다.

 

두터운 분량 안에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불같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묘사함으로써

그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게끔 하는 이 책은

미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훌륭한 역사 소설로서 즐겁게 읽힌다.

 

더운 여름날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매력있는 책이었다.

루헤인의 팬으로서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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