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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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가고 싶은 나라인 스페인 구석구석을 재미있는 필치로 안내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의 저자가

나의 또다른 드림 여행지인 동유럽을 소재로 한 책을 내놓았기에 별다른 망설임없이

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동유럽하면 떠올리는 어떤 이미지.

로마나 파리, 런던과는 다른 약간은 소도시적인 이미지와

약간은 낯선 언어와 문화.

월드컵 때에만 우리의 관심에 들어오는 나라들.

또 약간은 쇠락한 것 같으면서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서유럽의 그것과는 다른 인종과 문화.

그러한 이미지들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는 것이 많이 없고 자주 접하지 못하기에 언제나 미지의 세계처럼 남아 있는 그곳.

 

저자는 이 곳을 테마를 잡아 여행했다.

동유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과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그나마 많이 우리에게 알려준 영화들.

그리고 문학.

이러한 문화적 관점에서 돌아보는 체크와 폴란드, 슬로바키아의 문물을 독자에게 안내한다.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 중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아가는

체코의 프라하를 시작으로, 세 나라를 돌아보는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줄 만큼

저자의 풍성한 문화적 소양과 함께 고색 창연한 세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등장한다.

막상 가보면 그다지 볼게 없고 을씨년 스럽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곳이지만

뭔가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잘 보이게 마련이다.

 

그것이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이어도 좋고,

카프카나 쿤데라, 하셰크의 문학이어도 좋으며,

동유럽에서 특이하게 발달했던 역사적, 종교적인 사건이어도 좋고,

비교적 현대의 사건인 20세기 이후의 인물, 역사여도 좋다.

 

2주 뒤에 떠날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면서,

비록 이 책에 나오는 곳들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새로이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책이다.

그 여행에서 뭔가를 내려놓고,

그 빈 자리에 뭔가를 조금만 채워왔으면 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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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룸
크리스 무니 지음, 이미정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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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과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무니가 내놓은 크라임 스릴러.

 

한 여성 과학수사대 반장의 특수 대원 훈련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작품 초반부에 스카페타 시리즈나 양들의 침묵에서처럼

어느 정도는 개인사에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 경찰의 고독한 수사를 그릴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함정과 고난에 빠질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막상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주 플롯이 시작되자,

스카페타의 과학 수사물도 아니고 양들의 침묵의 심리수사극도 아닌,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끔찍한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양에서도 어마어마한 죽음이 등장하고

뭔가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하고 막강한 벽과 같은 존재를 앞에 두며 막막해 지지만

주인공 다비는 몸으로 부딪치며 수사를 전개한다.

 

제법 만만치 않은 양임에도 몰입도를 더하며 음모와 수수께끼의 중심으로 향하게 되면

페이지는 빠르게 넘어가고 어서어서 더 읽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시원하게 총알을 싸지르는 다비의 모습에서

일반적인 결말을 뒤집어 속이 시원하게 되는 카타르시스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플롯은 전체적으로 꽉 짜여 있으되,

극의 전개를 이끌어주는 중심이, 이전의 많은 작품들에서 이리저리 따온 느낌을 받는다.

과학 수사도 했다가, 하드보일드 식으로 부딪치다가, 로맨스 아닌 로맨스와 회상에 젖다가,

빠른 전개를 두며 확확 읽어가는 즐거움 이외에

작중 인물들에게서 독자로 하여금 어떤 성정과 캐릭터를 읽기 바라는 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또한 결국 무너져 내린 거대한 벽과 같았던 음모의 이면에 대해서

힌트 조차도 주지 않기에 그저 겉만 두들기다 놓아버린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놓치고 빠뜨린 것이 많음에도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그 분량이 심심하지 않게 전개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할까.

필력이 있으되 필력이 없다.

저자가 소설을 계속 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다음 작품은 준비가 더 되어 훨씬 나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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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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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 신예 작가 크레이그 실비의 문제작.

비교적 빨리 국내에 소개가 되었고 그만큼 기대가 컸다.

 

읽은 느낌은,, 여러 가지 작품들을 많이 연상시키는 가운데 차분하니 읽으면서도 즐거웠던 작품.

한 소녀의 죽음을 두고 미스테리 형식을 띄며 사건이 진행되지만

단순한 미스테리 소설이 아닌, 울림을 주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처음 소녀의 죽음을 목도하는 주인공 찰리의 심리는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를 연상시켰다.

아직 어린 소년에게 죽음이, 그것도 그 만큼 어린 소녀의 참혹한 죽음과 시체가 일상으로 들어왔을 때

그에게 닥친 심리적 충격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극복하면서 한층 성숙하게 되는 과정은

굳이 여러 가지 수사로서 묘사하지 않아도 울림이 크다.

같은 주제를 변주하면서도 유치하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 보인 장면이며

이 소설이 훌륭한 성장 소설이 되게 하는 부분이다.

 

그 죽음의 수수께끼가 풀리면 이 작품이 끝나게 되리라는 것은 작품 초반에 알게 되지만,

작품의 흐름은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소년 탐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베트남전이 한창인 시기에, 아직 백호주의가 남아 있는 호주에서 베트남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옆 이웃 루 가족의 시련을 보면서 나 역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다름을 무작정 증오하고 그것을 빌미로 학대하거나 따돌리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안 좋은 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책임 떠 넘기기 등..

몇몇의 멍청한 이들의 개인적인 바보짓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이러한 일들은

아직도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 어떤 형식으로든 만연하고 있고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한 '깨어 있는' 몇몇의 힘으로는 부족하며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인종 차별은

아직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는 정말로 부끄러운 치부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새삼 분노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이러한 아픈 장면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웃음짓게 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것은

찰리와 일라이저의 로맨스다.

어린 소년 소녀의 첫사랑을 다룬 텍스트는 참 많겠지만

내게는 영화 <마이 걸>을 떠올리게 했고, 그 영화의 메인 송이 들리는 듯한 느낌.

첫 키스의 설레임과 첫사랑의 두근두근함.

비록 서로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함에도 서로를 점점 더 의지하고 아끼게 되는 과정을 보며

끔찍한 죽음의 장면을 잊을 수 있게 해준 또 하나의 플롯.

 

배경인 코리건 마을은 한적한 호주의 한 마을인데.

그 안에서 나타나는 백호주의와 로라의 죽음에 얽힌 배경은 한적하지 않고

결국 인간의 가장 좋지 않은 면을 그 안에서도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데이비드 린치의 <트윈 픽스>를 연상시킨다.

죽은 소녀의 이름 또한 로라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제목을 따온 또 하나의 주요 인물, 재스퍼 존스.

유명한 예술인의 이름이기도 한 이 이름을 가진 소년의 비참한 현실과 과거.

그러나 그러한 상흔을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호주의 허클베리 핀이 아니겠는가.

 

전체적으로 참으로 많은 텍스트들을 연상시키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젊은 청년 임을 생각해 보면

그가 그동안 읽어왔고 접해왔던, 그래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텍스트들이 다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500페이지에 이르는 많은 분량의 소설이 지루하지 않으며

단순한 베낌이나 변주에 이르지 않고

자신의 플롯 안에서 그 텍스트들의 주제가 명확히 살아있도록 표현한 것은

작가의 역량이 범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가 세상에 내놓을 다음 작품에서 보다 명확한 평가를 받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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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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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유명한 러브 스토리 중의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

여러 차례 영화로 만나보았고 책으로도 읽었지만

다시 한번 제대로 일독하기 위하여 최종철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보다.

 

워낙 영화의 이미지가 강하여 텍스트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두 편의 영화가 가장 강한데

역시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영화에서의 세기의 연인 올리비아 핫세.

그리고 현대적 뮤지컬 영화로 재해석 해낸 바즈 루어만 감독 영화에서의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

이러한 배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이리저리 이미지화 됨으로써

글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어렸을 적 보았던 루어만 감독의 영화는 세익스피어 작의 이 대사들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극으로 바꾼 것으로 유명한데

그 사실을 모른 채 당시 영화를 볼 때에서 다소 고색창연한 대사들이라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읽으며 그 대사를 음미하였다.

 

사랑과 미움, 그리고 오해와 회한을 표현하는 대사들의 표현이 잠 재미있었으며

유모의 말투나 로렌스 수사의 말 등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방식의 대사 역시 흥미로웠다.

역시 텍스트로 읽다보니 들었던 생각은

세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썼을 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것.

 

단순한 비극적인 사랑만을 그린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같은 사랑은 그들의 어린 나이와 너무도 빠른 전개를 생각하면

사실 설득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주변 인물들의 캐틱터 변화 등도

세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 드러나는 확연한 캐릭터 성에 비하면 좀 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입체적인 인물을 보여주며 인간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주기 보다

오히려 단선적인 인물들을 배치하여 사건 자체에 대한 것을 보다 강조하는 느낌이다.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청년들의 모습이 독자와 관객의 눈을 끌겠지만

결국 그들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이 주는 강한 암시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고

이 사건에 대해서 독자와 관객 각자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익스피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느낌이지만 정통극으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한여름밤의 꿈을 각색한 우리 나라 전통극인 모 연극을 한번 본 것 이외에

그의 작품 공연을 본 기억이 크게 없어서 언제나 안타깝다.

짬을 내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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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빠이 여행자 마을
이민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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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행 다큐에서 본 빠이.

한적한 태국의 한 시골 마을의 여행자들의 모습에 반했었고 한켠에 담아 두었다.

마치 라오스 루앙 프라방과 같은 '느림의 미학'과 '삶의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곳같이 느껴졌기 때문.

그 빠이 만을 다룬 여행기인 이 책은 그래서 매우 반가왔고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도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이 책은 여느 여행기와는 좀 다른데,

그것은 저자의 감상만을 적은 책이 아니라 인터뷰를 주로 담은 책이기 때문이고,

이전에도 여행 인터뷰 책은 조금 있었지만 또 그 책들과 다른 점은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인터뷰가 아닌

여행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들려주는 것은 한 지역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빠이라는 곳이 주는 특이한 분위기와 감정 때문에

마치 그들은 여행자와도 같은 자유로운 감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인터뷰들은 또한 특이하고 재미있는 인터뷰들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의 해방감과 자유로움, 때로는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게 되는 안정감, 그리고 답답함.

이러한 즐거움과 즐겁지 않음의 간극이 교차된 삶을 살고 있는 빠이 사람들.

지구상 어느 누구도 그렇듯이 자신만의 이야기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범상치 않고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구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바람'의 등급이다.

갑자기 떠나고 싶은 충동으로 찾아오는 이 바람의 세기들을 구별하는 방법.

 

실바람- 햇살드는 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로 잦아들 수 있다.

산들바람 - 이전의 여행 사진을 보면 물리칠 수 있다.

건들바람 - 다른 사람의 여행기나 블로그를 읽는다.

흔들바람 - 어디든 여행을 최근에 다녀온 친구와 술 마시며 이야기를 듣는다.

큰센바람 - 공원을 땀나도록 미친듯이 뛰어야 풀린다.

노대바람 -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를 봐야 살 수 있다.

왕바람 - 발악하며 한달쯤 뒤에 떠나는 여행지의 비행기표를 산 다음 출발 직전에 취소한다.

싹쓸바람 - 앞뒤 가릴 것 없이 가장 빨리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그야말로 재미있는 분류법.

나는 아주 중증은 못되는 초보 여행 애호가 인지라

이 책을 읽으며 낄낄 거릴 정도는 되니 건들바람이나 흔들바람 정도 불어오는 듯 싶다.

다만, 큰센바람과 노대바람이 불어올 찰나에 있는 듯 하여 다음 달에는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해놓았다.

 

각자에게 불어오는 바람 크기는 다르지만

언제나 여행은 누구에게나 의미를 주고 즐겁다.

그 바람의 안에서 여건이 되는 한 언제나 나 또한 짐을 꾸리리라.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언젠가는 빠이에 닿아보리라.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준 저자에게는 지금 어떤 바람이 불어오고 있을까?

그 바람을 즐겁게 맞으며 잠재우고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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