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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룸
크리스 무니 지음, 이미정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정치, 과학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무니가 내놓은 크라임 스릴러.
한 여성 과학수사대 반장의 특수 대원 훈련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작품 초반부에 스카페타 시리즈나 양들의 침묵에서처럼
어느 정도는 개인사에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 경찰의 고독한 수사를 그릴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함정과 고난에 빠질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막상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주 플롯이 시작되자,
스카페타의 과학 수사물도 아니고 양들의 침묵의 심리수사극도 아닌,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끔찍한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양에서도 어마어마한 죽음이 등장하고
뭔가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하고 막강한 벽과 같은 존재를 앞에 두며 막막해 지지만
주인공 다비는 몸으로 부딪치며 수사를 전개한다.
제법 만만치 않은 양임에도 몰입도를 더하며 음모와 수수께끼의 중심으로 향하게 되면
페이지는 빠르게 넘어가고 어서어서 더 읽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시원하게 총알을 싸지르는 다비의 모습에서
일반적인 결말을 뒤집어 속이 시원하게 되는 카타르시스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플롯은 전체적으로 꽉 짜여 있으되,
극의 전개를 이끌어주는 중심이, 이전의 많은 작품들에서 이리저리 따온 느낌을 받는다.
과학 수사도 했다가, 하드보일드 식으로 부딪치다가, 로맨스 아닌 로맨스와 회상에 젖다가,
빠른 전개를 두며 확확 읽어가는 즐거움 이외에
작중 인물들에게서 독자로 하여금 어떤 성정과 캐릭터를 읽기 바라는 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또한 결국 무너져 내린 거대한 벽과 같았던 음모의 이면에 대해서
힌트 조차도 주지 않기에 그저 겉만 두들기다 놓아버린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놓치고 빠뜨린 것이 많음에도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그 분량이 심심하지 않게 전개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할까.
필력이 있으되 필력이 없다.
저자가 소설을 계속 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다음 작품은 준비가 더 되어 훨씬 나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