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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빠이 여행자 마을
이민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여행 다큐에서 본 빠이.
한적한 태국의 한 시골 마을의 여행자들의 모습에 반했었고 한켠에 담아 두었다.
마치 라오스 루앙 프라방과 같은 '느림의 미학'과 '삶의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곳같이 느껴졌기 때문.
그 빠이 만을 다룬 여행기인 이 책은 그래서 매우 반가왔고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도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이 책은 여느 여행기와는 좀 다른데,
그것은 저자의 감상만을 적은 책이 아니라 인터뷰를 주로 담은 책이기 때문이고,
이전에도 여행 인터뷰 책은 조금 있었지만 또 그 책들과 다른 점은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인터뷰가 아닌
여행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들려주는 것은 한 지역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빠이라는 곳이 주는 특이한 분위기와 감정 때문에
마치 그들은 여행자와도 같은 자유로운 감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인터뷰들은 또한 특이하고 재미있는 인터뷰들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의 해방감과 자유로움, 때로는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게 되는 안정감, 그리고 답답함.
이러한 즐거움과 즐겁지 않음의 간극이 교차된 삶을 살고 있는 빠이 사람들.
지구상 어느 누구도 그렇듯이 자신만의 이야기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범상치 않고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구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바람'의 등급이다.
갑자기 떠나고 싶은 충동으로 찾아오는 이 바람의 세기들을 구별하는 방법.
실바람- 햇살드는 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로 잦아들 수 있다.
산들바람 - 이전의 여행 사진을 보면 물리칠 수 있다.
건들바람 - 다른 사람의 여행기나 블로그를 읽는다.
흔들바람 - 어디든 여행을 최근에 다녀온 친구와 술 마시며 이야기를 듣는다.
큰센바람 - 공원을 땀나도록 미친듯이 뛰어야 풀린다.
노대바람 -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를 봐야 살 수 있다.
왕바람 - 발악하며 한달쯤 뒤에 떠나는 여행지의 비행기표를 산 다음 출발 직전에 취소한다.
싹쓸바람 - 앞뒤 가릴 것 없이 가장 빨리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그야말로 재미있는 분류법.
나는 아주 중증은 못되는 초보 여행 애호가 인지라
이 책을 읽으며 낄낄 거릴 정도는 되니 건들바람이나 흔들바람 정도 불어오는 듯 싶다.
다만, 큰센바람과 노대바람이 불어올 찰나에 있는 듯 하여 다음 달에는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해놓았다.
각자에게 불어오는 바람 크기는 다르지만
언제나 여행은 누구에게나 의미를 주고 즐겁다.
그 바람의 안에서 여건이 되는 한 언제나 나 또한 짐을 꾸리리라.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언젠가는 빠이에 닿아보리라.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준 저자에게는 지금 어떤 바람이 불어오고 있을까?
그 바람을 즐겁게 맞으며 잠재우고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