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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인 유럽
구현정 글 사진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너무나 사랑하고 항상 여행을 꿈꾸는 내게 '북카페 인 유럽' 이라는 표제는 너무나도 그립다.
다만 커피는 딱 보통 사람들 만큼만 좋아하기 때문에
그저 아이스 라떼면 되긴 하여 바리스타니 뭐니.. 원두가 어떻고 볶는게 어떻고 하는 그런 경지는 어렵지만
한잔의 커피와 함께 카페에 책을 들고 앉아서 읽는 여유는 그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 중의 하나이며
다만 나 혼자서 그렇게 책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책에 둘러 싸여 있고 그 책이 주는 책향기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비록 알지 못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그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하며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카페란 공간은 역시 나에게도 참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책을 안 읽는다던가.. 어쨌든 책을 읽는 이들이 별종으로 여겨지는 사회,
그리고 항상 '빨리빨리' 를 외치며 여유가 부족한 사회인 한국에서
별종으로서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책을 비교적 사랑하는 이들이 많고 삶에서 여유를 참 중요시 여기는 유럽 사회의 북카페를 떠올리는 것은 또한 그리움이다.
유럽을 안 가본 것도 아니고, 또 그곳에서 카페를 가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풍경은 어찌 보면 사치스럽다.
그 치대는 시간을 쪼개 떠난 여행이고 보면 시간이 가장 중요하게 마련이고,
북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마심을 넘어, 책과 그 책이 주는 시간을 향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매번 배낭을 꾸릴 때마다 어떤 책을 가져갈까 고심하다가 기어코 몇권 싸들고 가지만
정작 여행지에 도착하면 책보다는 주변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고,
카페에 들어서도 다리 쉼을 하면서 사람과 풍광 구경, 또는 가이드북을 보기 십상이다.
작년에 비교적 긴 이주일의 시간을 내어 떠났던 스웨덴 여행에서도,
몇 차례 헌책방을 들르고 카페에 앉았으되,
평소보다 긴 일정에 더 많이 들고 갔던 책은 결국 다 읽지 못했고
사진들을 둘러봐도 카페의 여유는 별렀던 것보다는 적게 누리고 왔으니..
이 책의 저자는 그 유럽 한복판에 거주하면서
이러한 여행자의 조급증은 조금 벗어나도록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부럽다.
물론 그 역시 삶의 고단함은 가지고 있을 테고
거주지 이외의 도시에서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굳이 북카페를 찾아 기록을 남기고 그 시간을 썼을테지만..
어쨌든 많은 부러움을 담아 이 책에 담긴 사진과 텍스트를 읽었다.
내가 다녀왔던 도시들도 눈에 띄는데,
왜 찾지 못했을까 싶은 곳도 있다.
역시 찾는자에게만 보이는 법.
구수한 커피 향기와도 같은 문체로 저자가 전해주는 북카페들의,
각기 특색있는 풍경이 정겹다.
만국 어디에서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이는 곳과 그 사람들은 선해 보인다.
바쁜 일상과 주변에서 눈길을 떼어 손바닥 만한 작은 공간에 깨알같이 펼쳐진 글자 속으로 굳이 들어가
자신의 머리를 움직이는 사람은, 적어도 그 순간만에는 악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선함이 따스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같이 퍼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저자의 북카페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한몫 했으리라.
올 여름, 어찌 해서든 다시 한번 배낭을 꾸리려 무던히도 계획중인데..
만일 성공한다면, 지금은 어딘지 모를 그 여행지에서 나만의 북카페를 하나 찾아나서는 것도 좋으리라.
물론 지금은,
이번 주말쯤 서울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북카페를 하나 찾아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리라.
오랜만의 나들이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