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라오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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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의 책을 연달아 두 권 읽다.

그녀는 여느 여행 작가와는 다른 여행을 한다.

바로 어린 아들인 중빈이와 함께 다닌다는 것인데

혼자 해도 쉽지 않은 장기 여행을 아직은 어린 꼬마와 함께 다닌다는 것에

처음 접하는 사람은 으레 손사래를 칠 수 밖에 없지만,

그녀가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 느끼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금 특별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아이의 체력에 맞추어 일정을 줄여야 할 것이고,

아이의 호기심과 어른의 볼거리는 다르기에 많은 구경을 포기해야 할 것이며,

먹을 것과 잘 곳을 조절해야 하고,

안전 등에도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의 좋은 점을 역설한다.

아이의 눈으로 함께 세상을 바라보면 이미 굳어진 어른이 미처 볼 수 없었던 점을 하나씩 보게 된다.

더군다나 하염없는 내리사랑의 엄마의 눈으로 아이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그저 집에서만 키울 때와 달리 서로 성장해 나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생각은

여행이 진행됨에 따라 그녀 자신이 커가고 있고

많은 것을 길과 아이에게서 배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멋진 여행이고, 그를 들려주는 글 또한 잘 쓰여져 있다.

수많은 여행기 중 읽을 만한 글을 찾기 요즘은 쉽지 않아 졌으나

괜찮은 여행기를 만나 기분이 좋아지고 또 다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아이가 생겼을 때 나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어떨까?

그러나, 한켠으로는 마음이 짠하고 무거운 점이 든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공감하며 여행으로부터 배우고 있을 동안,

아빠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실이라는 벽은 거대하다.

나는 그 현실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또 다른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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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 집사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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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류다 해서 일본에 한국의 연예 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만,

내가 어렸을 적은 그 반대였다.

아직 일본 문화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이라 음성적인 유통이었음에도,

일본의 음악, 만화, 패션 등등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암암리에 다들 누리고 있었다.

그중 영화는 고전을 제외하고는 현대 영화는 잘 접하기 힘든 컨텐츠 중 하나 였는데,

그러다 문화가 개방되고서 갑자기 수입되기 시작했지만

많은 국수주의적 우려와는 달리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러나 그중 당시 독보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와이 슈운지였다.

"러브 레터"와 "4월 이야기" 두 편의 감성적 러브 스토리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고,

나까야마 미호의 '오겡끼데스까' 라는 대사는 인구에 회자되었다.

나 역시 그의 영화에 빠져 그 이후 그의 전편을 섭렵하고서 지금도 열렬한 팬이다.

"Picnic"이라든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와 같은 영화에 열광하다가

옛 영화들을 다 찾아본 지금은 좀 뜸한데,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소설로 <러브 레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현재를 사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과거에 있는 사랑.

그리고 또 그 사랑받은 남자의 과거에 있었던 또 다른 사랑.

이 시간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사랑들은

영화에서 그랬듯 하얀 눈 속의 아름다운 나카야마 미호처럼

순백색 위의 도화지에 그려진 맑은 수채화와도 같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잊고 있었던,

오래전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따뜻해졌던 그 감성이 새삼 텍스트 속에서 되살아나는 기분을 맛보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대단치 않은 두께로 금새 읽어내렸으되,

짧은 시간에 주는 감동과 행복은 컸던 책.

다시 오랜만에 슈운지의 영화들을 꺼내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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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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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걸어서 실크로드를 걸어서 횡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해마다 구간구간을 걸어갔던 베르베르의 여정.

그 마지막 두번의 여정을 기록한, 그의 3번째 여행기를 아쉬운 마음으로 만나다.

요즈음 넘처나는 화질 좋은 사진과 같은 것은 이 책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름답고 유려한 이야기나, 꼭 참고할 만한 여행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많은 부분은 서양인으로서 잘 이해하기 힘든

중앙 아시아와 중국의 외진 지방의 풍습과 언어, 문화.

그리고 힘든 여정에 지친 노인의 푸념으로 가득차 있다.

어떠한 깨달음과 지혜를 전달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의 글은 진솔하다.

혼자 다니는 도보 여행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솔직한 글.

나 역시 짧아도 혼자서 도보 여행을 다녀 보았기에 그 외로움과 짜증, 낯선 두려움에 대해

어설프게 나마 짐작은 간다.

그러한 감정에 적극 공감하며,

나로서는 아직 상상도 안 가는 거대한 여정을 하나하나 진행하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흔히들 긴 도보 여행은 뭔가 인생의 큰 계기를 가져오고 삶의 답을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으나,

계기는 어느 정도 줄 수 있겠지만

고단함 속에 짜증이 떠오르면서 알아가는 것은

길에는 답이 없다, 는 것이라는 얘기를 길 위에 섰던 이들은 말하곤 한다.

단지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이들을 그들은 떠올린다.

결국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베르나르가 만났던 이들의 많은 모습들은

그들이 낯선 중앙 아시아나 중국의 오지에 있다고 해서 낯설지 않다.

결국 우리네 삶의 많은 군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아마도 오랜 세월 전 실크로드가 융성했던 시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길 위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그러한 인간 군상에 대해

새삼 바라보게 되고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언젠가, 언젠가를 되뇌이며 많은 여행 계획을 짜보곤 하다가

책으로 달래곤 한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이제 그 책이 그 책 같은 느낌이 들때도 많다.

하지만 가끔 만나는 통찰력 깊고 느낌의 울림이 큰 책이 너무나 반가운데

이 책이 그러했다.

그의 긴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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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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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역사란 그 시대를 사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 후세에 과거를 기억하고 해석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굳이 예전의 일을 기억하고 들추어 해석하는 이유는

과거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고 교훈은 배우기 위해서

어떤 삶의 방향이 과연 만인에게 올바른 것인지를 알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기도 하고 분석하기도 하는 과거의 사건들 중의 으뜸은 전쟁이 아닐까 한다.

크고 작은 전쟁의 과정과 결과로 인하여 많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대한 흐름이 생겨났고,

현재의 역사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인명이 죽고 많은 문화적 유물이 사라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 더이상 전쟁으로서 역사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전쟁의 흐름을 살펴보고 이해하며,

위에 썼듯이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고 교훈은 배우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아직도 전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그러한 전쟁으로 남는 것은 피폐한 민중들의 삶과 몇몇 위정자들의 이익이다.

이러한 전쟁의 이중성이 극대화되어 있으되,

아직도 많은 이데올로그 등은 수많은 전쟁광을 양산하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쟁인 십자군 전쟁을 다룬다.


그에 대한 우리의 교육과 시각은 극히 서양, 특히 기독교 적인 해석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이러한 편향성이야말로 계속적으로 무의미하고 몇몇에게만 이익이 되는 전쟁을 낳음을 저자는 역설한다.

과거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내적 갈등과 모순을 외부로 돌려 해결하려 했고,

그 와중에 많은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던 그 모습과

현대에 와서도 계속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특히 부시의 그 모습과 너무도 같지 않은가.

그 와중에 보여주는 여러 가지의 일화들은 과연 전쟁이라는 것의 기치와 의의가 존재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촌극이고, 사실 매스미디어와 통신의 발달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의 전쟁에서도 그러한 점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저자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십자군 운동에 대한 또 다른 해석. 편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았던

그러한 해석을 들려줌과 동시에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서는 안되며,

역사의 근원과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인권이라는 것.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수렴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 책과 함께

저자가 추천하는 풍성한 참고 문헌을 읽기를 권한다.

훌륭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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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 빔 벤더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빔 벤더스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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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열심히 공부했었으나 지금은 다 잊은 언어. 독일어..

이제는 접할 일도 거의 없기에 이제 나에겐 거의 사어가 되었지만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독일어 구절이 있다면

그것은 Als das Kind Kind war 라는 구절일 것이다.

'아이가 아이였을때 When the kid was kid'라고 번역되는 이 구절은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계속 이끌어 가는 구절이다.

이 시와 같은 구절로 읖조리며 흘러가는 이 영화를 나는 너무나 사랑하고

그래서 벤더스의 팬이 되었으며 그 이후로 만났던 그의 영화들 또한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벤더스의 사진 에세이라는 이 책이 나왔을 때 그래서 별 고민없이 집어 들 수 있었다.

그저 그런 사진이어도 좋았고, 별 의미없는 글이어도 좋았다.. 벤더스니까.

그렇지만 역시 그는 이 책을 통하여 내가 잊지 못할 독일어 한 단어를 각인시켰다.

Einmal 한번은 once.. 정도로 번역되려나..

몇장의 사진은 순간순간을 담고 있으되,

그 사진들이 담고 있는 순간은 그의 Einmal로 시작되는 짧은 말들로 인해 이야기가 되었고,

사진 사이사이의 시간 동안 일어났을 시간의 흐름은

독자의 상상력으로 채워져 끊기지 않는 '흐름'으로서 지각 속에 자리 잡았다.

 

부러울 정도로 세계 이곳저곳을 다닌 벤더스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많은 예술인들의 모습을 담기도 하고,

때로는 이름모를 평범한 이의 모습을 담기도 하며,

인물이 아닌 풍경과 피사체의 모습을 담기도 한다.

때로는 흑백으로 때로는 천연색으로 그 이미지들을 변주하며

능숙하게 멈춰져 있는 순간을 다룬다..

그리고 Einmal.. 이라 읖조리며 그 시간과 장소와 사건들을

아주 짤막한 몇 줄 문장으로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그 이야기들은 특별하지도 않지만 통속적이지도 않다.

조악한 내 설명력으로 말하기 어려운,

그가 그토록 나를 반하게 했던,

내 상상력과 함께 만들어지는 감성적 표상들이 떠오른다.

더군다나 영상이 아닌 정지된 이미지는 더욱 많은 것을 상상하고 채워나가게끔 한다.

표지 사진인 (사랑해 마지않는)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마틴 스콜세지의 사진만 보더라도,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며 서로 다른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의 모습과

황량한 미국 서부의 사막 풍경이 어우러져 있는 이 사진을 보며

굳이 배우와 감독임을 알지 못하더라도 두 남녀의 이야기를 끝없이 궁금하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 이야기로 채우고 싶게 하지 않는가.

 

이미 몇 차례의 사진전까지 개최했다고 하는데..

그의 이런 작업이 계속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뜨문뜨문 만날 수 밖에 없는 그의 영화들로는 그가 들려줄 수 많은 이야기들과 이미지들을

다 향유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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