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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 집사재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한류다 해서 일본에 한국의 연예 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만,
내가 어렸을 적은 그 반대였다.
아직 일본 문화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이라 음성적인 유통이었음에도,
일본의 음악, 만화, 패션 등등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암암리에 다들 누리고 있었다.
그중 영화는 고전을 제외하고는 현대 영화는 잘 접하기 힘든 컨텐츠 중 하나 였는데,
그러다 문화가 개방되고서 갑자기 수입되기 시작했지만
많은 국수주의적 우려와는 달리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러나 그중 당시 독보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와이 슈운지였다.
"러브 레터"와 "4월 이야기" 두 편의 감성적 러브 스토리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고,
나까야마 미호의 '오겡끼데스까' 라는 대사는 인구에 회자되었다.
나 역시 그의 영화에 빠져 그 이후 그의 전편을 섭렵하고서 지금도 열렬한 팬이다.
"Picnic"이라든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와 같은 영화에 열광하다가
옛 영화들을 다 찾아본 지금은 좀 뜸한데,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소설로 <러브 레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현재를 사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과거에 있는 사랑.
그리고 또 그 사랑받은 남자의 과거에 있었던 또 다른 사랑.
이 시간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사랑들은
영화에서 그랬듯 하얀 눈 속의 아름다운 나카야마 미호처럼
순백색 위의 도화지에 그려진 맑은 수채화와도 같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잊고 있었던,
오래전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따뜻해졌던 그 감성이 새삼 텍스트 속에서 되살아나는 기분을 맛보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었다.
대단치 않은 두께로 금새 읽어내렸으되,
짧은 시간에 주는 감동과 행복은 컸던 책.
다시 오랜만에 슈운지의 영화들을 꺼내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