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은퇴 후 걸어서 실크로드를 걸어서 횡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해마다 구간구간을 걸어갔던 베르베르의 여정.

그 마지막 두번의 여정을 기록한, 그의 3번째 여행기를 아쉬운 마음으로 만나다.

요즈음 넘처나는 화질 좋은 사진과 같은 것은 이 책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름답고 유려한 이야기나, 꼭 참고할 만한 여행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많은 부분은 서양인으로서 잘 이해하기 힘든

중앙 아시아와 중국의 외진 지방의 풍습과 언어, 문화.

그리고 힘든 여정에 지친 노인의 푸념으로 가득차 있다.

어떠한 깨달음과 지혜를 전달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의 글은 진솔하다.

혼자 다니는 도보 여행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솔직한 글.

나 역시 짧아도 혼자서 도보 여행을 다녀 보았기에 그 외로움과 짜증, 낯선 두려움에 대해

어설프게 나마 짐작은 간다.

그러한 감정에 적극 공감하며,

나로서는 아직 상상도 안 가는 거대한 여정을 하나하나 진행하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흔히들 긴 도보 여행은 뭔가 인생의 큰 계기를 가져오고 삶의 답을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으나,

계기는 어느 정도 줄 수 있겠지만

고단함 속에 짜증이 떠오르면서 알아가는 것은

길에는 답이 없다, 는 것이라는 얘기를 길 위에 섰던 이들은 말하곤 한다.

단지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이들을 그들은 떠올린다.

결국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베르나르가 만났던 이들의 많은 모습들은

그들이 낯선 중앙 아시아나 중국의 오지에 있다고 해서 낯설지 않다.

결국 우리네 삶의 많은 군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아마도 오랜 세월 전 실크로드가 융성했던 시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길 위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그러한 인간 군상에 대해

새삼 바라보게 되고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언젠가, 언젠가를 되뇌이며 많은 여행 계획을 짜보곤 하다가

책으로 달래곤 한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이제 그 책이 그 책 같은 느낌이 들때도 많다.

하지만 가끔 만나는 통찰력 깊고 느낌의 울림이 큰 책이 너무나 반가운데

이 책이 그러했다.

그의 긴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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