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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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행기를 읽어왔지만, 그 여행기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저자가 방문했던 나라들이나 지방에 대한 일종의 칭찬, 찬양 등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문했던 나라에 대하여 크나큰 인상을 받고

또 그것이 좋은 인상이 아니라면 굳이 힘들여 여행기를 적어나가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소와 추억에 좋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아마도 글도 좋게 나올 것이다.

 

그런면에서 빌 브라이슨이라는 이 떠벌이 작가의 유럽 여행기는 독특하다.

미국 출신으로서 영국에 살고 있는, 지극히 미국적이면서도 유럽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이 아저씨는

오래전 떠났던 유럽 여행의 기억을 반추하며 (그 기억이란 것.. 참..)

새롭게 홀로 여행을 떠나는데

각 여행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독설과 불평불만을 좋은 기억과 함께 마구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적인 시각에서 유럽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게 뭐냐는 식의 글을

코미디와 해학인지, 그냥 푸념과 헛소린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떠벌리다가도

진정한 아름다움과 여유에 대한 찬양과 즐거움을 또한 섬세하게 늘어놓는다.

어떻게 보면 불쾌할 수도 있는 이러한 글쓰기는

그렇지만 불쾌함보다는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의 풍자와 독설과 불평이 단순한 싸가지 없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애정을 가지고 사물과 풍경과 사람을 바라본 뒤에 나온 것임을

읽으면 읽을 수록 어디선가에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식 유머와 버무려져 튀어나오는 그의 묘사는 참으로 독특하여 흉내내기 어렵다.

그냥 떠벌이 수다가 아닌, 여행 작가가 될 수 있는 점은 그에 기인한다.

맘이 울적할 때 낄낄 거리면서 즐겁게 읽으면서

브라이슨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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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민족 분쟁 - 보스니아.코소보.마케도니아 살림지식총서 284
김철민 지음 / 살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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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나라들이었던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그들의 문호가 열린지 이제 꽤 오래 되었고

그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는 있어도

발칸 유럽은 관광지로서의 크로아티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내전을 겪어서 힘들다는 것.. 여러 민족과 종교가 섞인 복잡한 곳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1차 대전의 원인이 이곳이라는 것.. 정도 밖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관심이 있는 편인 나 역시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발칸 유럽의 현대사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망설이던 차에

짧고 간단하게 정리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꼭 가볼 여행지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및 마케도니아의 산지를 생각해 두고 있으니

그 전에 꼭 이 곳의 대략적인 역사를 알아두고 싶었던 터라 반가운 책이다.

아직도 전쟁의 아픔과 상흔이 남아있다고 하는 이 곳이고,

내가 군 생활을 했을 때 같이 있었던 미군들 중에서도 코소보에 다녀온 이들이 있었던 터.

무엇이 그 끔찍한 인종 청소와 학살을 일으켰던가..

티토의 구 유교 연방이 한 사람의 정치 지도자의 강력한 억제 아래

민족적 국가적 갈등을 억눌려 왔던 이후,

비교적 국가 관념이 강하지 않고 오히려 종교적 문화적 결속력이 강한 민족적 결합을 중요시 하는

이 지역의 특성상 티토 사후 엄청난 갈등을 폭발시킨 것은 예견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특히 이 책은 그 중 세르비아 인들을 중심으로 세르비아와 코소보, 구 유교 연방의 현대 갈등을 서술하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알렉산더 대왕의 후예지만

강대국 들의 핍박속에 지내왔던 마케도니아를 알려준다.

복잡한 사건과 의미들을

주요한 사건과 그 함의, 그리고 조약 등과 법을 필요한 것만 집어 내어

쏙쏙 알려주어 구체적인 사실까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얼개를 잡을 만한 뼈대를 매우 잘 알려준다.

이로써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앞으로 조금 더 알아본다면

어떤 국가와 사건이 전체 흐름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 알면서 볼 수 있기에

이 지역 역사 입문서로서 얇지만 커다란 책이 될 수 있을 만 하다.

이 지역을 다룬 문화, 역사 책이 흔하지 않기에 더더욱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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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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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으나 내가 까탈이 누나라고 부르는 저자, 김남희.

그의 여행기는 꼬박꼬박 챙겨서 읽는데 그녀가 들려주는 일본의 길과 사람 이야기는 어떨지

두툼한 두권의 책을 읽어냈다.

 

지금은 한류다 해서 한국의 대중 문화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일본 문화는 본격적으로 금제가 풀리기 전부터

음성으로 만화, 애니, 음악 등이 야금야금 유통되었었고,

그 시절 일본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은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게 마련이었다.

(물론 과거에 대한 감정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금제가 풀린 후, 일본 여행은

그러한 막연한 동경에 대한 확인과 체험으로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깝고 같은 시간대라 부담없이 다니는 일본 여행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일본 문화..

즉 애니, 음악, 쇼핑, 음식, 카페 등등등.. 의 체험이 되곤 한다.

 

내게는

매번 준비없이 두서없이 출발하여 현지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돌아와서 아쉬움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경험만을 남겼고,

가서는 그저그렇게 지나쳤던 풍경과 거리를,

다녀와서 미처 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남겼던

그런 여행들이었다.. (짧기도 했지만)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이 딱히 없었던...

그래서 갔다 와서 생기는..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하여 당분간 일본에 갈 일은 없겠지만

이제 조금씩 일본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보고 싶고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하나하나 쟁여두고 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유명한 도시의 그것들이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골의 숲길이라든가,

옛길에 대한 소중한 책이다.

도쿄 맛집, 교토 카페 등의 책은 흔하디 흔하되,

홋카이도의 여름 국립공원의 모습은 너무도 신선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로서,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 여행은

뭔가 챙겨보지 않으면 인상적이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것들이 많아서 볼 것이 참 많은 곳이기도 하다.

까탈 누나의 안내를 따라 일본의 길들을 걸어보리라..

방사능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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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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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리의 보슈 시리즈 2탄.

이미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각 편 마다의 에피소드도 궁금하지만,

보슈라는 특이하다면 특이한 이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가 또한 매우 궁금하기에

1편에 이어 블랙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 어두운 책이

검고 차가운 느낌을 어떻게 전해줄지 궁금했다.

캘리포니아, 그리고 LA라면 필연적으로 이해해야 할 다인종 사회.

아시아 인도 참 많은 지역이지만

이제 미국 내에서 아프리카 계 만큼이나 수가 많아지고 영향력이 커진 히스패닉,

그 중에서도 멕시코 인과 그들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다.

 

여전히 고독한 코요테와 같은 인상의 보쉬가

한 형사의 자살 사건, 신원 미상의 부랑자 살인 사건, 그리고 마약상 살인사건이라는 세 가지 다른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이 세 사건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그 뒤의 역사가 나타나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많은 부분이 멕시코 출신 경찰의 과거와 현재에 연관되어 멕시코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책에서는 마약의 이름으로 나오지만,

원래 블랙 아이스는 도로면에 얇게 빙판이 끼어 도로색의 검은 색을 그대로 띄지만

실제로는 운전에 상당한 위험을 야기하는 얼음의 형태를 가리킨다.

겉으로는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거나 아예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는 이 상태는

어쨌든 정상적으로 직장과 사회 생활, 그리고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과거사와 현재,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얽힌 거대한 비리와 음모 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과거와 역사를 좇으러 멕시코까지 내려간 주인공 보쉬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에게 떠오른 그 자신의 과거는,

독자로 하여금 외로운 코요테와 같은 보쉬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1편에서의 베트남 전과 같은 또 다른 단서를 얻게 된다.

 

액션보다는 추리물에 가까운 구성을 가졌으나

긴장감은 여전하다.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보쉬라는 인물의 내면이 점점 드러날 텐데,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이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도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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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192센티 레인보우 북클럽 1
조앤 바우어 지음, 하창수 옮김, 박정인 그림 / 을파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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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많은 가정의 문제는,

결혼이란 제도의 결속과 구속력이 동양의 그것보다 많이 낮아서

이혼율이 높고 그에 따라 편부모 가정이 많다는 것에 상당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서문화사의 ABE 시리즈라는 청소년 문학 전집에서도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에 그들이 겪는 미묘하고 아픈 감정을 다룬 책이 있었고

상당히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우리 나라에서도 흔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이혼이란 사건이 부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부부가 속해있었던 가족 구성원 전체,

특히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이란 엄청 지대하며

청소년 기의 아이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며

그 결과는 때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른다.

따라서 그들의 심리가 안정될 수 있게 돕고,

비록 가족의 외형이 깨졌다 해도

피로 연결된 그 가족의 본질은 상하지 않아 아이들의 정신 세계가 안좋게 깨어지는 것은 예방해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보듯이,

192센티미터의 거인이지만 어쩔 수 없는 열두 살의 정신 세계를 가진 소년이다.

부모는 막 이혼했고

비록 아빠와 엄마가 더 이상 사이좋은 모습으로 가정을 꾸릴 수 없을 거라는 걸

이성적으로는 받아 들인다 한들,

감성적으로는 좋았던 과거를 스스로는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이이다.

큰 몸집을 가졌지만 아직 사고는 작은 아이인 아이러니를 가진 소년, 트리가 주인공이다.

트리는 여리고 착한 아이지만 또한,

그 나이의 아이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자신의 덩치에 맞는 운동 신경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특히 형들과 비교하여-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못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으로 갈피를 못 잡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식구였던 늙은 강아지가 죽을 뻔 한다거나

마을에 큰 홍수가 난다거나 하는 사건과 함께

새롭게 학교로 전학 온 왕따 소녀와

베트남 전 참전 용사로서 장애를 가지게 되지만 삶과 죽음에 대하여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

라는 두 친구 덕분에 점차 자신의 가치관의 중심을 잡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며

키와 같이 정신도 자라나는 모습을 보인다.

 

크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트리의 내면의 성장 과정이 소소하게 잘 그려진 책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즐거운 책이다.

12살 소년이 아픔을 딛고 밝게 자랄 거라 의심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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