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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요즘 가장 '핫'한 작가 요 네스뵈의 대표작.
일전에 그의 작품 중 한국에 최음으로 번역된 작품인 <헤드헌터>를 읽었을 때에
나쁘진 않았지만 그가 왜 그리 북유럽 뿐 아니라 전 유럽, 혹은 세계에서 잘 나가는지
아주 특별한 점을 찾지는 못했기에 당분간 묻어 놓았던 작가였다.
그러던 것이 그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고
한국에서도 꽤나 인기를 누리기에 이 시리즈의 세번째 권이지만
스탠드얼론처럼 쓰여진 앞 두권을 제외하고 진정한 출발점이라 불리는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열광했다..
내가 사랑하여 마지않는,
<닐스의 신기한 모험>의 작가이자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셀마 라게를뢰프의 우화로 시작한다.
우리 나라에도 번역된 'Redbreast'라는 새의 이야기.
개똥지빠귀가 될 수도 있겠고, 붉은가슴울새가 될 수도 있겠으나
예수와 이 새와의 짧은 우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인데,
이 책의 제목을 이 우화에서 빌어왔음은 다 읽고 알게 되었지만 중의적인 요소를 띈다.
2년 전 노르웨이에서 극우 또라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전세계를 경악해 빠트렸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노벨 평화상의 나라이며 북유럽의 잘 살고 피요르드 등 이쁜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 였기에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아했을 정도였고,
극우 인종주의자인 범인이 인종 통제의 모범국의 하나로 한국을 뽑아 또 한번 놀라게 되었던 기억이 생생.
이 책을 읽자, 노르웨이란 나라의 역사 속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고,
또한 그 아픔이 우리의 것과 어느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며 닿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히틀러가 전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
자발적으로 그의 나찌 사상에 동조하여 노르웨이 침공을 돕고, 독일군에 입대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를 어찌하지 못하고 왕가는 나라 밖으로 피신하였던 사실.
그리고 2차 대전이 끝나고 다시 돌아왔으며 나찌 동조자들을 매국노로 모두 처벌했다는 사실.
그러나, 그 사상의 분열은 아직까지도 남아있어 애써 숨기려 하나
마치 수면 아래 백조의 발처럼 크나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갈등의 요소는 현대의 노르웨이 인들이 그들의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았으며
이를 외면하기 보다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사회 통합과 아우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마도 요 네스뵈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이들이 존재하고,
망명 정부가 존재했음은 같으나
매국노들이 처벌받지 않고 떵떵거리고 살아왔으며
그 갈등의 요소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의 힘으로 말미암아
좌우 사상의 갈등으로 증폭되었으며
급기야는 종족 상잔의 전쟁으로까지 확장되었던.
그리고 남한 만을 보더라도 그 사상 갈등의 잔재는 현재까지도 남아
지역 갈등과 사회 사상적 갈등, 그리고 계층적 갈등으로 그대로 남아있음을.
겉으로는 경제 발전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룬 것 같이 보이나
지난 선거에서 보듯 여러 가지 갈등의 요소는 내재되어 있고
그것을 이용해 먹는 이들로 말미암아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 조차 없는 보수적 사회.
이것이 한국이라 본다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나라가 될 것이다.
좋은 소설이라 한다면
재미가 가장 중요할 수 있겠으나
루카치가 보여주었듯 근대 이후의 사회적 산물이며 사회적 반영이 소설이라 한다면
그로 인하여 사회를 비추어 보고 생각해 볼 만한 점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크라임 스릴러로서 극적 긴장감과 미스테리의 요소를 잘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요소를 넣어 20세기 이후 노르웨이 사회를 반추하는 네스뵈의 이 책은,
위에 언급했듯 우리 나라의 현실과도 맞물리는 점이 있으므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같은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시리즈를 죽 읽는 게 내 스타일인데,
다음권의 번역을 기다릴 것인가,
이미 나와있는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를 먼저 읽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