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읽으면 기분이 찜찜하다.

인간성과 사회의 가장 어둡고 부조리한 면을 여과없이 확 드러내 버리는 그의 글은

잘 알면서도 불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솔직함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그려내는 사회의 단면을 보고 싶기 때문에

이 사회파 미스테리의 거장의 작품은 읽지 않을 수가 없다.

 

기리노 나쓰오 여사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아웃> 역시 매우 충격적이고 찜찜하다.

삶의 무게가 찐득하니 내려앉은 지방 도시의 야간 도시락 공장.

각각의 사연과 개성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이 있다.

허영기 가득하게 살아가든,

시어머니와 아이들의 부양에 허리가 휘어가든,

남편과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든,

밖으로 도는 남편과 다투든..

어찌되었든 간에 그녀들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밥과 반찬들과 매일밤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렇게 흘러갈 것만 같았던 그녀들의 일상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모두들 연관이 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과 전혀 다른 암흑의 세계에 평생을 살아온 한 남자는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봉인했던 '악'을 끄집어 내고 그녀들에게 다가온다.

 

뭔가 위태위태한 범죄 아마추어 아줌마들이

각각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실행하는 행동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스릴은,

그러나 이 책의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작가가 진정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사회에 의해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후천적 모럴보다 우선하는

본성 깊숙히 숨겨진 일탈과 악, 그리고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해방감 같은 것이리라 보였다.

어릴 적 살인에 의해서 자신의 무서운 열망을 깨닫게 된 남자.

알고 있으되, 사회 생활을 위해서 모든 것을 억눌러야만 했고

자신을 따르고 사랑하는 이에게도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억압.

남편과 아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하고 또 그것을 별로 갈구하지 않는 삶 속에서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벗어나고 떨쳐버리고 싶어하는 여자.

모든 이가 타인으로 느껴지지만 자신을 사모하는 이에게도 아무것도 줄 수 없는 단절감.

이 두 가지 감정과 사람이 살인과 고문 등으로 뒤틀린 채 만나는 단계에서

둘은 40년 동안 갖지 못했던 공감과 해방감을 느낀다..

 

얼마나 어이없기도 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그리고 그러한 그들을 만들어낸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뒤틀린 구석이 존재하는가.

누가 그들을 사이코라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들은 어디론가 이 사회의 규범과 틀 바깥, 즉 아웃.

안 보이는 곳에 있을 뿐..

생각할 것이 많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글은 특이하다.

묘한 스릴이 있으면서도 아주 박진감있게 진행되기 보다 천천히 늘어지고,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면서도 무섭지는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주 재미있는 것도 아니지만 손에 들면 계속 읽어내리지 않고는 못 배기기도 하고..

한국에 출간된 그의 저작의 순서는 매우 뒤죽박죽인데,

어쨌든 데뷔작인 <안개의 왕자>를 만났다.

 

안개 3부작 연작의 첫번째 권이기도 한 이 책은

데뷔작 답게 풋풋함이 보인다.

다분히 스티븐 킹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스물스물 퍼져가는 공포감으로 절정을 향해 치닫는 이야기.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킹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르게 작가 자신 만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스페인의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지라,

미국식의 도시 혹은 마을 분위기와 다른 공간적 배경 또한

미국 문화에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

 

메피스토 설화와도 비슷한 흔한 이야기이지만

안개라는 장치를 가지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의 풋사랑과 우정을 통해 이어나가는 이야기는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기에 데뷔작이지만 여러 상을 수상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후의 연작을 기꺼운 마음으로 계속 읽을 예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남미편 1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널리고 널린 여행기들 중에서도 내가 챙겨읽는 작가 중의 하나가 오소희다.

그녀의 여행이 특별한 것은 세살바기 때부터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

어찌보면 혼자서도 쉽지 않을 제3세계 배낭여행을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우리 보다 여행의 역사가 깊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일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대한민국 아줌마와 엄마의 뚝심으로 씩씩하게 여행을 해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일반적인 여행자에 덧붙여,

엄마로서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참으로 읽을 맛이 난다.

 

내가 가장 가고 싶은 대륙인 남미.

이 모자가 드디어 이곳으로 떠났다.

여태까지의 여행 중에 가장 길었다고 하는 이 여행이 또한 특별한 것은

이제 초등학교 중간 학년이 된 아들래미 중빈이의 일기가 포함되었기 때문인데

마치 조카를 보는 듯,

이 꼬마의 생각과 행동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엄마와 또래인 나로서는 흥미롭다.

과연 어린이의 여행이 의미가 있는가.

혹자는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생각과 세계관을 갖게 되었을 때부터의 여행이 진짜라 하는데,

나도 그 의견에 동의는 어느 정도 하지만

어렸을 때의 이러한 여행이 그러한 생각과 가치관을 보다 빨리, 그리고 비교적 올곧게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남미의 여러 나라들..

칠레,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을 돌아다니며

그들은 또 다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아이이기에, 또 엄마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또한 사람들이 마음을 열게끔 해주었다.

축구공과 함께 중빈이가 가져 간 바이올린.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스포츠와 예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저 통하게 되는 두 가지로

소통하는 두 사람은 이미 여행의 프로페셔널이다.

흔히 알다시피 정열적이고 태평하다 하는 남미 사람들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임과 동시에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살다가 정작 현재는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우리와 달리

현재를 중시하여 지금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

그 정열을 불태운다.

 

스페인의 침략으로 시작된 수탈의 역사를 수백년 거치고

독립을 위한 투쟁,

그리고 여전이 불안한 정치, 경제적 상황 가운데에서도

좌파와 우파의 갈등이 지속되는 불안함.

언뜻 보면 우리와도 참 많이 닮아있는 이들의 현대사는,

그러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위에 말했듯이 현재를 중시함과 뿜어내는 열정으로

우리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띈다.

 

붐 문학으로 말미암아 가까운듯 느끼고 언제나 동경하는 남미.

맘에 드는 여행자들이 들려주는 그곳의 이야기는 기분좋게 읽어내릴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가장 '핫'한 작가 요 네스뵈의 대표작.

일전에 그의 작품 중 한국에 최음으로 번역된 작품인 <헤드헌터>를 읽었을 때에

나쁘진 않았지만 그가 왜 그리 북유럽 뿐 아니라 전 유럽, 혹은 세계에서 잘 나가는지

아주 특별한 점을 찾지는 못했기에 당분간 묻어 놓았던 작가였다.

그러던 것이 그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고

한국에서도 꽤나 인기를 누리기에 이 시리즈의 세번째 권이지만

스탠드얼론처럼 쓰여진 앞 두권을 제외하고 진정한 출발점이라 불리는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열광했다..

 

내가 사랑하여 마지않는,

<닐스의 신기한 모험>의 작가이자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셀마 라게를뢰프의 우화로 시작한다.

우리 나라에도 번역된 'Redbreast'라는 새의 이야기.

개똥지빠귀가 될 수도 있겠고, 붉은가슴울새가 될 수도 있겠으나

예수와 이 새와의 짧은 우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인데,

이 책의 제목을 이 우화에서 빌어왔음은 다 읽고 알게 되었지만 중의적인 요소를 띈다.

2년 전 노르웨이에서 극우 또라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전세계를 경악해 빠트렸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노벨 평화상의 나라이며 북유럽의 잘 살고 피요르드 등 이쁜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 였기에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아했을 정도였고,

극우 인종주의자인 범인이 인종 통제의 모범국의 하나로 한국을 뽑아 또 한번 놀라게 되었던 기억이 생생.

 

이 책을 읽자, 노르웨이란 나라의 역사 속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고,

또한 그 아픔이 우리의 것과 어느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며 닿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히틀러가 전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

자발적으로 그의 나찌 사상에 동조하여 노르웨이 침공을 돕고, 독일군에 입대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를 어찌하지 못하고 왕가는 나라 밖으로 피신하였던 사실.

그리고 2차 대전이 끝나고 다시 돌아왔으며 나찌 동조자들을 매국노로 모두 처벌했다는 사실.

그러나, 그 사상의 분열은 아직까지도 남아있어 애써 숨기려 하나

마치 수면 아래 백조의 발처럼 크나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갈등의 요소는 현대의 노르웨이 인들이 그들의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았으며

이를 외면하기 보다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사회 통합과 아우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마도 요 네스뵈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이들이 존재하고,

망명 정부가 존재했음은 같으나

매국노들이 처벌받지 않고 떵떵거리고 살아왔으며

그 갈등의 요소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의 힘으로 말미암아

좌우 사상의 갈등으로 증폭되었으며

급기야는 종족 상잔의 전쟁으로까지 확장되었던.

그리고 남한 만을 보더라도 그 사상 갈등의 잔재는 현재까지도 남아

지역 갈등과 사회 사상적 갈등, 그리고 계층적 갈등으로 그대로 남아있음을.

겉으로는 경제 발전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룬 것 같이 보이나

지난 선거에서 보듯 여러 가지 갈등의 요소는 내재되어 있고

그것을 이용해 먹는 이들로 말미암아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 조차 없는 보수적 사회.

이것이 한국이라 본다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나라가 될 것이다.

 

좋은 소설이라 한다면

재미가 가장 중요할 수 있겠으나

루카치가 보여주었듯 근대 이후의 사회적 산물이며 사회적 반영이 소설이라 한다면

그로 인하여 사회를 비추어 보고 생각해 볼 만한 점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크라임 스릴러로서 극적 긴장감과 미스테리의 요소를 잘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요소를 넣어 20세기 이후 노르웨이 사회를 반추하는 네스뵈의 이 책은,

위에 언급했듯 우리 나라의 현실과도 맞물리는 점이 있으므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같은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시리즈를 죽 읽는 게 내 스타일인데,

다음권의 번역을 기다릴 것인가,

이미 나와있는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를 먼저 읽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SF의 불모지 한국에서 참으로 드물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애장판이니, 개정판이니 출판사를 옮겨가며 여러 차례 출간되었던 오드리 니페네거의 기념비적인 작품.

사실 일반 독자에겐 몰라도, SF 팬의 입장으로서는

시간 여행이란 너무도 반복적으로 재탕되어 온 SF의 고전적 주제이고

하드하게 들어가면 그 패러독스를 물리학에 꽝인 사람으로서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워 머리가 아프고

라이트하게 다루면 단순한 활극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달갑지 만은 않은 주제이다.

많은 사람에게 읽힌 것으로 볼 때 하드한 작품은 아닐 것이고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볼 때는 '아내'에 중심을 두어 달달한 러브 스토리가 될 것이라 짐작이 가서

재미는 있을 것 같았지만 선뜻 집지 않고 놔두었던 이 책을 오랜만에 집어 들었다.

역시 예상한 대로, 러브 스토리인데 어라, 이거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언젠가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아주 재밌게 보았던,

리차드 매드슨 원작의 "Somewhere in Time"을 연상시키는 타임 패러독스 러브 스토리.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을까' 라는 행복한 질문을 던지게 되며

언제까지라도 그 사랑이 영원하여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나기 이전 과거는 결국 말과 사진 만으로 채우기 마련이고,

둘 사이의 불확실한 미래는 서로의 관계를 어느 정도 스포일링하기 마련이다.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어느 시간대로인가 점프해 버리는 남자.

그는 과거에서 한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들의 몇년 간의 만남이 어느 순간에는 사랑이 되고,

그들이 언젠가는 부부가 될 것임을 안 채,

여자가 숙녀가 되었을 때 아직 만나기 전인 남자를 만난다.

시간대가 다르기 보다 (남자의 시간대는 불쑥날쑥이지만 일직선이므로) 경험이 서로 다른 두 사람.

그들은 과거와 미래를 공유한다.

모든 시간대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숨겨놓은 비밀과 경험을 공유하고 숨기고 고백하면서도

한편으로 언제 닥쳐올지 모를 사고에 떨기도 하는 여느 연인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수십 년 동안의 한결같은 사랑을 타임 패러독스와 이렇게 멋지게 결합하다니..

아껴놓았던 보물을 만난 것 같아 뿌듯했던 시간들이었다.

마지막 장면 또한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아름다운 장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