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SF의 불모지 한국에서 참으로 드물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애장판이니, 개정판이니 출판사를 옮겨가며 여러 차례 출간되었던 오드리 니페네거의 기념비적인 작품.

사실 일반 독자에겐 몰라도, SF 팬의 입장으로서는

시간 여행이란 너무도 반복적으로 재탕되어 온 SF의 고전적 주제이고

하드하게 들어가면 그 패러독스를 물리학에 꽝인 사람으로서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워 머리가 아프고

라이트하게 다루면 단순한 활극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달갑지 만은 않은 주제이다.

많은 사람에게 읽힌 것으로 볼 때 하드한 작품은 아닐 것이고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볼 때는 '아내'에 중심을 두어 달달한 러브 스토리가 될 것이라 짐작이 가서

재미는 있을 것 같았지만 선뜻 집지 않고 놔두었던 이 책을 오랜만에 집어 들었다.

역시 예상한 대로, 러브 스토리인데 어라, 이거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언젠가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아주 재밌게 보았던,

리차드 매드슨 원작의 "Somewhere in Time"을 연상시키는 타임 패러독스 러브 스토리.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을까' 라는 행복한 질문을 던지게 되며

언제까지라도 그 사랑이 영원하여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나기 이전 과거는 결국 말과 사진 만으로 채우기 마련이고,

둘 사이의 불확실한 미래는 서로의 관계를 어느 정도 스포일링하기 마련이다.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어느 시간대로인가 점프해 버리는 남자.

그는 과거에서 한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들의 몇년 간의 만남이 어느 순간에는 사랑이 되고,

그들이 언젠가는 부부가 될 것임을 안 채,

여자가 숙녀가 되었을 때 아직 만나기 전인 남자를 만난다.

시간대가 다르기 보다 (남자의 시간대는 불쑥날쑥이지만 일직선이므로) 경험이 서로 다른 두 사람.

그들은 과거와 미래를 공유한다.

모든 시간대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숨겨놓은 비밀과 경험을 공유하고 숨기고 고백하면서도

한편으로 언제 닥쳐올지 모를 사고에 떨기도 하는 여느 연인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수십 년 동안의 한결같은 사랑을 타임 패러독스와 이렇게 멋지게 결합하다니..

아껴놓았던 보물을 만난 것 같아 뿌듯했던 시간들이었다.

마지막 장면 또한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아름다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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