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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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타깝다는 말로는 모자랄 만큼 불쌍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입니다.
집단강간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가 여름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숨이 턱 막힐 만큼 슬프게 쓰여 있습니다.
세상이 용서한 가해자, 
피해자이지만 이해받지 못하고 용서 받지 못한 여자는 자신을 용서해줄 사람을 간절히 필요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강간을 당한 여자라는 편견에 가득찬 눈길과 폭력뿐이었습니다.
불행하기만 했던 그녀는 우연히 그 사건의 가해자와 마주치게 되고 불행하기 위해 함께 하기로 한 그들의 동거 생활은 
실종된 옆집 아이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한 기자가 그 사건을 취재하던 중 우연히  그들의 아픈 과거가 슬슬 드러나게 되고
기자는 그녀에게 행복하냐고 만족스러운 인생이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 있는게 아닙니다.' 이 대사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강간사건이라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일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역의 고통인 듯 해서...
가나코와 오자키의 사연을 다 알게 된 기자는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을 다시 찾아갔을 땐 가나코는 떠나고 없었습니다.
안녕이라는 한마디만 남긴 체...
마지막장에서 기자는 오자키에게 묻습니다.

"...... 그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던 인생과 가나코씨를 만난 인생 중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229p

오자키는 아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자는 그의 눈동자에서 대답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죄책감 없는 삶, 그녀를 만난 삶 중 과연 그는 어떤 쪽을 선택했을지... 그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습니다.아마도 그녀를 만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라고....저는 그 대답을 듣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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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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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도 고아 소년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이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입니다.
지루할 새가 없이 탕~탕~탕~ 일어나는 사건들이 책을 다 읽을 때 까지
긴장을 풀 수가 없게 만듭니다.
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퀴즈쇼에 참가한 주인공은 학교도 재대로 다니지 못한 사람이지만
퀴즈쇼의 문제들을 기가 막히게 풀어나가고 어떻게 그가 그 문제들을 맞출 수 있었는지
그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과거들을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쩜 인생이 이렇게 까지 파란만장 할 수 있을까요.
고아로 신부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다
나쁜 사람들에게 잘 못 걸려 맹인이 될 번한 위험에서 도망쳐
한물간 여배우의 집에서 하인으로 살다 그녀의 자살로 갈 곳을 잃고...
그가 들려준 19년간의 삶은 치열했습니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 듯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 작가의 상상력과 어쩜 이렇게 선명하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소설이 있을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읽기가 아까운 책 두말이 필요 없습니다.
당장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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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새빌 경의 범죄 - 오스카 와일드 단편소설전집
오스카 와일드 지음, 최성진 옮김 / 북이데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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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를 무척 많이 읽었었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아서 새빌 경의 범죄 외 행복한 왕자를 포함하여 총 13개의 단편들 모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영국의 오래된 저택, 몇 백년간 유령이 살고 있는 집에 이사는 온 미국인 가족들이
유령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캔터빌의 유령
식민지 노예들의 끔찍하고 고통스런 노동현장에 대한 꿈을 꾸고
‘부자들의 사치에서 가난한 이들의 삶이 나온다.’는 신하들의 설득에도
아름다운 옷과 왕관은 거부한 뒤 하늘의 축복을 받게 된 어린 왕의 이야기-어린 왕
그 밖에 자신의 생명과 부, 명예보다 사랑을 선택한 어부,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부모를 외면 한 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왕이 된 아이의 이야기 등  

(또 어느 작품에는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아기가 되어 죽는 부족에 대한 설명이 나와서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스콧피츠제럴드가 이 부분을 읽었던 것일까요?)
사랑과 우정, 부, 연민, 배려와 아름다움 등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야 할 것들에 대해
교훈적인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진짜 동화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살던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
그야말로 영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가는 그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식민지 문제와 빈부 격차, 도덕성 의 둔화 등 많은 사회적 병폐들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사랑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많은 작품들의 동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이유로 동화작가로 각인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인간과 예술의 공통된 지향점을 찾아가는데 있기 때문이다.’ 395p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그의 다른 매력들도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니
오스카 와일드가 초면이신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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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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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전 위대한 개츠비를 읽긴 했지만 스콧피츠제럴드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픽 노블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먼저 읽고 누구나 한번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매력적인 글로 표현한 걸 보니 호기심에 읽은 이 책은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0가지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차 대전이 끝난 뒤 시작해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다
1927년 주식 대폭락과 함께 사라진 재즈 시대...
그 재즈 시대를 상징하는 작가 스콧피츠제럴드...
실제로 재즈 시대에 살았던 작가의 목소리로 처음 접한 재즈 시대 이야기는 무척 낮설었습니다.
넘쳐나는 돈으로 술과 춤 문화가 발달하고 예전 사상들은 무너졌지만
새로운 사상들은 자리를 잡지 못해 비틀거리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경쾌하지만 무겁고
상상력은 뛰어나지만 무척 쓸쓸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낙타 엉덩이’란 작품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가장 놀랍게 읽은 단편 중 하나입니다.
다이아몬드 시계를 사기 위해 하루 만에 쓴 단편이라고 합니다.
젊은 변호사의 황당무계한 결혼 이야기는 마지막에 큰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로 ‘이게 재즈 시대구나’ 조금은 감이 왔습니다.
‘리츠칼튼 호텔 만 한 다이아몬드’ 에선 인간의 허영을 이렇게 까지
신랄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라웠습니다.
지독하다고 밖에 설명 할 길이 없을 만큼 끔찍하게 살다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 스콧피츠제럴드
완벽하게 천국과 지옥을 살았던 그 삶이 책에서도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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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씨의 맛
조경수 외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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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띠지에 ‘『백 년 동안의 고독』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엠마』『작은 아씨들』의 매혹적 로맨스가 만났다.’ 라는 광고 문구가
먼저 눈에 확 들어왔고
뭔가 신비로우면서 로맨틱한 가족사와 사랑이야기 일 것이라 혼자 짐작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책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기억을 잃고 슬픈 비밀을 간직한 채 돌아가신 외할머니
몸에서 전기가 흘러나오는 둘째 이모
눈을 감고 의식을 비행 시킬 수 있는 막내 이모
이들이 살았던 보츠하펜이란 조용하고 깨끗한 독일 시골 아름다운 집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집을 상속받게 된 손녀(이리스)는 할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그 집에 잠깐 머무르게 되면서 기억과 망각.
그 집에서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상처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 위에 시간이라는 반창고를 다시 붙이려면
적어도 한 번은 그 상처들을 살펴봐야 한다.’247p

외할머니를 오랫동안 사랑했던 한 남자
가장 친했던 사촌언니의 죽음
사랑에 상처받고 지독하게 불행했던 이모들의 삶
이 모든 삶들이 가득한 그 집에서 풍기는 사과 향기는 아찔할 만큼 진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 상상했던 로맨스 소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이 책속에서의 분위기나 배경, 자연과 삶이 주는 맛은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달콤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사과 향, 물기를 가득 안고 있는 그 사과 같은 책
이제 곧 나무도 꽃들도 피어날 이 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결국 망각은 시간과 손을 잡아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247p
주인공 이리스는 몇 일후 그 집을 떠나고,
떠나는 그녀는 막스라는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잊어’라고... ...
저는 왜 그 말이 ‘살아’라고 들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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