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씨의 맛
조경수 외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띠지에 ‘『백 년 동안의 고독』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엠마』『작은 아씨들』의 매혹적 로맨스가 만났다.’ 라는 광고 문구가
먼저 눈에 확 들어왔고
뭔가 신비로우면서 로맨틱한 가족사와 사랑이야기 일 것이라 혼자 짐작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책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기억을 잃고 슬픈 비밀을 간직한 채 돌아가신 외할머니
몸에서 전기가 흘러나오는 둘째 이모
눈을 감고 의식을 비행 시킬 수 있는 막내 이모
이들이 살았던 보츠하펜이란 조용하고 깨끗한 독일 시골 아름다운 집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집을 상속받게 된 손녀(이리스)는 할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그 집에 잠깐 머무르게 되면서 기억과 망각.
그 집에서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상처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 위에 시간이라는 반창고를 다시 붙이려면
적어도 한 번은 그 상처들을 살펴봐야 한다.’247p

외할머니를 오랫동안 사랑했던 한 남자
가장 친했던 사촌언니의 죽음
사랑에 상처받고 지독하게 불행했던 이모들의 삶
이 모든 삶들이 가득한 그 집에서 풍기는 사과 향기는 아찔할 만큼 진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 상상했던 로맨스 소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이 책속에서의 분위기나 배경, 자연과 삶이 주는 맛은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달콤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사과 향, 물기를 가득 안고 있는 그 사과 같은 책
이제 곧 나무도 꽃들도 피어날 이 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결국 망각은 시간과 손을 잡아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247p
주인공 이리스는 몇 일후 그 집을 떠나고,
떠나는 그녀는 막스라는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잊어’라고... ...
저는 왜 그 말이 ‘살아’라고 들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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