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100년을 읽는다
마치엔 외 지음, 최옥영.한지영 옮김, 송수권 감수 / 지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지구에서 가장 권위 있고 유명한 문학상인 노벨문학상…
그 100년의 역사의 기록물인 이 책은 700쪽이 넘는 분량과
노벨문학상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지…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내 걱정은 4장을 넘어가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수상작 마다 작가소개, 작품내용, 작품감상, 감상안내, 선정이유, 수상소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작품 당 4~5장을 넘지 않아 전혀 지루함 없이 쉽고 빠르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억지로 라도 읽어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읽고 이해를 할 수 있을 정도면
나도 어디 가서 좀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은 계산으로 읽기 시작했다.
도리스 레싱,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로제 마르탱 뒤가르의 책을 겁 없이 선택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책도 있고, 다 읽긴 했지만 이게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인지 이해가 안가는 책도 있었다.
그 후로 노벨문학상에 대한 울렁증이 생겨버렸다.
기가 팍 죽어서 다시는 노벨문학상 받은 작품이라고 일부러 찾아서 읽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신기하게도 100년간 수상작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 중 일년에 딱 한 작품에게 수여되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책은 어떤 이유로 수상하게 되었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감상안내라는 부분은 이 책은 쓴 (마치엔 외)의 주관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된 부분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상당히 깊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료 조사도, 작품 설명들도 아주 꼼꼼하다. 전문적인 지식이 아주 풍부한 이의 글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랄까…특히 소설보단 시에 대한 감상 안내가 맘에 들었다.(난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은 소설과 수필에게만 수여되는 줄 알았다. 100년간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과 극작가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시는 은유법이 많으니 글을 그대로 읽다보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감상 안내를 보고나니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던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읽다가 포기한 작품의 설명도 보고나니 이해가 더 쉬웠다.

“모든 시는, 모든 책은 각자의 요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일종의 외침이며 질문이다. 대답은 독자의 침묵과 함축, 끊임없는 독서 중에서 얻는다. 때문에 시는 시인의 질문과 독자의 회답으로 이루어지는 정교한 대화이다.”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수상소감 중

나는 독서를 하면서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책의 질문을, 외침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그냥 흥미위주의 책읽기를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도 했던 아주 유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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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리플레이 판타 빌리지
켄 그림우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수많은 선택을 앞둔 18살로 돌아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가!
17살이나 20살 때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런 상상 한번쯤은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43살의 제프는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대학 기숙사에서 눈을 떴다.
18살로 돌아온 제프, 자신이 선택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떤 영화가 대박을 칠지, 어느 팀이 우승 할 지, 주식을 무엇을 사면 대박이 날지
떼돈을 벌 수 있는 정보가 그의 머릿속에 가득하니 얼마나 완벽한가!
그는 갑부가 되었고 행복하진 않았지만 결혼도 했고 예쁜 아이도 낳았다.
그리고는 또 죽었다. 처음 죽었던 그 시간에… 
 


처음엔 완벽한 사회적 성공을, 다음엔 멋진 남편으로, 후회 없는 삶의 마지막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 자신의 역사를 세웠지만 계속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에 제프는 지치고 좌절한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삶이란 축복이 아니었다.
신작 영화도 신곡도 제프에겐 이미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었다.
3번째 돌아온 삶에서 제프는 패멜라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하게 되는데…

정말 환상적인 소설이다.
이렇게 손에서 놓기 아쉬울 만큼 재미있는 책도 오랜만이다.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사건들… 뜻밖의 만남과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허락된 희망까지…멋지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내 인생을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면…모든 게 완벽해질 것 같다.
그럼 나는 몇 가지 선택을 바꿀 것이고, 그 말은 하지 않을 것이고,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완벽해질 것 같다.
하지만 선택을 바꾼다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후회가 남지 않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오랫동안 생각이 머문 부분이다.
결국 모든 일은 운명대로 진행 될 뿐, 선택의 문제가 아니구나…
내게는 알 수 없는 미래가 있다. 앞으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후회 할 일도, 후회 하지 않을 일도 참 많을 것이다.
그저 내 선택을 믿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빨리 털어버리자
최선을 다하는 자의 운명은, 미래는 밝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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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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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능력(외모, 학력, 재력) 있는 자들이 이끌어가고, 주목받고, 인정받는 사회에
그저 배경인물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 방자와 향단이들 에게 바치는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는 심하게! 못생겼다.
언제나 놀림감이었고 ‘웃지마! 웃으니까 더 이상해’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여자다.
열심히 공부하고 교양을 쌓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평생을 태생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으며 살아온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동정이 아닌 진짜 사랑일까?
늘 느리게 대답하고 표정이 없고 늘 혼자인 불쌍하고 못생긴 여자를 진짜 사랑하는 건가?
책 속의 그녀-도대체 어떻게…그럴 이유가…없었으니까요. 140p
정말 그녀를 사랑하게 된 건가요? 동정도 연민도 없는 진짜 사랑인가요?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 잘 생기고 친절하고 착한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랑을 믿지 못하고 도망치기만 하는 여자를 보면서
평생을 외모 때문에 상처받고 그 상처에 익숙해져 행복해지는 게 두려운 여자
그 여자의 가슴속에 가득한 어둠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름다움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갖지 못한 여자의 어둠은 나에게도 있기 때문에…
박민규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들에 지루할 새 없이 신나게 읽다가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기도 했다.

겉으로는 잘 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자의, 많이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마음속에 같은 어둠이 많이 닮은 이들의 사랑이야기…
사랑에 대해 얘기 하다가 인간이 뭐냐는 질문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결국 사는 게 뭐냐는…평생가도 해결이 나지 않을 그 질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다.
사랑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그게 삶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다수인 세상이지만, 왜 평범한 건 시시한 게 되어버리고
1%의 능력 있는 자들을 부러워하고 나를 부끄러워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우리가, 평범한 사람이 다수인데 말이다.
스스로의 빛을 내 자신을 위해, 지금 내 곁에 있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쓰라는 작가의 기운 찬 응원에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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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카드 게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4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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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동생을 다치게 한 죄목으로 보호소에 수감된 브란웰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친구인 코너가 나선다.
이복동생의 부상에 큰 충격을 받은 브란웰은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코너는 그들만의 의사소통 방법을 만들어 브란웰의 침묵의 이유들을 하나씩 밝혀나가기
시작하면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브란웰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지쳐보면서 나 또한 너무 아팠다.
엄마의 기억이 하나도 없는 브란웰…
엄마가 사고로 죽은 후 브란웰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빠뿐이었다.
브란웰을 목숨처럼 아끼면서 절대적인 사랑을 주던 아빠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그들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아무리 어른스럽고 똑똑한 아이라고 해도 겨우 12살이었다.
단 한명뿐인 가족, 아빠의 사랑을 이젠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하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만큼의 시간을 브란웰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 날 엄마가 생겼고, 동생이 생겼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총명하고 말을 사랑하던 아이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고
브란웰의 어린 동생을 돌봐주러 온 영국에서 온 오페어 

(집안일을 하면서 숙식과 용돈을 제공받은 유학생)비비언으로 인해 브란웰은 더욱 침묵하기 시작한다.
브란웰의 무조건적인 친구 코너가 그의 침묵의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흥미로워진다.
말을 하지 않아서 통하는 친구, 이유가 없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
브란웰과 코너는 서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함께 성장하는 두 소년의 우정이 멋진 책이다.
속도감이 놀라운 작품이다. 절대 유치하다거나 지루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추리소설의 느낌에 성장소설을 섞어 놓은 듯한 책이다.
재혼가정의 문제, 2차 성징, 범죄 등 다양한 그리고 조금 어두운 이야기들을
코닉스버그는 재치 있는 문장으로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었기에
망설임 없이 별 5개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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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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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90년대 초, 커다란 안경에 교정기를 낀 평범한 여고생의 외국어 고등학교 적응기!
외국어 고등학교는 외국어를 배우러 가는 곳인 줄 알았지
외국어를 배워서 가야 하는 곳인 줄 몰랐던 그녀는
갑자기 쏟아지는 불어와 영어 사이에서 길을 잃고 외국어로도 모국어로도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아무에게도 소통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3년간의 삶의 기록인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10년 전 뉴키즈 온 더 블록과
농구선수 문경은에게 열광하던 나, 격하게 성장통을 앓던 시간들이 떠올라
순간 더위도 잊고 오랜만에 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졸업하기 전까지 너희들은 기계야. 기계는 감정이 없다. 사람이 아니라고 믿으면 고민도 없어.145P
전공 하고 싶은 분야를 찾지 못한 체 일단 대학만 가자는 목표로
엉덩이에 땀띠가 나노록 노력해 성적은 조금씩 오르고
외국어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면 빨리 시집을 갈 생각도,
체력이 약하니 야근이 잦은 대기업에 취업할 생각도,
다른 친구들처럼 외교관이 되고 싶다거나 교사나 기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이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엘 가서 뭘 하나 고민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방황하고 아프면서 커가는 시간을 여고생의 감성으로 담담하고 재미있게 써 낸
오현종, 또 하나의 멋진 작가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쁩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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