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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소수의 능력(외모, 학력, 재력) 있는 자들이 이끌어가고, 주목받고, 인정받는 사회에
그저 배경인물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 방자와 향단이들 에게 바치는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는 심하게! 못생겼다.
언제나 놀림감이었고 ‘웃지마! 웃으니까 더 이상해’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여자다.
열심히 공부하고 교양을 쌓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평생을 태생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으며 살아온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동정이 아닌 진짜 사랑일까?
늘 느리게 대답하고 표정이 없고 늘 혼자인 불쌍하고 못생긴 여자를 진짜 사랑하는 건가?
책 속의 그녀-도대체 어떻게…그럴 이유가…없었으니까요. 140p
정말 그녀를 사랑하게 된 건가요? 동정도 연민도 없는 진짜 사랑인가요?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 잘 생기고 친절하고 착한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랑을 믿지 못하고 도망치기만 하는 여자를 보면서
평생을 외모 때문에 상처받고 그 상처에 익숙해져 행복해지는 게 두려운 여자
그 여자의 가슴속에 가득한 어둠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름다움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갖지 못한 여자의 어둠은 나에게도 있기 때문에…
박민규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들에 지루할 새 없이 신나게 읽다가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기도 했다.
겉으로는 잘 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자의, 많이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마음속에 같은 어둠이 많이 닮은 이들의 사랑이야기…
사랑에 대해 얘기 하다가 인간이 뭐냐는 질문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결국 사는 게 뭐냐는…평생가도 해결이 나지 않을 그 질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다.
사랑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그게 삶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다수인 세상이지만, 왜 평범한 건 시시한 게 되어버리고
1%의 능력 있는 자들을 부러워하고 나를 부끄러워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우리가, 평범한 사람이 다수인데 말이다.
스스로의 빛을 내 자신을 위해, 지금 내 곁에 있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쓰라는 작가의 기운 찬 응원에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