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남 레는 이 ‘보트’란 작품으로 아주 대단한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많은 상을 받고 수많은 언론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명예를 가져다 준 ‘보트’
무엇이 그렇게 독자들을 열광 시킨 것일까?

7가지 단편으로 이뤄진 ‘보트’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너무나 담담한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건조하다 못해 손만 대면 가루가 되어버릴 낙엽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카르타헤나’였다.
자신이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14살 소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쯤은 알고 있다는 그 소년은 돈을 받고 살인을 하고 있었다.
넉 달 만에 14명을 죽였다.
빈민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짐작이 되긴 하지만
죄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미 세상의 바닥을, 절망의 끝을 맛본 사람의 눈빛을 가진
아이의 모습이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슬펐던 작품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단편인 듯한 첫 번째 이야기는 변호사에서 소설가로 살아가는
한 남자와 아버지로 시작한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둔 가족의 이야기
어릴 때 헤어진 딸을 만나러 가는 암에 걸린 아빠의 이야기 등등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나라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들은
어둡고 슬프지만, 작가의 목소리에선 습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코끝이 찡해 진나거나,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담담한 문체의 탓도 있겠지만…책과 나의 교감의 문제도 있었다.
이 책의 무엇이 그렇게 큰 벽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그것조차 확실치 않다.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책을 다 읽긴 했지만 한 장도 제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책으로 분류해 놓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방금 이 책을 다 읽었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이토록 매력적인 여 탐정을 처음 만난 탓도 있겠지만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긴장감 있게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 작가도 오랜만이다.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잠시 내려놓는 게 너무 힘들 지경이었다.
범인이 너무 궁금해 얼른 읽어버리고 싶다가도 한꺼번에 읽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한장만 더, 한장만 더... 그렇게 이틀만에 다 읽어버리고 만 책이다.
 
9개의 단편, 독립 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몇몇 이야기는 연결되어있다.
자살, 자살을 가장한 살인, 의문의 죽음 등을 수사해가는 과정과 예상치 못한 반전 등
하무라 탐정, 그녀와 함께한 1박 2일은 너무나 행복했다.
스릴이 필요한 당신에게 와카타케 나나미와의 만남을 추천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몇번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악! 여자였어!!!'
'연하장은 왜 보내가지고....' 등등 짜릿한 반전에 무척 즐거웠다.
스포가 될듯 해 줄거린 생략한다.
올 하반기 최고의 추리소설 '의뢰인은 죽었다.' 아마 나는 하무라 시리즈의 광팬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오후. 거실 텔레비전에서 맹인 합창단이 거위의 꿈을 부르는 맑은 노래를 들으면서

눈으론 청각장애인 소녀가 10살 때 자신이 당한 성폭행에 대해 진술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끄거나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뭐가 현실인건데?… 극단적으로 다른 빛을 내고 있는 텔레비전 속 그들과 책 속의 그들 사이에서 나는 당황했다.

이 시궁창 같은 현실 앞에 난 눈을 감을 것인가 뜰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둘 줄 어느 것을 선택하던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힘없는 자들의 눈물을 마르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가재는 게 편일 것 일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애인들에게 가해진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앞에
참기 힘든 분노와 함께 무기력함이 쓰나미 처럼 몰려왔다.
3일 밤잠을 못 잔 사람처럼 피곤함까지 함께…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한 장애인들이 꼼짝없이 당해야만 하는 억울한 사연들을 뉴스나 시사 프로를 통해 몇 번 접한 적이 있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여자애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온 친할아버지와 삼촌들이 가볍게 처벌받고 사건이 종료된 기사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동물처럼 학대하고 썩은 음식을 주고 있었다는 뉴스
그런 사건을 접할 때 마다 인간의 추악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광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교사 성폭행 사건을 담고 있는 소설은 읽는 내내  너무 아팠다.
권선징악의 뻔한 마무리가 아닌 지독하게 현실적인 주인공의 선택과 결말(내 예상을 뛰어넘는 정말 멋진 결말이었다.)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장애인으로써의 삶, 그 고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아팠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보면…결국 바위가 깨지는 게 아니라 계란만 계속 깨질 뿐이다.’
이렇게 속으로 열심히 되내이면서 끝까지 읽었다.
지금도 나는 모르겠다. 눈을 감아야 할지 떠야 할지…계란으로 계속 바위를 칠지 말지…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정말 재미있게 읽고 난 후라 그녀의 이번 시작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마라톤 완주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그런 미우라 시온가 들려주는 폭력과 어둠에 대한 이번 신작은
‘정말 그 미우라 시온 맞아?’ 라고 할 만큼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주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주인공 노부유키
그의 여자친구 미카
주인공을 가족처럼 믿고 의지하는 다스쿠
섬에 닥친 쓰나미로 가족을 잃고 몇 명의 어른과 이 세 아이들만 살아남게 되면서
그들의 평온했던 삶은 어둠과 절망 속으로 빠지게 되는 내용이었다.
자연 재해로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참히 죽어간 가족과 이웃을 보며
주인공의 죄의식은 마비된 듯 하다.
그는 의미 따윈 없다. 죽음도 불행도 단지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281p 고 생각한다.
나와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불행 앞에
‘무슨 일이든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라는 간단한 논리로 자신을 이해 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죄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있는 것은 불합리와 폭력뿐이다. 264p 라고 말하기도 한다.
폭력으로 입은 상처는 폭력으로 밖에 회복 될 수밖에 없으니
자신이 저지른 폭력은 정당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그릇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살인과 무자비한 폭력 앞에 너무나 담담하기만 한 작가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을 뻔했다.
무척 힘이 느껴지는 문체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몇 시간 만에 책을 다 읽고 사람의 목을 조르고 있는 주인공의 손과
그 모든 사실들을 알면서 조용히 입을 닫아버린 부인의 표정이 떠오르는 듯 했다.

노부유키 처럼 폭력을 폭력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살인은 살인으로 보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옥이겠지…
살아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노부유키는 폭력으로 상처 입은 맘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사람들을 바보 같다 말하지만
우린 바보 같아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우라 시온. 그녀의 변화무쌍한 작품 세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 속에 감춰져있을 또 다른 모습이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검은 구가 사람들을 향해 다가온다.
지상으로 내려온 블랙홀인지, 비밀리에 계발된 비밀무기인지…
그저 사람을 흡수하는 검은 덩어리라는 것밖엔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바로 죽는다는 불안감으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나에서 둘, 셋… 수백 개로 늘어난 구는 천천히, 끝임없이 사람들을 흡수하기 시작하는데…
강도짓과 살인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통제가 불가능해진 세상, 혼돈의 가운데에서
사람들은 자비심과 동정심 따위는 개나 줘 버린 듯 행동하기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한 폭주가 시작된 것이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웠다. 절망의 끝에 몰린 인간이 못할 짓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의 광기가 피부에 와 닿는 듯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살기위해 사람들을 밟고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그래, 책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해 씁쓸했다.

김이환, 그를 문근영 대통령이란 작품으로 작년에 처음 만났었다.
미소녀가 대통령인 나라의 한 소년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는 소재가 아주 독특해
그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빛난다.
사람을 삼키는 절망의 구라니… 이 책의 속도감과 흡입력은 대단하다.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방금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한편의 재난영화를 보고난 기분이다.
하지만 개운하지 않은, 마지막 장면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인공의 피곤함이 내게도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