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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오후. 거실 텔레비전에서 맹인 합창단이 거위의 꿈을 부르는 맑은 노래를 들으면서
눈으론 청각장애인 소녀가 10살 때 자신이 당한 성폭행에 대해 진술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끄거나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뭐가 현실인건데?… 극단적으로 다른 빛을 내고 있는 텔레비전 속 그들과 책 속의 그들 사이에서 나는 당황했다.
이 시궁창 같은 현실 앞에 난 눈을 감을 것인가 뜰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둘 줄 어느 것을 선택하던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힘없는 자들의 눈물을 마르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가재는 게 편일 것 일 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애인들에게 가해진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앞에
참기 힘든 분노와 함께 무기력함이 쓰나미 처럼 몰려왔다.
3일 밤잠을 못 잔 사람처럼 피곤함까지 함께…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한 장애인들이 꼼짝없이 당해야만 하는 억울한 사연들을 뉴스나 시사 프로를 통해 몇 번 접한 적이 있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여자애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온 친할아버지와 삼촌들이 가볍게 처벌받고 사건이 종료된 기사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동물처럼 학대하고 썩은 음식을 주고 있었다는 뉴스
그런 사건을 접할 때 마다 인간의 추악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광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교사 성폭행 사건을 담고 있는 소설은 읽는 내내 너무 아팠다.
권선징악의 뻔한 마무리가 아닌 지독하게 현실적인 주인공의 선택과 결말(내 예상을 뛰어넘는 정말 멋진 결말이었다.)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장애인으로써의 삶, 그 고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아팠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보면…결국 바위가 깨지는 게 아니라 계란만 계속 깨질 뿐이다.’
이렇게 속으로 열심히 되내이면서 끝까지 읽었다.
지금도 나는 모르겠다. 눈을 감아야 할지 떠야 할지…계란으로 계속 바위를 칠지 말지…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