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정말 재미있게 읽고 난 후라 그녀의 이번 시작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마라톤 완주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그런 미우라 시온가 들려주는 폭력과 어둠에 대한 이번 신작은
‘정말 그 미우라 시온 맞아?’ 라고 할 만큼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주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주인공 노부유키
그의 여자친구 미카
주인공을 가족처럼 믿고 의지하는 다스쿠
섬에 닥친 쓰나미로 가족을 잃고 몇 명의 어른과 이 세 아이들만 살아남게 되면서
그들의 평온했던 삶은 어둠과 절망 속으로 빠지게 되는 내용이었다.
자연 재해로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참히 죽어간 가족과 이웃을 보며
주인공의 죄의식은 마비된 듯 하다.
그는 의미 따윈 없다. 죽음도 불행도 단지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281p 고 생각한다.
나와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불행 앞에
‘무슨 일이든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라는 간단한 논리로 자신을 이해 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죄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있는 것은 불합리와 폭력뿐이다. 264p 라고 말하기도 한다.
폭력으로 입은 상처는 폭력으로 밖에 회복 될 수밖에 없으니
자신이 저지른 폭력은 정당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그릇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살인과 무자비한 폭력 앞에 너무나 담담하기만 한 작가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을 뻔했다.
무척 힘이 느껴지는 문체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몇 시간 만에 책을 다 읽고 사람의 목을 조르고 있는 주인공의 손과
그 모든 사실들을 알면서 조용히 입을 닫아버린 부인의 표정이 떠오르는 듯 했다.

노부유키 처럼 폭력을 폭력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살인은 살인으로 보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옥이겠지…
살아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노부유키는 폭력으로 상처 입은 맘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사람들을 바보 같다 말하지만
우린 바보 같아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우라 시온. 그녀의 변화무쌍한 작품 세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 속에 감춰져있을 또 다른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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