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셀러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박원복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갖춘 대학교수 줄리우 세자르는 자살을 할 작정으로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 뛰어내린 준비를 하다 허름한 옷차림에 진지한 눈빛을 지닌
‘꿈을 파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작은 쉼표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에게 조금은 기독교적인 분위기,
예수에 대한 삶과 기독교 역사에 대한 부분이 자주 나와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으나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글들이 많아 한 박자 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꿈을 파는 사람을 스승으로 삼게 된 주인공은 그를 따라 다니며
그저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을 시작한다.
아주 시시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멀리서 자신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줄리우는 그 동안 괴롭혔던 마음속의 문제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지금 지구는 겉도 속도 모두 병들어 있다.
사람들의 이기심은 점점 커지기만 하고,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은 그걸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가 깨달은 마음속에 추악함 들은 분명 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와, 우리 모두의 문제들이다.
편견으로 가득 찬 눈으로, 성공과 물질만을 추구하며 지금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살펴볼 새도 없이
그저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 내달리기만 했던 삶에 나를 망치고 있는
내 마음의 병들이 보였다,
이 책을 통해 한달에 한번씩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심코 누구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한 적은 없는지
편견으로 가득 찬 눈으로 한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삶은 언제나 축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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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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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닐 게이먼 이란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고
공동묘지에서 귀신들에게 양육된 아이의 성장기란 책 소개가 아주 흥미로워
기대를 잔득 안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참 좋아해 뉴베리 수상작을 여러권 읽어 보았지만
이런 느낌의 성장소설은 처음이라 아주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죽은 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늑대인간에게 사라지는 법이나 타인의 꿈속에 나타는 법 등을 배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해리포터를 읽을 때 같이 황상적인 판타지 소설이 주는 짜릿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노바디는 살인자 잭에 의해 부모님과 누나를 잃고 공동묘지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노바디에게 공동묘지는 안전한 집이고 바같 세상은 언제 자신을 죽일지 모르는 살인자 잭이 있는 위험한 곳이지요.
어린 노바디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의 말을 따르는 아이에서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그 모든 위험과 두려움 앞에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는 아이로 성장하게 됩니다.
성장소설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 서툴고 어설프지만 상처와 아픔을 견디며  

세상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입니다.
이 '그레이브야드북'에도 그런 감동이 가득합니다.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 한 체 자란 아이
어둠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체 살아온 그가
세상의 모든 길은 다 걸어 보겠다는 그의 성장은 눈이 부셨습니다.
[노바디의 보호자인 사일러스와 노바디]
아주 강렬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책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지요.

같은 수상작,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 



지금까지 읽은 뉴베리수상작들은 각각 다른 매력이 있는 훌륭한 책들이지만
최근에 읽은  수상작들을 비교해보니 그레이브야드북이 얼마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는 엄마를 찾아가는 한 소녀의 길 여행기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 잔잔하고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책이지만 무척 두껍고 초반에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않아
집중력이 약간 아이들은 조금 버거울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레이브야드북' 은 우선 공동묘지라는 배경과 중간 중간 삽입된 일러스트, 가족을 죽인 살인자에 대한 노바디의 복수 등이 아주 긴장감있게 그려지면서 전혀 지루할 새가 없이 책장이 넘어갑니다.

 자~! 이제 새로운 출발이다.

"언덕길을 걸어 내려갔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 걸음을 옮겼다…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고 여러 길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345~6p

노바디, 그는 살아 있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일러스의 말을 저는 믿습니다..
앞으로 그가 걸어 갈 수많은 길에 부디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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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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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층이 넘는 높이에 넓이만도 몇 킬로가 넘는 타워이자 주권국가인 빈스토크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서
기상이변으로 한파가 몰아지고 홍수와, 폭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이 지구에
빈스토크같은 도시가 어쩌면 생길 수도 있겠구나...
그럼 그 속에서 일상생활이 어떻게 가능할까 호기심에 책장은 시원스럽게 넘어갑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타워라는 독특한 형태의 국가이지만 이곳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욕심과 권력욕이 뒤섞인 싸움들은 여기에서도 이어지면서 살인과 음모들이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안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기계적인 차가운 인간이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타클라마칸 배달사고’ 나 ‘샤리아에 부합하는’를 읽으면서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찾기 위해 빈스토크 국민들은 힘을 모아
사막 사진을 샅샅이 살펴보고 다른 이웃 국가의 사람들에게 까지 도움을 요청해
생명을 구하고, 빈스토크를 파괴하려는 무리의 계획을 무산시킨 한 주민의 대사
60년을 살면서 지켜봐왔지만 바벨탑이 아니었거든…내 손으로 여기를 없앨 수가 있어야 말이지, 여기 이 동네 말이야… 여기는 바벨탑이 아이었거든, 그러니까 저기……
마지막 점점으로 쓰인 부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어 참 가슴이 따뜻해지기 까지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또 책 중간 중간에 배명훈 작가의 전공인 외교학 지식들이 비치기도 하고
구성이 아주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6가지 단편으로 이뤄져 있지만 몇 가지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과학소설, SF소설은 정말 피하는 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 쓰는 걸 아주 싫어하는 편이라 탐정추리 소설 같은 장르도 피하는 편인데 과학소설은 산만하고, 어렵고, 황당무계하고 나랑은 안 맞을 것 같다는 나의 편견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타워’를 만나서 아주 즐거운 한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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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5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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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와 다니엘의 교환일기가 발각되고 그 교환일기를 살펴본 어른들은
그들의 사이를 우정이 아닌 다른 감정이라는 의심을 하게 되고
너무나 다혈질적인 성격과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했던 자크의 계획에
의해 두 소년은 가출을 감행한다는 내용의 고전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11권짜리 ‘티보가의 사람들’ 이란 책의 1권이 회색노트이다.  


엄격한 가톨릭 집안의 둘째 아들인 자크는 어머니가 없다.
자크의 삶은 사랑이 철저히 결핍된 답답하고 차가운 감옥 같은 곳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개신교 집안의 장남인 다니엘은 따뜻한 어머니와 사랑스러운 동생의
믿음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그에게도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상처가 있다.

많이 다른 듯 하지만 결국 비슷한 종류의 상처를 안고 있는 두 소년은
가출로 인해 진짜 세상을 경험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자랑한다.
‘고전은 사람의 말초가 아닌 중추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추천사가
이렇게 진심으로 믿어지는 일도 드물었는데 정말 중추가 떨림을 경험했다.
진정한 의미의 성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는 것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이미 늙어가는 다니엘의 엄마! 그녀는 아들의 가출로 인해 가정이 아이들의 인성에 미치는영향을 인식하고 바람둥이 남편이 돌아왔지만 그녀는 남편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다니엘의 가정은 평화를 되찾았지만
자크는 엄한 아버지가 가출을 한 벌로 자신을 먼 곳으로 보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한다. 형에 의해 잠시 풀어졌던 마음이 다시 얼어버렸다.
가여운 자크는 자신의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영혼의 친구인 다니엘에게 유서를 남기는 것으로 회색노트는 끝이 난다.

자크를 어디로 보낸단 말인가! 그는 정말 자살을 한건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대로 읽기를 보고나서 자크가 보내질 곳과 그의 자살 유무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었지만
회색노트 이후 20년에 가까운 세월의 기록이 담겨져 있는 나머지 10권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꼭 다음 편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회색 노트 이후 이야기는 자크와 그의 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성새대와의 끝임 없이
충돌하는 자크와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형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지며
내면의 갈등, 인물간의, 시대의 갈등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작품설명은
거의 고문이다. 꼭 다음 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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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마르티 레임바흐 지음, 최유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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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도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 정말 많다.
증상도 중증부터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 증상이 중증이던 경미하던 부모의 노력은 똑같이 필요하다
먹는 것 에서부터 운동, 치료 등등 얼마나 많은 자극과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성공여부가 좌우된다고 한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다.
아이가 자폐증을 갖게 된 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지만
다니엘의 엄마 멜라니는 한없이 자신을 자책 한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이기에 내 아이가 이런 장애를 갖게 된 것일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아이가 자폐증에 걸린 것을 알고 남편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지만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아이를 붙들고 있어야 했기에 떠나가는 남편의 마음을 붙잡을
손도 힘도 마음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렇게 남편과 이혼을 하고 다니엘의 치료에 전력을 다 한다. 

 
장애아를 돌보고 치료하는 일이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복지예산과 지원은 터키나 멕시코 등과 비슷하고
OECD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당연히 최하위를 차지한다.
아쉽게 꼴찌를 차지한 게 아니라 확연하게 차이나는 꼴찌다.
한 자폐아의 어머니는 ‘내가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다른 장애아 부모들이 공감하는 것만 봐도 그 고충이 어느 정도 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이 책의 배경은 영국이다.
유렵의 복지수준이 높다 해도 역시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짐은 무겁다.
아이가 비장애아가 될 수만 있다면 웃으면서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다는 엄마 멜라니는
다니엘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집안의 물건들도 아이를 위해 모조리 팔아 버리고 종이, 연필 하나까지 아껴가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한다.
그 덕에 아이는 점점 나이지고, 조금씩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치료가 되었다.
다니엘이 가진 자폐증은 남과는 ‘틀린’ 모습이 아닌 다른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남들과 조금 느릴 뿐인 다니엘의 내일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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