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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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웨덴에 겨울이 오면 오후 두시부터 어둠이 찾아온다고 한다.
대기에 물감이 풀리듯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오후 두시
작가가 그 시간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책 제목을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으로 지었을까
나도 스웨덴 겨울의 오후 두시를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에세이에서는 삶의 희망이나 위로 등을 받고는 했는데
작가의 전공이 철학과 역사라 책 곳곳에 유럽과 동양의 역사, 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이방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과 유럽의 모습들은
내게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알려주었다.
과거사에 대한 독일인의 합리적인 생각
정체성에 대한 넓은 시각
마이너리티 조국, 일본에 대한 질투심 등
그 동안 내 안에 흐릿하고 두루뭉술하게 생각하기만 했던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명확하게 따져 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제각각인 국적과 성별 나이의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김수영작가의 소중한 시간들을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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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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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범한 10대 소녀였던 에버, 교통사고로 부모님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었다.
사고당시 가족들의 영혼이 떠나는 걸 보고 따라가려 했지만
이상하게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질 않아 이생에 남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녀는 절대 남들에게 말 할 수 없는 능력이 생겨버렸고
하루 종일 주변사람들의 속마음이 귀에 들리고
오라(사람을 감싸고 있는 빛 같은 것, 기분에 따라 색이 변함)가 보이는 피곤한 삶이 시작된다.
시끄러운 음악으로 귀를 막고, 선글라스로 앞을 막아도 그녀를 괴물 취급하는 같은
반 친구들의 적대감은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외로운 아이 에버
어느 날 전학생 데이먼의 등장으로 그녀의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에버는 운명처럼 데이먼에게 끌리지만, 그는 비밀이 너무 많았다.
기가 막히게 잘 생긴 얼굴, 공부와 운동 등 못하는 게 없다.
전 세계를 여행 다녔고, 게다가 엄청난 부자다! 모든 게 완벽한 왕자님인 데이먼
그를 좀 더 알고 싶어 몰래 그의 집으로 찾아가고
그 곳에서 그녀는 차마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상당히 두꺼운 책이지만 절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두께의 압박은 까맣게 잊어버린 체
데이먼의 정체와 에버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동생의 영혼,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그들의 전설 같은 사랑에 대한 궁금증에 잠도 잊은 채
책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잔뜩 새우고 살아가는 에버가 불쑥불쑥 떠오르는 사고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에 아파하며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영혼이라도 동생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에버…
그녀는 데이먼의 등장으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가고 성장해간다.
‘언니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 라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동생을 보내줄 만큼 성장한 에버
앞으로 얼마나 멋진 여성으로 자라날지 기대가 된다.
사랑 앞에 당당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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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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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에 상처받고 떠난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기 까지
그녀의 아르헨티나 여행기를 지켜보며 그녀처럼 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복잡한 매력에 흠뻑 취했다.
나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길거리에서 탱고를 추는 남녀,
경제 불황으로 엄청난 실업률,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의 암울한 모습들로 기억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르헨티나라는 나라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산더미처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아르헨티나를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한 나라, 특히 유혹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매력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와 정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도시를,
그 치명적인 유혹의 도시를 이 책 한권으로 맛보았다고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가슴속에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그 노스텔지어에 책을 읽는 동안
항상 가슴 한쪽이 짠한 기분이 떨쳐지질 않았다. 

                      

이민자들로 이뤄진 도시,
아르헨티나인은 배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만큼 온갖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곳,
그래서 항상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슴에 품은 체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작가는 그곳에서 놀라운 인연들을 경험하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사랑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사랑으로 치유해간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책 속의 여행이 가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책’을 위한 여행 이라는 것이 느껴질 때가 그런 경우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이 책을 쓰면서 그녀는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 스스로가 무척 고통스러운 순간에 떠난 여행에서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순간순간들을
고스란히 기록해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작은 힘을 얻었다.   

치열하게 아프고 힘들고, 다 포기하고 싶어도 내 모든 힘을 다해 끝까지, 끝까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는 그녀의 말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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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쫓는 아이 - 열네 살 소년이 우연한 곳에서 자신의 꿈과 조우하는 이야기
케이트 톰프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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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대단한 문제아 바비의 성장소설이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바비가 훔치고 다니는 물건에 차까지 포함되어 있다.
14살이 차를 훔쳐 몰고 다니다 불을 질러 버리는 장면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가능한 범죄인가?…
아이가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데 바비의 엄마는 화를 내거나 울기만 한다.
14살에 아이를 낳아 혼자 생계를 이어가다 늘어나는 빚과 쇼핑 중독, 우울증에 허덕이는
어린 엄마는 폭주하는 어린 아들을 붙잡아 줄 힘이 없다,
그저 흐느껴 우는 수밖에……
빚쟁이들을 피해 시골로 도망친 바비네 식구…
시골생활과 가족에게서 도망치려다 실패하고 시골로 돌아온 바비는
자신의 잘못으로 망가진 자동차 값만큼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삶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절대, 누구에게도 맘을 열지 않는 바비
엄마에게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 아이는
경계를 한번 내려 버리면 거기에 기다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공격을 한다.
내 미래가 있어야 하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고통,
엉망진창으로 지저분하게 엉켜 있는 내 인생 86p 
 

한껏 큰 꿈을 가져야 할 나이에 절망부터 배워버린 바비는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던 예전으로 몇 번이나 돌아가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을 어둠에서 구하기 위해 희망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처음엔 불행한 가정에서 따뜻한 사랑을 모른 체 살아온 바비의 미래가 암담하게만 보였다.
14살에 술과 마약에 손을 대는 아이,   

꿈도 희망도 모른 체 살아가는 아이에게 뭘 기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 지는 바비의 손, 그 손의 손금 하나하나엔 기름때가 끼여 있다.
난 정말! 참! 그가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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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박광수 글.그림, 김유철 사진 / 홍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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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저기 먼 나라 얘기인 듯, 나랑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나에게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연이은 사업 실패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작가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순간,
다시 희망을 갖는, 바닥을 박 차고 다시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못 보게 된다면?
글쎄…나는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안 죽는 사람은 없는데, 그걸 알면서도
전혀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 슬픔의 크기가…
이 책 속엔 납골당, 묘지 사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속엔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남은 자들의 그리움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딸이 남긴 듯한 쪽지의
“보고 싶어”라는 글자에 그만 목이 메인다.
무슨 말로 그 아픔을, 그리움을 표현 할 수 있겠냐 만은
보고 싶다는 글자 속에 남겨있는 수많은 눈물들이 느껴졌다.
그 사진을 보는 내내 맘을 찡했다. 
 

왜 우리는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걸까? 155p
인간의 어리석음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게 아닐까?…
잃고 난 후 소중함을 알게 된들 무슨 소용인가…이미 잃어버렸는데…
곁에 있을 때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고 난 후에야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깨닫는 바보 같은 짓을 나는 안 하고 싶지만
지금 난 동생에게 화가나 몇 일째 말도 안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동생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인데,
좀 넓게 생각해보면 내가 이해해줄 수도 있는 문제인데…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았던 건지…
난 아직도 사는 게 많이 서툰 사람이다.
언제쯤 능숙해질지 기약이 없다.
쉽게 흔들리고, 상처받는 나는 아직 진정한 어둠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숨만 쉰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란다. 행동해야 진짜 살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멋지게 죽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다.
내 인생의. 나만의 답을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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