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니까...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찾아간 수원, 어느 중국요리집에서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3분넘게 올림픽 중계를 보았다. 채널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이미 사람들이 보고 있던 덴마크와의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경기는 시선을 피할 수도 없이 떡하니 내 눈 바로 앞에서 중계 되고 있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배드민턴 경기였다.
우리나라가 세트 스코어 1대 0 상황에서 지고 있었고, 난 같이 밥을 먹던 동생에게 "우리나라 배드민턴이 왜 이렇게 됐지?"하고 물었고, 동생은 "울 아빠가 안계셔서..." 라고 답을 했다. 좀 웃기는 대화의 양상이지만, 울 남매는 간만에 우리만 아는 웃음을 지었다.

배드민턴은...
자동적으로 돌아가신 울 아빠를 연상하게 하는 운동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내가 살던 지방에 처음으로 배드민턴을 알리는 워크샵이 열릴 때 그 워크샵에 참가한 이후로 울 아빠 삶에는 매일매일 배드민턴이 끼이지 않은 날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때론 일요일에도 그리고 한 두번은 어린이날에도 지방 대표선수들 지도하러 가시는 아버지 따라 체육관에 가서 선수들 연습하는 거 구경하면서 체육관 특유의 냄새에 신기해 하기도 하고, 아직 배드민턴의 인지도가 아주 낮던 시절에도 울 나라 배드민턴 선수들이랑 외국 선수들 이름까지 줄줄 외우고 다녔었다. 명절이면 선수들이 우리 집에 인사하러 오고 배드민턴 협회분들도 우리 집을 아지트처럼 찾아오시곤 했다. 체육 불모지라는 내가 살던 지방에서 유일하게 전국대회가서 메달을 받아오는 종목이 배드민턴이었고 그게 우리 아빠의 노력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었다.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를 생각나게 하는 것들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멀리 해왔다. 그러니 저렇게 진하게 연관이 되는 배드민턴은 단연 기피 대상 1순위이고...

올림픽이라고 게다가 어제는 금메달을 땄다고 여기저기서 배드민턴 말이 나오길래 어쩔 수 없이 접하면서, 그래도 약간은 무덤덤해진 내 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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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다시 오는 건지, 가을이 오는 건지.... 요즘 제 마음만큼 혼돈스런 날씨네요.

다들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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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9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9 0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