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구판절판


<지름길>
남인도 체나이에서의 일이다. 디왈리 축제를 구경하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지도를 봐도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도중에 만난 한 사두에게 길을 잃었다고 하자, 그는 충고하듯 말했다.
"넌 길을 잃었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신의 계획에 따라 정확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다. 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넌 분명히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
그러면서 그는 재차 강조했다.
"신은 지름길로 가게 하려고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찾던 여인숙은 바로 다음 골목에 있었다. -239쪽

<말뚝에 묶인 염소의 비유>
내가 염소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한 사두가 말했다.
"말뚝에 묶인 염소처럼 세상에는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묶인 밧줄을 끊으면, 보라 나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고 그 사두는 자유롭게 가벼렸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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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7-0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읽는 인도 관련 책들... 특히 가벼웁게 잡아든 이 책이 자꾸 가슴을 친다. 그리고 인연을 생각하게끔 한다. 난 책과 사람이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들어서 부쩍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가슴이 답답할 때, 알고 있는 것들을 다 까먹어버렸다고 생각할 때 쯤 한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켜켜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마음 구석에 박혀있는 삶의 지헤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책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