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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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학을 가장한 이런 종류의 사기는 그동안 수도 없이 있어왔다. 그리고 최근 10년간은 신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이비 과학들이 과학에 무지한 일반인들에게 그럴듯하게 알려져 왔다. 만병통치 약을 파는 약장수의 논리에 비싼 장비로 찍은 그럴듯한 사진을 곁들인 에모토 마사루는 고급 사기꾼에 속한다. 특히 이 사람은 수십 번 실험해서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내는 방법을 쓴다. 이런 쓰레기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우리나라 교육도 문제지만 대중에게 올바른 과학을 전하려는 학계의 노력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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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어 프로그래밍
오규태 지음 / 세화(도서출판)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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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16을 216으로 쓴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구성에 어떠한 일관성도 없으며 설명도 부실하다. 중요한 명령어 설명은 챕터 8에서야 나온다. 어셈블리어는 귀찮을 뿐이지 어려운 언어는 아닌데 그것을 이렇게 어렵게 설명하는 것도 기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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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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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최근 작품보다는 초기 작품들을 좋아한다. (양3부작,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 작품은 태엽감는 새 이후로 7년만에 나온 장편이지만 예전이 더 좋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완성이니 결집이니 하는 말을 하지만 예술은 결말이나 완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 초기작품보다 후기 작품이 나으란 법은 없으며 작가가 나이를 먹어감에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재미면으로서는 여타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 뒤쳐지지않는다. 소년이 주인공인 만큼 이야기도 밀도있게 진행되고 두개의 플롯이 교차되는 구성도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이런 구성을 취한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려하는 메시지는 불명확하며 너무 진지한 나머지 과거의 작품들이 가졌던 조용히 위로받는 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과거 어느작품보다 환상이 많이 개입되어 이야기가 산만하다. 표지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명쾌하게 그려냈다고 씌여있지만(우리나라는 어째서인지 책표지의 절반이 광고다) 도무지 명쾌하지가 않다.

이 작품은 많은 점에서 <하드보일드 원더 랜드>와 대비된다.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로서의 그림자와 까마귀 소년, 두개의 플롯이 교차하는 구성, 작품 내에서 도서관이 갖는 중요성, 남을 것인가 되돌아갈 것인가의 갈등... 작가가 이 작품을 <하드보일드...>의 변주나 후주로서 그리고자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하드보일드...>를 뛰어넘는다고 보기는 힘들것 같다.

하루키의 최근의 '무라카미 류'식의 시도를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계속 조용히 상실만을 그려온 작가에게 죽음에 즈음해서(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건 확실하니까) 마침표를 찍고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억지로 찍으려는 마침표는 어색하다. 하루키는 소설이란 쓸 수 밖에 없으니까 쓴다 라고 말했다. 그것은 누구를 어딘가로 보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해답을 찾기 위해서도 아니다. 마치 조용히, 마음에 있는 컵이 차올라 넘치면 그것이 글이 되는 것처럼. 과거의 하루키의 소설은 그랬다. 그래서 하루키의 작품을 읽고있으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위로받는다.

그러나 요즘의 작품은 웬지 어색하다. 위로를 넘어서 답을 내려는 시도가 그렇게 만든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죽음과 더불어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의미없음 일 것이다. 의미없음은 모든 존재에게 있어서 사형선고이다. 그것과 맞서 싸울순 있어도 이길 순 없다. 죽음과 다른 것이 있다면 죽음은 삶을 끝내지만 의미없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의 존재가 의미를 잃음으로써 나의 존재는 죽지만 난 여전히 존재한다. 죽음이 나를 해방시켜 줄 때까지 의미없음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의미없음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살아가는 순간 순간은 그것과의 조용한 싸움이다.

자신의 글로 남을 구원하겠다는 과대망상증 작가가 아니라면 조용한 위로는 소설이 줄 수 있는 최선 중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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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haGreen 2004-08-1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변의 카프카 많이 실망했어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삶에 대해 언뜻언뜻 보이는 하루키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더욱 섬세해진 것 같지만 총합소설을 기획하고 시도했다는 말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한 구성과 설득력없는 플롯들이 맘에 들지 않더군요. 뭉뚱그려져 경계가 확실하지 않게 보이는 그가 묘사하는 세계와 그에 둘러싸인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딱 태엽감는 새까지만 좋았던 것 같아요.
 
키노의 여행 1 - the Beautiful World, NT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황윤주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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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바이크를 타고 여행하는 소녀의 이야기. 언뜻 편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지만 세상은 그렇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현대사회의 일부를 극단적으로 과장한 듯한 각각의 나라들은 때론 재미있고 때론 슬프고 때론 잔인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가정의 문제일 뿐이라고 폭력을 방치하는 나라, 괴롭기 위해서 일하는 나라, 책을 즐기기만 할 뿐 직접 쓰지는 않는 나라... 모두가 과장되었지만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다.

주인공인 키노는 여행자로서 한 명의 관찰자로서 이 나라들을 스쳐간다. 이런 시점은 각 나라의 모습을 작가의 선입견 없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의 관점에 따라 모든 것을 해결하며 달려가는 불도저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여타 다른 소설에 식상한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만큼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주인공(작가)이 아닌 독자들의 몫이다.

p.s: NT노벨에서 개인적으로 쓸만 한 것을 골라내는 기준은 작품의 유명도와(부기팝같은) 애니화 여부이다. 애니로 만들어졌으면 그래도 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맞아들어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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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의 묘
노사카 아키유키 지음, 홍영의 옮김 / 팬더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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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품이 거짓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아니 리얼할 정도로 전쟁의 비참함을 사실적으로 다루고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배상은 커녕 사과도 할 줄 모르는 전범국이 만들었다는데서 이 작품은 그 의미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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