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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은인입니다
홍순재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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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에 대해 듣고 싶어 할까? 실패는 또 어떤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은인입니다』의 이야기는 삶이 문학보다 강렬하다는 당연한 명제를 입증시키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실패와 절망, 비참함, 노숙을 겪으며 성장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는 아직 세상은 이런 일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보쌈집 할머니가 저자에게 보여준 무한한 애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울림을 준다. 나도 이런 보쌈집 할머니 한 분을 알고 있다. 그분은 내 고향에 있다. 내가 삶의 밑바닥에서 슬픔에 허덕이고 있을 때 그는 나에게 보쌈 한 그릇보다 더 큰 가르침과 애정을 주었다. 『당신이 은인입니다』는 잊고 있던 우리의 은인을 마음속으로부터 다시 길어 올려주는 두레박 같은 책이다.

티비에서 강연을 볼 때도 감동적이었는데, 책이 주는 울림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아니 강하다기 보다 질기고 굵은 나무줄기같이 내 마음에 뿌리처럼 박혔다. 한 번 더 티비에 출현 할 만큼 유명 강연자가 된 저자의 책이 널리 읽혀 이 시대의 새로운 은인이자 멘토로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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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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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대의 문제에 대해 40대인 자신이 답을 내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어쩌면 20대의 문제는 40대가 젊은 시절 그토록 바라던 미래의 초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듯, 기성세대의 욕망이 투영된 자리가 지금의 20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와 재산이 흘러넘치는 시대, 깨부숴야 할 적이나 간절히 성취해야 할 열망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시대.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젊음이 누리지 못한 것들을 우리 세대가 누리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취업난과 무력감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풍족해진 사회의 부작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에 대해 감히 부제를 붙이자면 ‘2012년 가장 용기 있는 고백’ 이라고 하고 싶다. 대선과 정치 키워드가 여기저기 난무하는 2012년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의 욕망과 무력을 고백한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강력한 정치적 행동이 아닌가.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해질 때 가장 정치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또 다른 문제를 포함한다.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졌다고 해서 세상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의 만족감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얼마든지 욕망해도 괜찮지만, 그 욕망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실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은 ‘욕망은 해도 괜찮아’일 것이다. 과연 ‘욕망하고 실현해도 괜찮아’의 시기는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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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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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픈 쪽으로, 더 가까운 쪽으로

 

채식주의자의 영혜가 ‘왜 죽으면 안되냐’고 자신의 언니에게 물었을 때, 나는 무언가로 머리를 가격당한 기분이었다. 그래, 살아 있다면 죽고 싶을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영혜의 언니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살아야지, 죽긴 왜 죽어! 희랍어 시간의 인물은 마치 영혜의 언니가 진화하고 발전한 것 같다. 더 단단하고 강력해진 인물만큼 슬픔과 고독도 강해졌다. 소설은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남자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서서히 눈이 멀고 있고, 한 여자는 어떤 심리적인 이유로 말을 잃은 채 살아간다. 이런 상황을 빼면 둘의 삶은 크게 긴박하거나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둘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첫눈에 반한다든가 대번에 서로가 소울메이트임을 알아봤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 남자가 여자에게 구체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여자가 희랍어로 시를 쓴 이후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알던 말과 언어는 침묵에 갇히거나 완전히 죽은 것이 된다. 비어 있는 언어의 자리는 사라져가는 약한 시각의 묘사와 말을 제외한 감각들로 채워진다. 여자가 왜 말을 하지 않는가, 보다 말이 사라진 자리는 무엇이 대신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단단하게 걸어 잠그기 위해 눈꺼풀과 입술이 있다는 문장은 이 소설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몸과 인간에 대한 사유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잘 쓰인 소설은 잘 깎인 다이아몬드처럼 어느 면을 바라봐도 빛이 나는 법이다. 나는 소설의 거의 모든 것이라 볼 수 있는 둘의 대화 장면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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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5250원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 문학과지성사 6300원 

숨그네(양장), 문학동네 10800원 

이별하는 골짜기, 문학과지성사 9900원

퀴르발 남작의 성, 문학과지성사 9900원

백의 그림자, 민음사 9000원

합계 : 51150원 

 나는 문학 전공자다. 주 전공은 문예창작이다. '글을 쓴다'는 행위에 사람들은 대게 티비 드라마를 연상한다. '그럼 곧 네가 쓴 드라마를 티비에서 볼 수 있는 거냐'라고 당연하게 누군가는 묻는다. 언젠가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영영 보지 못할 거에요. 나는 어린이처럼 왠지 침을 뱉고 싶어진다. 

 위에 적힌 여섯 권의 책은 최근 읽고 싶어진 것들이다. 우선 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와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는 꼭 보고 싶은 신간들이다. 특히 황정은은 전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이후 처음 쓴 경장편이다. 그 책의 어떤 장면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한밤중에 배가 아파 울부짖는 어미의 모습을 보며 경멸감을 느끼는 인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녀가 나의 머리를 잡아끌 수 있을까?  

  

  

최제훈은 등단 이후 흥미롭게 지켜본 작가 중 한명이다. 소설에 대해 고민 하는 작가는 매력적이다. 최제훈은 그런 고민을 가진 작가 같다. 그런 그의 첫 소설집을 반드시 사서 읽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가인 임철우의 신작 소설 또한 무척 기대된다. 2010년을 바라본 이 단단한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최근 2010년 노벨문학자가 선정되었지만, 나는 작년 수상자인 헤르타밀러의 소설을 다 읽지 못했다. <숨그네>에 대한 많은 찬사와 감상은 익히 읽어 알고 있다. 이제 내가 직접 그 명성을 읽을 차례다. 연극계에선 희곡작가로 더 알려진 최치언의 신작 시집 또한 얼른 읽어보고 싶다. 이번엔 무엇을 보여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신간 도서 앞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나를 보면 가끔 측은해진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책을 들고 숨어 들어가 게걸스럽게 책을 먹어치울 나를 상상하면 오싹하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그러한 면에서 메인 요리와도 같다. 칼비노가 말해주는 도시의 이야기에 잠이 오지 않는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밤마다 기다리던 왕의 기분이 이럴까? 어찌되었건 신간도서 앞에서 하염없이 손가락을 빨다 아사하기 전에 누군가는 날 도와줄 것이다. 그렇죠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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