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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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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가족소설이라니, 제인구달식 모던패밀리인가? 여하간 흥미를 끄는 소재와 제목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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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좋아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8
민느 지음, 나탈리 포르티에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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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낮에 돌아다니기에는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연두색 나뭇잎들이 눈이 부십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면 후텁지근한 공기가 말을 겁니다. 잠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몸이 서늘해집니다. 상쾌한 바람이 부는 밤공기는 또 어떤가요.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시원한 수박 한 쪽을 베어먹고 싶어집니다.

 

 

 

회전식 자동 물뿌리개가

빙글빙글 돌면서 물을 뿌리는 게 좋아.

물줄기 사이로 이리저리 신나게 뛰는 것도 좋아.

그리고 네가

"야, 저기 봐! 무지개야!

장미꽃밭에 무지개가 걸렸어!"

하고 소리칠 때 행복해.(18쪽)

 

민느의 <여름이 좋아>는 아빠와 언니와 함께 떠난 여름 방학 여행의 기록입니다. 이 여행은 연대기순으로 기록된 관찰일기는 아닙니다.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을 가감없고 진솔하게 적어놓은 게 전부죠. 그러나 특이한 게 있습니다. 이 모든 기록은 화자인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서술됩니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천진난만합니다. 이렇게요.

 

 

 

나는 숨바꼭질이 좋아.

밀밭 사이로 꼭꼭 숨을 때 재미있어.

 

터널을 지날 때도 좋아.

이쪽은 어두컴컴한데

저쪽은 파란 게 신기해.(53쪽)

 

 

단순하고 당연한 것 같은 일들이 주인공을 통해 세상에 나오자 어딘가 특이하고 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린이란 참으로 신기한 존재입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아빠 어디가>의 꼬맹이들을 보면 다시 한번 어린이들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단지 '작은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동심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조금은 슬픕니다.

 

 

강물에 앉아 있을 때

물줄기가 나를 스쳐 흘러가는 느낌이 좋아.(56쪽)

 

촉촉한 이슬을 맨발로 밟을 때가 좋아.(84쪽)

 

 

어린이 도서이지만 두고두고 아껴두었다가 잠들기 직전, 가장 소중한 시간 나만 혼자 보고 싶은 책입니다. 올 여름 밤은 이 책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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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 노재희 소설집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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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재희의 소설집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는 희한하다. 200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그의 첫 소설집이다. 직전 년도에 천운영, 전전년도에는 윤성희가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여러모로 의문점이 드는 구석이 있다. 혹시 그는 오래도록 글을 쓰지(혹은 발표하지)못할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이 일어나게 한다. 등단 후 십여년, 작가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등단작 제목처럼, '그는 (그동안) 어디로 가버린' 걸까?

 

  첫 소설인 <고독의 발명>은 시를 쓰려는 엄복태와 그를 둘러싼 가족, 선배와의 이야기이다.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과거 한국사회, 특히 70~80년대가 시와 소설의 시대였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온국민이 문학청년, 문학소년이었으며 대학 다닐 때 시집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다니지 않은 사람이 어딨었겠는가. 조금 비약해서 이렇게 말하지만은, <고독의 발명>의 엄복태는 '시와 소설의 시대를 청춘으로 보낸, 조금 나이가 든 전형적인 386세대 소시민 가장인 시인 지망생'이다. 이것만으로도 짐작가능한 수많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고독의 발명>에는 생생하게 재현된다. 시를 쓰고자 퇴근 후 고군분투하는 남자, 칸막이 책상을 인터넷에서 구입해 들여놓고 시를 쓰려 끙끙대는 남자. 회사 상사인 '감부장'과 조금이라도 말싸움에서 지고 싶어하지 않고 '이성복', '허수경', '황지우', '신경숙'등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한국 문단의 중견 작가들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고 말하는 선배와, 그런 선배와 함께 술을 마시는 남자. 나는 아니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가슴 한켠에는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면 어쩌지?'라고 느껴질만큼 문청들의 유사한 미래가 될 수도 있는, 그래서 더 웃기고 가슴아픈 오늘날 '고독의 가까운 미래'가 바로 이 소설에서 보여진다.

 

 잡지도 보이지도 않는 시간이라는 존재에게 인간은 무력하다. <시간의 속>은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진 후 수상한 부자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소설집에는 남성 화자와 여성 화자가 적당히 버무려져 있다. 정미경, 정지아, 전경린, 조경란 등 중견 여성 작가들이 여성 화자나 소설의 장치들로 여성성을 부각하는 것과 차별되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위에도 언급한 천운영이나 윤성희의 경우 극단적 여성성과 중성적인 인물 등 일견의 뚜렷한 개성을 갖는데, 노재희도 그 선상에서 자신만의 화법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예측해볼 수 있다.

 

 

 

나는 너를 때리지 않고도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게 할 수 있다. 네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어. 우리에겐 영혼이 있으니까.(<당신 손목을 붙드는 그림자>, 본문 291쪽)

 

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중편 <당신 손목을 붙드는 그림자>에는 자석산과 영혼에 대한 기가막힌 비유와 상징이 등장한다. 일명 '서재' 인테리어가 직업인 '나'는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와 책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 '빌어먹을 아름다움의 자장인지 뭔지'(338쪽)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 소설에는 정확히 세 개의 욕망이 등장하는데, 물질과 허영으로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박무석의 욕망, 다 망하고 부서진 창고처럼 마음도 녹아내린, 그러나 재기의 의지를 숨기고 있는 윤의 욕망,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름다움, 빛나는 것, 가족의 붕괴 등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나의 욕망들을 통해 인간세의 지리멸렬하고도 어쩔 수 없는 애환을 보여준다.

 

 

   그런데 말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걸 싫어한다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운 일이야.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러면서도 계속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도. 있잖아, 우리가 인생의 어느 순간, 빛나는 것을 보게 되면 나머지 인생 동안엔 그 그림자에 붙들려 살아야 하는 것 같아. 일단 어떤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 우리는 평생 그 아름다움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337쪽)

 

  그렇다, 우리는 어쩌면 평생 처음 본 최초의 아름다움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이 되고픈 자,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픈 자, 행복해지고 싶은 자, 이상적인 가족을 꾸리고 싶은 자 모두모두 사실은 너나 할것 없이 나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고 말하는 이 소설집의 제목이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는 초인이 되기 위한 전초전으로 고독 속으로의 도피를 말했지만 이제 도피는 사람들에겐 필수 덕목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엔터테이먼트 마저도 필수가 되어버린 피로사회에서 고독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는 발굴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독에게 속세의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실례다. 미래는 가까이 있고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있던 사람들이다. 오래된 미래, 가까운 청춘들. 마치 고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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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은인입니다
홍순재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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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에 대해 듣고 싶어 할까? 실패는 또 어떤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은인입니다』의 이야기는 삶이 문학보다 강렬하다는 당연한 명제를 입증시키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실패와 절망, 비참함, 노숙을 겪으며 성장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이유는 아직 세상은 이런 일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보쌈집 할머니가 저자에게 보여준 무한한 애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울림을 준다. 나도 이런 보쌈집 할머니 한 분을 알고 있다. 그분은 내 고향에 있다. 내가 삶의 밑바닥에서 슬픔에 허덕이고 있을 때 그는 나에게 보쌈 한 그릇보다 더 큰 가르침과 애정을 주었다. 『당신이 은인입니다』는 잊고 있던 우리의 은인을 마음속으로부터 다시 길어 올려주는 두레박 같은 책이다.

티비에서 강연을 볼 때도 감동적이었는데, 책이 주는 울림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아니 강하다기 보다 질기고 굵은 나무줄기같이 내 마음에 뿌리처럼 박혔다. 한 번 더 티비에 출현 할 만큼 유명 강연자가 된 저자의 책이 널리 읽혀 이 시대의 새로운 은인이자 멘토로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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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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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대의 문제에 대해 40대인 자신이 답을 내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어쩌면 20대의 문제는 40대가 젊은 시절 그토록 바라던 미래의 초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듯, 기성세대의 욕망이 투영된 자리가 지금의 20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와 재산이 흘러넘치는 시대, 깨부숴야 할 적이나 간절히 성취해야 할 열망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시대.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젊음이 누리지 못한 것들을 우리 세대가 누리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취업난과 무력감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풍족해진 사회의 부작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에 대해 감히 부제를 붙이자면 ‘2012년 가장 용기 있는 고백’ 이라고 하고 싶다. 대선과 정치 키워드가 여기저기 난무하는 2012년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의 욕망과 무력을 고백한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강력한 정치적 행동이 아닌가.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해질 때 가장 정치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또 다른 문제를 포함한다.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졌다고 해서 세상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의 만족감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얼마든지 욕망해도 괜찮지만, 그 욕망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실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은 ‘욕망은 해도 괜찮아’일 것이다. 과연 ‘욕망하고 실현해도 괜찮아’의 시기는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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