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좋아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8
민느 지음, 나탈리 포르티에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입니다. 낮에 돌아다니기에는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연두색 나뭇잎들이 눈이 부십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면 후텁지근한 공기가 말을 겁니다. 잠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몸이 서늘해집니다. 상쾌한 바람이 부는 밤공기는 또 어떤가요.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시원한 수박 한 쪽을 베어먹고 싶어집니다.

 

 

 

회전식 자동 물뿌리개가

빙글빙글 돌면서 물을 뿌리는 게 좋아.

물줄기 사이로 이리저리 신나게 뛰는 것도 좋아.

그리고 네가

"야, 저기 봐! 무지개야!

장미꽃밭에 무지개가 걸렸어!"

하고 소리칠 때 행복해.(18쪽)

 

민느의 <여름이 좋아>는 아빠와 언니와 함께 떠난 여름 방학 여행의 기록입니다. 이 여행은 연대기순으로 기록된 관찰일기는 아닙니다.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을 가감없고 진솔하게 적어놓은 게 전부죠. 그러나 특이한 게 있습니다. 이 모든 기록은 화자인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서술됩니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천진난만합니다. 이렇게요.

 

 

 

나는 숨바꼭질이 좋아.

밀밭 사이로 꼭꼭 숨을 때 재미있어.

 

터널을 지날 때도 좋아.

이쪽은 어두컴컴한데

저쪽은 파란 게 신기해.(53쪽)

 

 

단순하고 당연한 것 같은 일들이 주인공을 통해 세상에 나오자 어딘가 특이하고 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린이란 참으로 신기한 존재입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아빠 어디가>의 꼬맹이들을 보면 다시 한번 어린이들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단지 '작은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동심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조금은 슬픕니다.

 

 

강물에 앉아 있을 때

물줄기가 나를 스쳐 흘러가는 느낌이 좋아.(56쪽)

 

촉촉한 이슬을 맨발로 밟을 때가 좋아.(84쪽)

 

 

어린이 도서이지만 두고두고 아껴두었다가 잠들기 직전, 가장 소중한 시간 나만 혼자 보고 싶은 책입니다. 올 여름 밤은 이 책으로 정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