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는 월스트리트 경영자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뇌는 대충 말하면 확실성을 최대한 제공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해석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경우를 찾도록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 정신은 스위스 군용 칼과 같다. 거의 모든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어느 것에도 딱 들어맞지는 않아서, 완벽하게 ‘진화‘했다고 보기 힘들다. "진화심리학자의 이야기를 한참 들어보면 , 진화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아모스의 말이다. - P385

결정 이론은 알레 역설의 중심에 있는,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것을 기술적 문제로 보았다. 대니는 그 점이 어리석어 보였다. 모순 따위는 없다. 단지 심리만 있을 뿐이다. 결정을 이해하려면 금전적 결과뿐 아니라 감정적 결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니는 이 주제로 아모스에게 짧은 글을 계속 써보냈다. "물론 후회 그 자체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아. 결과를 보고 느끼는 실제 감정이 그보다 앞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지 않듯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회 예상>이야, 물론 다른 결과 예상과 함께." 대니는 사람들이 다른 감정이 아닌 오로지 후회만을 예상하고 거기에 적응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일어났을 수도 있는 일>이 괴로움의 핵심 요소지. 여기에는 비대칭성이 존재해. 왜냐면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빴을 수도 있는가>를 생각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즐겁거나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거든." 행복한 사람이 불행을 상상하는 방식은 불행한 사람이 어떻게 달리 행동했으면 행복할 수 있었는지를 상상하는 방식과 다르다. 후회를 피하려는 욕구는 다른 감정을 피하려는 욕구보다 강하다. - P295

도박을 할 때는 기댓값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기댓값이 마이너스인 도박에도 참여한다. 그렇지 않다면 카지노가 왜 있겠는가. 사람들이 지불하는 보험료 엿기 예상되는 손실을 넘어선다. 그렇지 않다면 보험회사 또한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합리적인 사람은 잠재적 위험을 어떻게 떠안아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이라면, 적어도 보험에 가입하려는 흔한 욕구를 비롯해 기댓값 극대화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설명해야 한다. - P285

(인간은) 이처럼 시나리오, 해명, 해석을 만들어내는 데는 탁월한 반면에,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늠하거나 그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일단 특정한 가설이나 해석을 갖다 붙이면, 그 가설이 실현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과장하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가 아주 힘들어지죠.(아모스 트버스키, 1972년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강의) - P231

복잡한 현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대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기억을 토대로 지어낸 이야기는 확률 판단을 효과적으로 대체한다. 대니와 아모스는 이렇게 썼다. "그럴 듯한 시나리오를 만들면 생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때가 많다. 불확실한 상황을 특정한 방식으로 인식하거나 해석하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하는 이런 이야기에는 이야기 소재를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편향이 나타났다. 대니와 아모스는 "미래의 모습을 과거 경험에서 나온다"고 썼다. 조지 신타야나가 역사의 중요성을 언급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뒤집은 것이다. 두 사람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미래에 대한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고 했다. - P219

그(아모스 트버스키)는 미국인과 이스라엘인의 차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곤 했다. 어떻게 미국인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거라 믿고 이스라엘인은 내일이 더 나쁠 거라 확신하는지, 어떻게 미국 학생들은 항상 예습을 하고 수업에 들어오는데 이스라엘 학생들은 책 한 번 안 읽는지, 그런데도 대담한 아이디어를 내는 쪽은 왜 항상 이스라엘 학생인지 등등. - P102

그런가 하면 분야가 다른 전문의들이 똑같은 병을 두고 정반대의 진단을 내렸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두고 비뇨기과 교수는 신장암일 확률이 높다고 했고, 신장학과 교수는 신장에 염증이 생긴 사구체신염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레델마이어는 :둘 다 자기 전문 영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도한 확신을 보였다"고 했다. 자신이 배운 것에만 주목한 결과였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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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은 언제나 그들의 부재로 인해 주목을 받는다. 사실 그들은 존재한 적도 없었다. 철학자들과 정치인들은 현대의 보편적 가치를 격렬하게 주장하지만, 그런 가치에 의해 살아가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세계주의적이고 합리적이며, 타협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며,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현대의 서양인은 우리 상상 속의 산물이다. 혹은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유명한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결코 현대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 P81

우리의 판단은 정확히 그 반대이다. 삶은 폐쇄가 아니라 개방으로 향하고 그 앞에 놓일 수 있는 어떤 결론이든 계속해서 앞지르는 것이다. 따라서 삶을 위한 우리의 준비, 신체의 기술과 정신적 습관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또는 그들과 함께하는 활동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서서히 구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걷고 말하는 등의 아이의 능력은 친구들을 따라잡고 친구들의 관심을 끌며 자신을 이해시키고 몸을 움직이려는 수많은 시도와 함께 육체가 성장함에 따라 발달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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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 제도, 기금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진행되는 재정계산은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위원회는 자문기구로서 재정추계위원회(재정), 제도발전위원회 또는 제도개선위원회(제도), 그리고 기금운용발전위원회(기금)로 구성된다. 세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6~8개월 동안 국민연금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향후 5년에서 70년을 예측하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에 제시된 안을 바탕으로 정부는 연금개혁 방향을 선택해서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법률을 개정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개혁이 일단락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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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련과 고통 속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은 갈가리 찢어져 있고, 사회 발전 경로에 대한 합의를 이뤄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형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교육이념이 없었기에 지배자들이 마음대로 교육이념을 결정해왔습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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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주요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도시 위기의 핵심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는 것. 둘째, 이런 위기를 만드는 근본적인 힘을 찾는 것. 셋째, 새롭고 더 사회통합적인 도시화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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