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건축물의 대가들은 의심할 바 없는 탁월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듯이, 세대를 이어가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에 얼마나 집요하게 매달렸는지 놀라울 정도인데, 말하자면 요새의 대포들로 성벽 앞에 놓인 전체 집결 지역의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둔중한 내벽과 앞으로 멀찌감치 튀어나온 외벽과의 이상적인 배치를 완성함으로써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지킬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도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 말입니다,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내가 당시 안트베르펜의 녹투라마 동물원에서 무슨 동물을 보았는지는 더 이상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중략)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북미산 너구리로, 나는 그 녀석이 작은 물가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시종 똑같은 사과 조각을 씻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했는데, 분명히 녀석은 아무 특별한 이유도 없는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빠져든 이 잘못된 세상에서 빠져 나오려는 것 같았다.

안트베르펜 정거장에서 이 시계가 차지하는 중심부에 의해 모든 여행객들의 움직임이 감시당하고, 거꾸로 여행자들은 모두 시계를 올려다보며 그것에 자신의 행동 방식을 맞추도록 강요받지요. 실제로 열차 시간이 표준화될 때까지 겐트나 안트베르펜의 시계는 릴이나 리에주에 있는 시계들과 다르게 갔고, 19세기 중엽에 이루어진 표준화 이후에야 비로소 시간은 논란의 여지 없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지요,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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